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문화 키우는 지역 출판 움튼다 (4)경상대 출판부 '지앤유 로컬북스'

경상대 출판부가 지난해부터 '지앤유(知&you) 로컬북스'라는 이름으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교양도서를 내고 있다. 기존 대학 출판부의 대학 교재, 학술 서적 발간 등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대중이 읽을 수 있는 지역 콘텐츠를 기반으로 하는 책을 내겠다는 것이다. 자료집 의미가 큰 경남의 사찰, 경남의 서원 등의 총서 시리즈가 아니다. 독서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책에 무게를 뒀다.

◇경남 스토리텔링 책 하나씩 발간 = '지앤유 로컬북스'는 지식과 정신의 지역적 다양함을 표현하는 것을 지향한다. '경남을 스토리텔링하라'라는 이름으로 지역 콘텐츠를 발굴해서 책으로 내고자 한다. 그 첫 번째 책이 <조선선비들의 답사일번지>다.

<조선선비들의 답사일번지>는 최석기 경상대 교수가 조선 선비들이 다녀간 거창군 일대를 소개하는 내용이다. 당대 최고의 학자 퇴계 이황, 선비 정신의 표상 남명 조식, 한말 구국의 화신 최익현, 구한말 3대 천재로 불리던 김택영·이건창·황현, 독립운동가 곽종석 등 조선의 내로라하는 명사들이 찾은 남도 제일의 명승지가 바로 거창 원학동이었다는 것. 원학동은 현재 거창군 마리면·위천면·북상면 일대다. 흔히들 이 일대에 있는 수승대는 알지만 지역에 얽힌 이야기는 알지 못한다. 최 교수는 "원학동은 산수가 아름다운 자연경관에 선현들의 정신이 깃들어 있어 인문학을 배울 수 있는 최고의 자연학습장"이라고 표현했다.

경상대 출판부 김종길(오른쪽) 편집장, 김성은(가운데) 디자이너, 하상미(왼쪽) 에디터가 경상대 출판부에서 만든 책 앞에 서 있다. /우귀화 기자 wookiza@idomin.com

두 번째 책은 <나는 대한민국 경남여성>이라는 책으로, 이혜숙 경상대 교수와 강인순 경남대 교수가 1945년부터 2015년까지 역사 속에 소외됐던 지역 여성의 삶을 소개했다.

세 번째 책은 <경남도민일보>에 연재하고 있는 '신우해이어보'로, 내년쯤 발간을 계획하고 있다. <우해이어보 牛海異魚譜>는 우리나라 최초의 어보로, 우해는 옛 진해현(지금의 창원시 마산합포구 삼진 지역) 앞바다를 말한다.

◇보편성 있는 지역 콘텐츠 발굴 = 경상대 출판부는 '지앤유 로컬북스'라는 이름 아래 10년 정도의 장기 계획으로, 경남의 역사, 인물, 자연, 환경, 민속 등 전 분야에 대해 기획해서 책을 꾸준히 발간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종길 경상대 출판부 편집장은 "2013년부터 지역 콘텐츠를 소재로 한 도서 출판을 위해 기획 공모를 했다. 첫 책이 지난해에 나왔다. 앞으로 저자 20여 명을 섭외해서 하나하나 만들어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지역적으로 균형을 맞춰 시·군별로 주제를 찾아서 저자 섭외에 나서고 있다고 했다. 기존 지역 콘텐츠를 다루더라도 다른 시각으로 어떻게 접근할지가 가장 큰 고민이라고. 그러하기에 저자 섭외도 쉽지 않다.

김종길 편집장과 직원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

왜 지역 콘텐츠인가. 김 편집장은 "지역 콘텐츠라고 해서 유별난 게 아니다. 워낙 그동안 서울 중심이어서, 각 지역에 있는 여러 요소가 발굴되지 않아 드러나지 않았다. 지역에서도 세계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지역 콘텐츠이지만 보편성을 띠어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을 찾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첫 번째 책인 <조선선비들의 답사일번지>에서 소개한 거창 원학동 일대는 지금으로 치면 잘나가는 시인, 소설가들이 와서 시나 소설을 쓴 곳이다. 그게 묻혀 있었다. 물놀이하는 수승대는 알지만 여기에 조선시대 문인 선비들의 인문적 요소가 들어 있다는 것을 지역에서조차 몰랐던 것이다. 이 책이 나오면서 원학동이 있는 거창을 알리게 됐고, 지역의 문화도 알리게 됐다. 지역민 역시 자부심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역 출판 네트워크 추진 = 경상대 출판부는 지역 출판 네트워크도 추진 중이다. 경남, 부산, 대구, 울산 등 12개 학교가 포함된 영남지역 대학출판부 협회가 공동 도서전을 열고, 공동 세미나 등을 통해 지역 출판 활성화를 위한 연대를 만들어갈 계획이다.

또한 지역 서점에 지역 콘텐츠를 담은 책을 전시하고, 책과 관련한 강연회도 마련해 지역 콘텐츠를 알린다는 계획도 세웠다. 북 콘서트, 책과 관련한 인문학 기행과 더불어 북 아카데미 등도 열어서 더 많은 독자를 만날 채비도 하고 있다.

김 편집장은 "도서전 등을 통해 지역에서 대학의 울타리를 넘어서 지역 콘텐츠를 공유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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