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차례 협의에도 도와 도교육청이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함에 따라 신학기 학교급식 향방이 미궁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가운데 도가 오늘 시장·군수들에게 논의하는 자리를 만들고 결과를 반영키로 한다는 태도를 보여 급식문제 국면이 변화할 수 있을지 관심이 간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말해 그런 모색 점은 낙관적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실천적 해답을 구하는 방법으로서도 적절치 않다.

홍준표 지사는 자신으로 말미암아 파탄 난 학교 무상급식이 1년을 훨씬 넘겼지만 제자리로 돌릴 생각은 없다는 듯 영남권 평균 수준의 식품비 지원만을 고집함으로써 포괄적 급식비 지원이 문제해결의 열쇠임을 호소하는 교육청과는 평행선을 달려왔다. 시장·군수들이 한자리에 모여 얘기를 나눈다면 어떤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을까. 장담할 수는 없지만 전례를 빌려 살피건대 각론은 숨을 죽이고 총론만 더욱 드세질 여지가 다분하다. 무슨 말인가 하면 시장·군수 각자의 의견은 전처럼 여전히 침묵으로 빠져들고 도의 변함없는 선별급식 방침이 확대재생산되는 기회로 활용될 것이라는 점이다. 기초자치단체장은 광역단체장의 권위에 감히 도전하기 어렵다. 재정에서부터 인사·업무 전반에 이르기까지 도지사의 행정적 지휘감독 아래 놓여 있기 때문에 특별한 예외 아니고선 뜻을 거역하기 어렵다. 단체장에 따라 무상급식의 유익성과 평등급식이 갖는 교육적 효과에 동의 말란 법이 없지만 급식 대란이 빚어진 후 누구 한 사람 그러한 소신을 드러내지 않았다. 혹시라도 불이익을 받을지도 모르고 정치적으로 불편한 관계에 서지 않겠다는 조바심 탓인지 이견을 달지 않았다. 사정이 그와 같은데 뒤늦은 단체장 회의에서 무슨 진전이 있겠는가.

일말의 기대감이 전혀 없지는 않다. 도가 회의를 명분으로 삼아 입장 후퇴를 합리화하는 것이다. 가령 도가 지금 와서 생각을 바꾸었다고 가정해 보자. 스스로 그것을 실행하기에는 자존심이 허락지 않는다. 그러나 시장·군수의 입을 빌리면 가능하다. 그렇게라도 되면 다행이지만 연목구어라고나 할까. 가장 바람직한 것은 시장·군수들의 의식변화일 것이다. 그들도 도지사와 똑같이 선출직이라는 인식하에 관내 주민들의 여론을 보고들은 그대로 대변할 수 있어야 한다. 당당하게 할 말을 하는 강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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