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형편에 접은 음악 꿈 대학·자퇴·직장 거치며 보컬 팀 만들어 새로 피워

비올라를 사랑한 소년은 10년 후 자신의 몸을 악기 삼아 무대에 올랐다. 창원 보컬 팀 '씽잉(Singing)' 리더 김용웅(28) 씨 이야기다.

씽잉은 20~30대 멤버 20여 명으로 구성된 노래 동호회다. 한 달에 한 번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 분수광장에서 야외공연을 열고 축가 공연, 무료 프러포즈 이벤트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좌절된 꿈, 다시 선 무대 = 용웅 씨가 비올라와 처음 만난 건 중학생 때다. 합주부에서 비올라를 잡던 때부터 그의 꿈은 음악선생님이었다.

고등학교도 합주부가 있는 창원 남산고등학교로 진학했다. 그러나 2학년 때 합주부가 해체되면서 연주를 봐주던 선생님이 다른 학교로 가버렸다.

쉽게 악기를 놓을 수 없었던 그는 대학생에게 레슨을 받으며 꿈을 이어갔지만 대학 입시를 위해서는 교수를 찾아야 했다. 한 달에 두 번 레슨에 100만 원이 훌쩍 넘는 비용을 감당하기에는 집안 형편이 넉넉지 않았다.

결국 음악과 함께 꿈도 사라졌다. 상처도 컸다. 용웅 씨는 고등학교 3학년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비올라를 켠 적이 없다.

"한순간에 꿈이 없어지니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어요. 담임 선생님께 그냥 취업 잘되는 과에 원서를 넣어달라고 해 수시로 마산대 보건행정과에 들어갔습니다."

학과 공부에도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자연스럽게 눈은 다른 곳을 향했다. 20살. 한창 관심받고 싶을 나이에 대학 동아리의 꽃이라 불리는 밴드부에 들어갔다.

"5명 정도 오디션을 봤는데, 저는 매일 연습실에 찾아가 선배들에게 눈도장을 찍었어요. 뛰어난 실력은 아니었지만 그 정성을 높이 사 보컬로 뽑히게 된 거죠."

2013년 9월 창원 보컬팀 씽잉(Singing)을 만든 리더 김용웅 씨.

용웅 씨는 밴드에 들어간 지 1년도 안 돼 군에 입대하면서 무대에는 두 번밖에 오르지 못했다. 그렇지만 그때 경험은 잊을 수 없다.

"첫 무대가 경남대학교 축제 무대였어요. 엠씨더맥스의 '리턴즈'를 불렀는데 무대에서 어떻게 불렀는지 기억이 안 나요. 관객들 환호와 박수를 받으며 내려올 때 기억만 생생한데 그 희열은 말로 표현 못 해요."

◇씽잉으로 피워낸 열정 = 제대 후 대학에서 비전을 찾을 수 없었던 그는 자퇴를 하고 2년간 아르바이트를 해 1000만 원을 모았다. 그러나 현실에서 그는 고졸 20대 비정규직일 뿐이었다. 사회에서 무엇인가 이루려면 대학 졸업장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다시 수능 공부를 시작했다. 1년 동안 모의고사 성적도 원하는 대학에 들어갈 만큼 올렸다.

그러다 갑자기 수입이 끊겼다. 그는 짧게 일할 곳을 구했고 지인 소개로 현재 직장에 들어갔다. 이곳에서 용웅 씨는 성실함을 인정 받아 정규직이 됐다. 대학 진학은 잠시 접고 생활에 안정을 찾자 무대에 대한 갈증이 다시금 찾아왔다. 그는 가요제에 함께 참가할 동료를 모집했다.

2013년 9월 자신을 포함해 5명이 모인 것이 씽잉의 시작이다.

"처음에는 연습실이 없어서 노래방에서 가요제에 나갈 곡을 연습했어요. 멤버였던 친구들이 모두 학생이라 제가 아르바이트를 하며 모았던 1000만 원으로 연습실을 구하고 월급을 받을 때마다 장비를 하나씩 구입했죠."

초대 멤버들은 직장을 찾아 인천, 경기도, 전주 등으로 흩어졌고 그빈자리는 평소 노래를 사랑하던 새로운 멤버들이 채웠다.

씽잉은 2014년 상남동 프린지 공연에 참가하면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2014, 2015년 콘서트도 열었다. 지난해에는 늘푸른전당에서 열었던 콘서트 수익금 100만 원을 보육원과 성산구청 등에 기부했다. 마산시니어 클럽, 무료 급식소, 미혼모 단체 등에 매달 정기 후원도 하고 있다.

올해는 완성도 높은 무대를 만들고기부금 형태로 입장료를 낸 관객에게 더 큰 만족감을 주고자 1월부터 콘서트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용웅 씨는 대학 졸업이라는 꿈도 포기하지 않았다. 학점은행제를 통해 인터넷으로 학점을 따고 있다. 올해 4년제 학위가 나오고 원한다면 대학이나 대학원으로 편입할 수 있다.

씽잉을 보컬 팀이 아닌 종합 예술팀으로 키우고자 큰 그림을 그리는 용웅 씨. 그 때문에 고민도 늘었다.

"야간대학이나 대학원을 가고 싶은데 과를 결정 못 했어요. 씽잉을 운영하다 보니 전문적으로 음악을 배워보고 싶어 작곡과도 생각 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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