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송성기 개성공단상회 경남대리점 대표 "북 제재할 방법 없으니 꺼내놓은 최악의 자충수"

"개성공단을 폐쇄한 것은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최악의 자충수라고 봅니다." 창원에서 '개성공단상회 경남대리점'을 운영하는 송성기(52) 씨는 몇 가지 이유를 들면서 '하수'라는 비판을 숨기지 않았다.

"가장 먼저, 너무 큰 위반을 했습니다. 2013년 6개월간 개성공단 운영이 중단됐다가 재개되면서 정세와 무관하게 계속 운영하겠다고 합의했는데 그 약속을 어긴 것이지요. 이 약속은 국제사회가 다 알고 있는 약속이었습니다."

11일 오후 개성공단상회 경남대리점에서 만난 그는 주장의 근거를 계속 이어나갔다.

"(정부는) 개성공단을 폐쇄하면 북한으로 유입되는 달러를 막을 수 있다고 폐쇄 이유를 밝혔습니다. 하지만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에 들어가는 돈은 한 해 1000억 원 정도에 불과합니다. 북한의 대외 교역이 얼마인데 1000억 원으로 핵 개발 비용 조달을 막겠다는 것은 우스꽝스러운 일입니다. 또 북한이 입는 피해보다 우리 기업이 입는 피해가 너무 큽니다. 정부는 그동안 개성공단 사업이 북한 퍼주기인 양 해왔는데, 사실은 전혀 다릅니다. 우리가 북에 1을 준다면 그 기업은 적어도 30의 가치를 가져옵니다. 우리 국민 10명이 있으면 그중 9명은 개성공단에서 만든 속옷을 입고 있을 정도입니다. 솔직히 개성공단 폐쇄는 입주해 있는 124개 업체만 죽이는 것입니다."

11일 송성기 개성공단상회 경남대리점 대표가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 조치에 대해 "최악의 자충수"라며 비판했다. /박일호 기자 iris15@

우리 정부는 그런 사정을 모르는 것일까? "아니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가 북한을 제재할 수단 자체가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동안 북한이 미사일을 쏘거나 핵 실험을 할 때마다 국제사회가 북한을 제재하려고 얼마나 애썼습니까. 하지만 효과가 없었죠.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게 금강산 관광 폐지와 개성공단 말고 뭐가 있었나요. 금강산 관광은 오래전부터 막혀 있고, 이제 개성공단을 폐쇄하겠다고 하는데 이게 약발이 전혀 듣지 않는다고 봅니다."

실제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의회 대표는 개성공단 폐쇄를 두고 '정치적 목적을 가진 총선용 대북 몰이'라고 혹평하기도 했다. 송 대표는 그 생각에 동의한다는 전제로 얘기를 이어나갔다.

"사실 우리 국민이 북한은 물론, 개성공단에 대해서도 너무 모른다는 걸 절감했습니다. 저부터도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개성공단 북한 노동자 기본급이 월 73.48달러라고 하면 믿겠습니까? 잔업·특근까지 하더라도 월 200달러에 못 미친다고 합니다. 200달러 해봐야 우리 돈으로 21만 원 정도입니다. 우리나라와 경제 구조가 다르고 물가 수준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정말 얼마 안 되는 돈이죠. 중국 옌볜 등지에 있는 중국 공장에 나가 있는 북한 노동자들이 월 300달러 정도를 번다고 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개성공단 폐쇄한다고 북한이 눈 하나 깜짝할까요?"

개성공단 폐쇄는 통일이나 국내 정치뿐만 아니라 국내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했다.

"개성공단 입주업체 협력사를 적게는 3000개에서 많게는 6000개에 이른다고 봅니다. 실제로 많은 기업이 부도를 맞을 가능성이 큽니다. 정부 보증 믿고 입주한 업체들이 이게 뭡니까.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있는 일입니까? 그것만 해도 큰일이지만, 정작 개성공단에서 아주 싼 가격에 들여오던 제품이 못 들어오게 되면 장기적으로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에 굉장한 압박이 될 것입니다."

2015년 1월부터 롯데백화점 마산점 앞에서 개성공단상회를 1년간 운영해온 그는 "나도 피해를 보겠지만, 내 피해는 입주기업들이 입을 피해에 비하면 새발의 피에도 못 미칠 것"이라며 울분을 토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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