한평생 장사에 담긴 단련된 '삶의 맛'…풀빵서 계란·떡볶이까지 겨울밤 채운 넉넉한 얘기

추운 저녁 창원대 근처를 거닐다 몸이나 녹일까 하고 들어간 떡볶이 포장마차. 나이가 지긋하신 할머니가 하는 곳이다. 어묵이랑 떡볶이를 먹고 있자니 할머니께서 우편물을 하나 주섬주섬 꺼내 보여주신다.

"이것 좀 보래이. 보험사에서 온 긴데 내는 대체 무신 말인지 못 알아묵겠데이."

보험사에서 보낸 안내문인데, 일 년 치 배당금이 얼마라는 내용이다.

"아하 그런 기가. 아이고 내는 그런 줄도 모르고 무신 소린가 했네. 아나! 우편물 봐줬으니 떡 꼬치 하나 무라. 물컹하니 맛이 있다. 간장에 적시가 무도 되는데 그냥 무도 좋다. 나는 그냥 묵는다. 이거 두 개 묵고, 떡볶이 간 본다고 좀 묵고 나면 그기 내 저녁이다."

연세를 여쭈니 올해 일흔 되셨단다.

할머니가 10년째 운영 중인 떡볶이 집.

"합천 촌에서 농사짓다가 서른 살에 아이들 공부시킨다고 마산으로 나왔다. 촌에서 만날 일하다가 갑자기 아무것도 안 할라니까 답답해서 죽겄대. 그래갖고 고종 시동상한테 이야기했더니 풀빵을 구워보라 그래. 그때 마산 양덕에서 했는데 내가 앙꼬(팥소)를 많이 넣어놓으니까 맛이 있다고 소문이 나서 장사가 엄청 잘됐어. 그때 한일합섬 기숙사 사람들이 다 사뭇지. 줄을 막 두 줄로 서고 그랬어. 그때만 해도 100원에 10개씩 주고 했어. 밀가루가 이틀에 큰 거 한 포씩 들어갔지. 얼마나 구워댔는지 하여튼간에 팔이 아파서 못하겠더라고. 그렇게 한 2년 했다. 그라고 나서 계란 장사를 한 16년 했지. 풀빵 장사보다는 일이 적어 수월했지. 그거 해서 아이들 공부하는 데 좀 보태고."

할머니는 3년 전에 교통사고를 당해 몸이 좀 불편하시다. 그래도 매일 장사를 하러 나오신다고 한다.

"여그서 떡볶이 장사는 한 10년 했지. 육십부터 했으니까. 내가 일을 너무 많이 해서 무릎 관절이 다 나갔다. 그래도 내 덕에 영감쟁이는 편하게 잘 살았지 뭐. 허허허. 하이고 인제는 이 일도 오래 못해. 9시 되면 일하는 아줌마가 와요. 그러면 바로 집에 가서 잔다."

힘드시다면서도 할머니는 손님이 올 때마다 야무지게 척척 떡볶이와 순대를 담아내신다. 고단한 삶으로 단련된 내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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