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동안 마을 이끌었던 순 토박이, 아픈 몸에도 변치않은 '고향 사랑'

남해군 남면 평산 2리 마을 고샅을 살피는데 마침 동네 어르신 한 분이 지나가다 묻는다.

"뭣 하러 댕깁니까?"

양손에 하나씩 지팡이를 짚으셨는데, 걸음이나 목소리에 힘이 없어 한눈에도 병이 깊어 보인다.

하지만, 호기심 많은 젊은이의 질문에 하나하나 답을 해주시는데 고마워서 몸 둘 바를 모를 정도였다.

"둘러보니 빈집이 많네예."

"아이고, 여여, 솔직히 빈집들 꽉 찼소. 부인들 혼자 사는 데가 많아."

"옛날에 마을에 5일장이 섰다고 하던데요?"

"장터라고 이름은 있어. 내가 팔십이 넘었는데, 나도 말만 들었어. 저 밑에 지금 마을회관에 가리서 안 보이는데, 나무 있는 곳이 장터야. 지금은 그 뭐이고, 마을에서 잡종으로 아니 여러 용도로 활용하지."

평산2리 마을에 사는 이용섭 어르신.

"옛날에는 배도 많이 들어왔다카던데예."

"어, 오래됐다만, 이조 시대부터 여그가 진이었지. 나루 진(津),아나?"

"어르신은 고향이 이 동네라예?"

"나는 뭐, 여 순 토박이지. 내가 이 마을에서 책임을 한 5, 6년 지고 있었거든. 내가 물러나고 젊은 사람이 이어서 했지."

(2009년에 발행된 〈남면지〉에서 어르신의 성함 '이용섭'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르신은 1996년에서 99년까지, 2004년에서 2006년까지 햇수로 7년 동안 마을 이장을 하셨다.)

"연세가 정확하게 우찌되십니꺼 그라믄."

"나이가요? 나이가 보자, 신년이니까, 내가 여든둘 되나 셋 되나 모르겠네. 지금은 내가 몸이 아파서…. 본격으로 아프기 시작한 거는 작년 7월이라. 그 앞에는 그래도 경운기라도 타고 다니고 그랬는데 갑자기 아파서 아무것도 못하고 있소."

말씀을 마친 어르신은 다시 힘겹게 걸음을 옮기셨다. 집에서 나오는 길인 줄 알았더니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라고 하셨다. 집까지는 꽤 거리가 있었는데, 그 먼 길을 양손에 지팡이를 짚고 종종걸음으로 다녀오신 거였다. 세월의 무게가 담긴 그 걸음걸이를 한참이나 바라보고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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