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업사이클 아트…페트병·달걀판·가전제품 등 소재의 스토리·메시지 담아 새로운 예술 작품으로 활용

버려진 물품이 작품으로 재탄생 중이다.

페트병, 달갈판, 폐가전 제품 등이 새로운 창작물로 변신한다.

'업사이클' 작품이라는 이름표가 붙었다. '업사이클'은 '업그레이드(upgrade)'와 '리사이클(recycle)'의 합성어다. 기존 '재활용(Re-Cycle)'에서 한 단계 진화했다. 버려지는 물건에 예술적 가치를 더해 새로운 작품 혹은 상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이다. 경남에서도 '업사이클' 작품이 등장하고 있다.

거제해금강테마박물관은 이달 1일부터 28일까지 유경미술관 제1관에서 '버려진 페트병, 꿈을 이야기하다' 업사이클링(Upcycling) 전을 열고 있다. 거제에서 활동하는 윤석선(49) 설치작가의 작품이다. 윤 작가는 거제 바닷가 등에 흔히 버려져 있는 페트병을 예사로 넘기지 않고, 이를 작품 소재로 삼았다. 페트병을 구부리고 녹여서 또 다른 형태의 이미지를 연출하고자 했다. 수십 개의 페트병을 세워서 둥글게 모아 통일을 떠올렸다. '하나의 꿈' 등의 작품을 만들었다. 작가는 페트병을 보고, 가난하고 고향을 떠나서 살 수밖에 없는 난민, 탈북민 등을 생각했다.

윤석선 작가의 '하나의 꿈'.

윤 작가는 "어렸을 적 서울 변두리에 살면서 폐기물이 모인 곳을 놀이터로 삼았다. 7남매 중 다섯째라서 옷도 항상 물려받았다. 새것은 꼭 내 것이 아니었다. 그런 탓일까. 작품 소재도 한번 쓰인 것, 버려진 것에서 찾았다. 이번 전시는 페트병이지만, 이전에는 버려진 컵, 냄비 등을 이용한 작품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정원식(57) 작가는 실험정신이 돋보이는 신작들을 내놓았다. 20년 넘게 판화 작업만 해왔던 작가는 입체 작품에 도전했다. 일상에서 버려진 달갈판과 가전제품을 보호하기 위해 끼우는 스티로폼 등을 소재로 했다. 한번 쓰고 버려지는 일회용품에 대한 문제의식을 품어오던 작가는 1년 정도 연구 끝에 '뒤집어보기-일회영웅'이라는 시리즈를 내놓았다. 달갈판을 물에 적셔서 부드럽게 만든 후 원하는 모양으로 제작했다. 벌집처럼, 소머리처럼 생긴 작품들에 색을 입혀서 조형성이 뛰어난 작품을 만들어냈다.

정원식 작가의 '뒤집어보기-일회 영웅' 작품.

정 작가는 "계속해서 버려진 물품을 소재로 한 작업을 할 계획이다. 1950∼60년대에 팝아트가 유행했듯이 소비가 미덕이 된 사회에서 이러한 형태의 작업이 필요하다고 본다. 한번 쓰고 버리는 아까운 물품을 조형적인 작품으로 만드는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작가는 신작으로 지난해 제25회 동서미술상을 수상했다.

지난해 9월 창원시 마산합포구 그림갤러리는 '업사이클링 리 아트(Upcycling Re-art)'라는 제목의 전시를 열었다. 유도영(52) 작가 개인전이었다. 고장 난 시계, TV, 녹음기, 컴퓨터 등을 이용한 예술작품을 선보였다. 작가는 일러스트레이션을 전공해 20년 이상 동화책, 간행물 잡지 작업을 하다가 작가로 활동하면서 폐가전, 폐가구, 폐종이 상자 등의 소재로 작품을 만들었다. 쓰레기 폐품이라는 고정관념을 없애고, 밝게 표현하고 싶었다고 한다.

유도영 작가가 업사이클 작품을 만들고자 폐가전용품을 분해해놓은 모습.

유 작가는 "폐가전제품을 분해하면 다양한 형태와 모양 그 자체 매력에 빠진다. 어렵지 않은 예술, 나도 만들 것 같은 친근함으로 대중과는 자연스럽게 소통, 공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지난해 강동 리사이클 아트센터에 입주한 유 작가는 예술치료로 장애인, 소외계층 등과 함께 작품을 만드는 체험 교육도 진행 중이다.

유도영 작가의 작품 모습.

업사이클은 전국적으로 다양한 형태의 작품으로 나타나고 있다. 서울 강동구 '리사이클 아트센터', 경기 광명시 '광명업사이클 아트센터' 등은 업사이클 작품 전시, 레지던시 등을 본격적으로 한다.

업사이클 작품이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임봉재 (사)환경미술협회 경남지회장은 "작가들은 주변 물질에서 영감을 얻어 작품을 만들고자 한다. 환경에 대한 고민이 늘어나다 보니 앞으로 이러한 업사이클 작품이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에코 크리에이터>, <에코 크리에이터 디자인> 등의 책을 써서 세계적인 업사이클 아트 등을 소개한 김대호 에코 크리에이터 대표는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이 넓어지고 있어서 업사이클 아트가 늘고 있다. 이전에 나타난 정크아트가 소재에 집중했다면, 업사이클 아트는 소재의 스토리, 메시지에 초점을 맞춘다. 업사이클은 단순한 재활용 차원을 뛰어넘는 새로운 창조물이다. 최근 업사이클 작품은 소재의 범위가 다양해지고, 대형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미현 사단법인 한국업사이클디자인협회 회장은 "버려지는 자원들의 물성이나 특징들이 작가들에게 영감을 준다. 환경적인 메시지 등 사회적 메시지를 작품에 녹여내는 작가들이 많아졌다. 업사이클 아트는 보는 재미뿐 아니라 무엇으로 만들었을까,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등 상상하고 생각하는 재미도 있는 영역이라서 점점 더 확대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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