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합성동 카페 '소금사막' 예외조항에 권리금도 못 받아…허술한 법망 개선·보완 절실

"건물주가 빼앗는 것이 가게가 아닌 한 사람의 삶이라는 것을 깨달았으면 좋겠습니다."

임차인을 보호하고자 지난해 상가임대차 보호법이 개정됐지만 허점이 많아 실질적인 도움이 안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창원시 마산회원구 합성동 여행카페 '소금사막'은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오는 22일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 사장 박미정(36) 씨는 SNS를 통해 사연을 알리고 법적 대응까지 하겠다는 입장이다. 현행법으로 박 씨가 소송에서 이길 확률은 없다. 그는 왜 어려운 싸움을 하려는 것일까.

여행을 좋아했던 박 씨는 외국에서 본 100년 이상 된 식당, 카페를 생각하며 직장을 그만두고 2011년 4월 카페를 열었다.

합성동 중심가는 권리금이 비싸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금 가게를 권리금 3000만 원, 보증금 2000만 원, 월세 50만 원에 계약했다.

그는 손님들과 일생을 함께하며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꿈꿨다. 실제로 이곳에서 선을 보고 데이트를 해 결혼한 부부가 이제는 아이와 함께 카페를 찾고 있다.

여행카페 '소금사막' 외관. /김해수 기자

박 씨는 적어도 10년 이상은 카페를 운영할 계획이었지만 건물주 생각은 달랐다. 그는 박 씨와 계약하기 전 이미 건물을 팔 계획이었고 1년 후 다른 사람에게 넘겼다. 새 주인은 바뀌자마자 자신이 건물을 모두 사용할 목적으로 구입했으니 가게를 빼달라고 했다. 다행히 소금사막은 상가임대차 보호법에 따라 첫 계약으로부터 5년간 가게 운영을 보장받았다. 5년이 끝나는 날이 오는 22일이다.

박 씨도 상가임대차 보호법이 개정되기 전까지는 꼼짝없이 가게를 빼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난해 5월 개정안이 통과한 것을 보고 한 줄기 희망을 품었다.

핵심이 공공연하게 거래해왔던 '권리금'의 존재를 법적으로 인정하고 양도 양수를 통한 임차인의 권리금 행사를 보호해준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개정안에 따라 박 씨가 권리금을 받는다면 주변 시세에 비춰 약 7000만 원에서 1억 원까지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박 씨는 1억 원 이상 투자한 가게를 빈손으로 정리해야만 한다. 바로 권리금을 보장하지 않아도 되는 예외 조항 때문이다.

건물주는 '상가건물을 1년 6개월 이상 영리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은 경우 임대 계약을 거절할 수 있다'는 조항을 들어 박 씨에게 1년 6개월 이상 비워둘 예정이니 권리금을 줄 수 없다는 통보를 했다. 또 계약이 끝나는 즉시 명도소송을 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에 대해 건물주의 견해를 듣고자 연락을 취했지만 구체적인 언급을 회피했다.

박 씨는 명도소송까지 버텨볼 작정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 법이 임대인에 유리해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순순히 가게를 비워주면 이 주인은 또 다른 임차인에게 같은 방법으로 횡포를 부릴 것"이라며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더라도 도덕적으로 잘못된 일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합성동에 최근 1~2년 사이에 몇몇 가게가 이동을 하거나 사라졌는데 비슷한 이유 때문이다. 법적으로 승산이 없기에 일찌감치 포기한 사람들이 권리금을 받지 못하고 내쫓기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박 씨는 "소금사막은 언론에 많이 알려지고 단골이 많아 주목을 받지만 다른 가게들은 임차인이 권리금을 못 받고 나가더라도 아무도 관심이 없다"면서 "권리금을 못 받고 나간 가게 주인들은 또 다른 권리금을 내고 새로운 가게를 찾아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일본만 보더라도 사회적으로 임차인이 약자고 보호해야 할 대상이라는 인식이 있어 법도 임차인 편을 들어준다. 소금사막은 짧으면 6개월, 길면 1년 후에 다른 곳으로 옮겨가겠지만 하루빨리 현실적인 임차인 보호법이 마련되고 사회적 분위기가 바뀌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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