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비춤]재개장 앞둔 화개장터 과제

화개장터가 복원 공사를 거쳐 개장하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최초 화개장터 복원은 지난 2001년으로 가수 조영남의 노래 '화개장터'가 전국에 알려지면서 이름뿐이었던 화개장터가 새로운 모습으로 빛을 봤다. 이후 영호남 화합의 상징적인 장소로 각인되면서 전국 각지 관광객이 몰려 옛 명성을 되찾았다.

이번 복원공사는 두 차례 잇따라 발생했던 화재가 계기가 됐다. 사실 불이 나기 이전 15년 가까이 된 낡은 장옥시설 때문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고, 특히 화개장터 시설이 화재에 취약하다는 점은 시설 개선에 힘을 실어줬다.

그러던 중에 화재가 발생해 군 소유 장옥시설 전체를 대대적으로 정비하는 사업이 추진됐다.

하동군 화개면 화개장터 전경. 경상도와 전라도를 가로지르는 섬진강 옆으로 장터가 보인다.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무엇보다 불에 탄 화개장터의 흉물스러운 모습이 언론에 비치면서 화개장터 상인을 돕겠다는 손길이 이어져 3억 원이 넘는 성금이 답지했으며 방문하는 관광객도 급증했다. 작년 한 해 가장 많은 관광객이 몰렸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보면 두 차례 화마가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그래서인지 이번 복원 사업에 따른 재개장을 앞두고 하동군과 화개장터 상인들의 기대감은 크다.

새로운 장옥시설과 관광객들의 시선을 끌 만한 옥화주막이나 조영남갤러리카페 등이 추가로 들어서 화개장터를 찾는 관광객이 더 늘 것이라는 기대가 깔렸다고 볼 수 있다.

화개장터상인회 김영민 회장은 "화재가 난 이후 전국에 이슈가 되면서 작년에 관광객이 엄청나게 몰렸다"며 "이번 복원 공사로 장옥시설이 깔끔하게 정리됐고, 장터 전체도 새롭게 바뀌어 더 많은 관광객이 몰리지 않을까 상인들이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기대감도 있지만 상인들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도 일부 나오고 있다.

새로운 장옥시설 임대료가 예전보다 많게는 두 배 가까이 오른데다 영업하는 데도 불편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한 상인은 "새로운 시설이라고 하지만 임대료가 너무 많이 올랐다. 그리고 비가 오면 가게로 들어오는 빗물을 막거나 햇빛을 차단하는 가림막 시설이 없어 판매하는 물건이 변질할 수 있는데도 군이 불법이라고 시설 설치를 못 하게 한다"며 불만을 터트렸다.

새롭게 변한 화개장터를 바라보는 관광객 반응도 두 가지로 엇갈렸다.

깔끔하고 산뜻하게 단장돼 아주 좋아졌다는 의견과 옛 시골장터 정취가 사라져 오히려 예전만 못하다는 것이다.

이런 일부 부정적인 시선 때문인지 화개장터상인회는 5일장 이벤트를 열어 관광객의 불편한 시선을 누그러뜨리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화개장터가 재개장을 앞둔 만큼 오랫동안 안고 왔던 문제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줄기차게 지적돼 온 상인 간 갈등이다.

현재 화개장터 상인회는 군 소유 장옥에서 영업하는 상인으로 결성된 화개장터상인회와 사유지 상인들이 중심이 된 화개장터통합상인회로 나뉘어 있다.

상인회 주도권 등을 두고 벌어진 이들의 불협화음은 예전보다 나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갈등의 불씨로 남아 있다.

더욱이 이권 등을 놓고 겪는 상인 간 심각한 갈등이 외부로 노출되면서 화개장터 이미지를 크게 훼손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영호남 화합의 상징성을 가진 화개장터 이미지 개선은 물론 화개장터 미래를 위해서라도 상인 간 갈등은 재개장을 계기로 우선적으로 꼭 풀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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