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맛집]진주시 평거동 '븟반'

깔끔한 외관의 식당에 들어섰다. 나뭇결이 느껴지는 식탁과 의자가 가지런히 놓여 있다. 좌식과 입식 자리가 조화롭게 있었다. 가운데에 식탁을 다닥다닥 두지 않고 빈 채로 둬서 여유가 있어 보였다. 식탁과 먼 거리의 부엌(주방)에서는 밥을 하느라 분주했다. 메뉴는 오직 하나. 부엌밥이다. 식당 이름도 부엌의 옛말인 '븟'에서 따왔다. '븟반'이다. 젊은 부부가 운영하는 이곳은 지난해 6월 문을 열었다.

일행과 함께 자리를 잡자, 음식이 하나둘 나왔다. 호박죽으로 속을 살짝 달랜 후 샐러드를 맛봤다. 양상추, 치커리, 토마토 등이 유자 소스와 섞여서 상큼했다. 둥글고 예쁘게 구워낸 김치전은 고소했다.

색색의 도자기로 된 접시에 음식이 정성스레 담겨서 나왔다. 식사에 앞서 그릇을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깻잎, 김치, 과일 샐러드, 연근, 꼬막무침, 오징어 오이 무침 등이 접시마다 담겼다.

시금치, 무, 미역 등 3색 나물에다, 깻잎, 김치, 과일 샐러드, 연근, 꼬막무침, 오징어 오이 무침 등이 접시마다 담겼다. 깻잎 옆에 조그마한 고둥 같은 것이 있어서 유심히 보고 물었더니, 약재로 쓰는 초석잠이라고 했다.

매콤한 가자미조림과 김치, 부추와 함께 놓인 수육도 별미였다. 수육은 기름기가 거의 없었다. 지방이 적은 아롱사태 부위를 써서 담백했다. 파인애플 드레싱을 뿌린 표고버섯 탕수육은 바삭한 식감에 새콤달콤했다. 구수한 된장찌개도 밥상에 빠지지 않았다.

밥은 일반적으로 한식당에서 많이 사용하는 돌솥밥이 아니었다. 나무 상 모양으로 된 조그마한 스테인리스 솥이었다. 솥은 한 상에 하나다. 솥 하나에 식사하는 사람 수에 맞게 밥 양을 조절해서 나온다. 함께 식사하러 온 이들은 그야말로 한솥밥을 먹는 셈이다. 따뜻한 솥밥을 떠서 각자 공기에 담고, 솥에 물을 담아서 숭늉으로 마셨다.

손님이 없는 틈에 주인 부부에게 궁금한 것을 물었다. 김현준(34), 김현진(34) 씨다. 이름 끝 자만 다르고 나이도 똑같다. 서울에서 택견을 하면서 만난 부부는 남편의 고향인 진주에 터를 잡았다.

따뜻한 솥밥을 떠서 각자 공기에 담고 솥에 물을 담아서 숭늉으로 마신다.

김현준 씨는 "결혼하고 보니 아내가 음식에 소질이 있었다. 그래서 조미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고 신선한 재료로 건강한 먹을거리를 만드는 일을 함께 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부인 김현진 씨는 한식 자격증을 따고, 진주 웰빙문화센터 등에서 사찰 음식, 서양음식 등의 요리를 익혔다.

김현진 씨의 음식 솜씨로 건강을 생각하는 밥상을 짓겠다는 부부의 생각은 꼼꼼한 계획으로 차근차근 실현됐다.

음식은 식당을 열기 3년 전부터 준비했다. 김현준 씨 어머니의 솜씨가 보태졌다. 김치, 고추장, 된장, 간장 등을 직접 담가서 식당에 내놓을 음식의 기본을 다졌다. 진주 명석면 비실마을에 장독 60∼70개를 두고 장과 장아찌 등을 만들었다. 여기에다 어머니는 농산물유통업을 하고 있어서 식당에서 쓰일 신선한 음식재료를 싸게 잘 구할 수 있게 했다. '븟반'에서 함께 일하며 일을 돕고 있기도 하다.

김현준 씨는 식당 인테리어를 담당했다. 김 씨는 식당을 구상하기 전부터 김병수 가구 명장에게서 가구 만드는 법을 배워왔다. 식당에 놓인 식탁, 의자, 조명 기구 등 가구 대부분을 직접 제작했다.

김현진 씨의 외삼촌은 식당에 쓰일 그릇을 만들었다. '보현도예'라는 공방을 운영하는 외삼촌 윤종구 씨는 물레를 돌려서 고운 자태를 뽐내는 도자기 접시를 만들어 조카에게 힘을 실어줬다.

'븟반'이 계속해서 선보일 음식은 어떤 것일까. 김현진 씨는 "제철에 맞는 신선한 재료로 건강을 생각하는 밥상을 지으려고 한다"고 전했다. 

<메뉴 및 위치>

◇메뉴 △부엌밥 1만 3000원.

◇위치: 진주시 신평공원길 35(평거동 777-17).

◇전화: 055-747-7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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