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이장님]진주시 대평면 사평마을 윤영도 이장

"봄이 되면 걱정입니다."

진주시 대평면 사평마을 윤영도(57) 이장은 올 봄이 걱정이다. 마을과 맞닿은 진양호 상류에 평소 물을 담지 않는 광활한 유휴지(홍수 조절지)가 펼쳐져 있는데, 이곳에 엄청난 양의 버드나무(왕버들 또는 수양버들로 추정)가 자생하고 있다. 이 버드나무는 봄마다 홀씨를 공중에 날려보내는데, 이 홀씨는 코를 간지럽게 하거나 재채기를 나게 한다.

윤 이장은 "마을 주민 고통이 엄청나다. 날리는 홀씨 때문에 눈을 못 뜰 정도다. 빨래를 널지 못하고 외출조차 못할 정도"라고 고통을 호소했다.

윤 이장은 "시와 수자원공사에 대책을 호소했지만 답이 없다. 워낙 많은 양이라 그곳에서도 대책이 없는 모양이다. 이번 봄도 걱정"이라며 "어르신들이 많은 마을인데 어르신들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병원도 멀다. 봄이 되기 전에 제발 대책을 세워달라"고 말했다.

진주시 대평면 사평마을 윤영도 이장이 진양호를 가리키며 마을을 설명하고 있다.

사평마을은 진양호 상류에 있다. 마을 이름에도 모래 사(沙), 들판 평(坪)이 들어갈 정도로 모래 벌판이 넓었다. 광활하게 펼쳐진 대평 들판은 '대평 무'로 유명했다. 임금님께 진상했을 정도다. 들판을 낀 이 마을은 진양호(1970년)가 건설되기 전에 92가구가 살 정도로 제법 큰 동네였다.

〈대평면지〉에 사평마을을 소개하면서 '대평 무를 매입하려고 서울 부산 등지 상인들이 하루 10여 명이 찾아왔고 무를 밭떼기로 매매하는 사람과 20여 대가 넘는 자동차가 드나들어 주점은 늘 만원이었다. 개가 십 원짜리 지폐를 물고 다닌다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경제 사정이 좋았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 마을이 내리막길을 걷게 된 것은 진양호 건설과 숭상 공사로 인해 마을 대부분이 수몰되면서부터다. 보상을 받아 주민 대부분이 마을을 떠나고 지금은 30여 가구만 산다. 70% 이상이 70대 이상이다. 마을도 산 중턱으로 옮겨온 주민들이 드문드문 살면서 5곳에 흩어져 있다. 마을 회의를 하려면 윤 이장이 5곳을 돌면서 차로 모시고 와야 할 정도다. 남은 농토가 적어 귀농 인구도 별로 없다.

윤 이장은 거의 30년째 이장을 하고 있다. 28살 총각 때 마을 이장이 되고 나서 몇 년을 빼고는 줄곧 하고 있다.

지금은 마을에서 젊은 편이라 이장을 놓지 못하고 있다. "그만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만 마을 주민들이 놓아주지 않는다. 노인층이 많아 비료나 퇴비를 차로 집안까지 배달해야 한다. 젊은이들이 없어 언제까지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윤 이장은 "7, 8년 전만 해도 마을에 광역상수도가 들어오지 않았다"는 믿기 어려운 말을 했다. 이 마을에서 문전옥답을 내놓아 만든 진양호가 서부 경남 100만 명의 식수원이 되고 있지만 정작 사평마을 주민들은 마시지 못하는 '그림의 떡'이었다.

윤 이장은 "진양호를 코앞에 두고 우리는 도랑물을 간이 정수만 한 채 마셨다. 수질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마을 주민들이 항상 배앓이를 했다. 하수도도 마찬가지였다. 주민들이 항의 시위를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사실 진양호로 말미암아 가장 큰 피해를 본 대평면은 진주시에서 광역상수도 혜택을 가장 늦게 본 곳이다. 대평면은 진양호 상류에 있는 탓에 광역상수도를 공급하려면 진양호를 반 바퀴나 돌아야 하기 때문에 공사비가 많이 들어 상수도 혜택은 진양호가 건립된 지 40여 년이 지나 보게 됐다.

이 마을의 고통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상수도 보호구역이라 마을에서 맘대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심지어 윤 이장은 "마을 앞에 공터가 있는데 모기 서식지가 돼 고통이 심하다. 그래서 주민들과 메밀을 심었는데 상수도 보호구역이라 시에서 그것도 못하게 했다. 그래서 이곳에 소공원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진양호를 일주하는 자전거 동호인들이 많아 그들에게 휴식공간도 제공할 수 있다"면서 "우리가 희생하면서 진양호를 만들었고 그로 말미암아 도동 개발이 가능했다. 당시 우리 마을 땅 1평을 팔면 도동 땅 3, 4평을 살 정도로 좋은 곳이었다. 지금은 상수도 보호구역에 묶여 고통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더는 고통을 당하지 않도록 행정당국에서 배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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