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렁이는 어느날 갑자기 반복되는 일상, 흙빛의 초라한 자신의 존재에 대해 ‘어째서·’라는 물음표를 떠올린다. 해답을 찾기 위해 지렁이는 보다 의미있는 자신을 꿈꾸며 자신을 버리고 화려해 보이는 무지개를 찾기 위한 여행을 시작한다. 그리고 어린왕자가 인간성과 인간사회를 닮은 여러 행성을 방문해 깨달음을 발견하듯 인간사회를 닮아있는 여러벌레들의 사회에 맞닥뜨린다. 지렁이는 비로소 오늘도 흙을 비벼댄다. 이젠 그것이 싫지 않다.

이 이야기는 단순하고 예쁜 동화에 머물진 않는다. 이 작품 곳곳엔 일상화된 현실을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노곤함과 뭔가 찾아야한다는 강박관념, 그리고 현실에서 끊임없이 일깨워지는 자신의 초라함, 일상에 대한 싫증 등에 부딪히는 극단적 한계상황을 극복하려는 지렁이의 몸부림, 인간의 고뇌가 있다. 데이비드 H 샤피로 지음. 김성기 옮김. 하경옥 그림. 151쪽. 국일미디어. 6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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