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하동군 화개면 화개장터는 설 명절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섬진강에서 불어오는 찬 기운만큼이나 썰렁했다. 겨울 비수기에 평일 오전인 탓에 화개장터를 찾는 관광객은 뜸했다. 비닐 가림막으로 장옥 내부를 막아 아직 영업을 하지 않는 상점도 여럿 보였다. 일부 장옥 상인들만 부지런히 팔 물건을 정리하고 있었다.

2014년 11월과 작년 3월 두 차례 화재로 수억 원 재산 피해가 났던 화개장터. 이제는 화마가 할퀴고 간 흔적은 온데간데없고 예전 모습을 되찾았다. 현재 화개장터는 화개벚꽃축제 무렵인 4월 1일께 새 출발하는 개장식을 앞두고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장옥 시설은 이미 완공돼 영업을 시작했고, 화개장터 입구에서는 인도 보도블록 교체공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화재 이후 하동군은 총사업비 25억 원(국비 5억 원, 도비 10억 원, 군비 10억 원)을 들여 불에 탄 장옥시설뿐만 아니라 화개장터 전체를 대대적으로 정비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뭐니뭐니해도 가장 큰 변화는 물건을 파는 장옥시설이다. 기와와 짚으로 지붕을 얹었고, 나무 기둥에다 벽면을 황토로 마무리해 옛 시골장터 정취를 담아내면서 산뜻하고 깔끔하게 단장했다. 화개장터 전체 면적은 8226㎡(군유지 4896, 사유지 3330㎡)로 사유지를 제외한 군유지에 있는 장옥이 모두 바뀌었다.

화재의 쓰라린 경험이 있었던 만큼 화재 예방시스템도 꼼꼼히 갖췄다. 자동 화재탐지 시설과 화재 발생 때 곧바로 담당 소방서로 신호가 가도록 속보 설비를 하는 등 자동화재감지시스템을 구축했다. 인조 재질 초가지붕은 방염 처리를 했고 벽면을 황토로 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또 관광객들이 화개장터를 쉽게 둘러보도록 장터 내부를 단일구조 동선으로 정돈했다.

장옥에 입점할 상인들은 올해 1월 정해졌다. 총 점포수 82칸 중 대장간과 엿장수 칸을 제외한 80칸이 추첨 방식을 통해 입점할 상인이 결정됐다. 기존 상인 81명 중 57명이 입점했으며 하동 주소지, 재산세 등을 따져 입점 조건에 맞는 신규 상인 19명이 추첨으로 확정됐다. 나머지 1칸은 하동군자활센터에 자격을 줬다.

입점 조건을 하동지역 주민으로 한정해 한때 논란이 됐던 문제는 일단락됐다. 하동군이 영호남 화합 차원에서 광양과 구례지역 상인에게 각각 2칸, 1칸을 제공하기로 한 것. 하동군은 이 점포 입점권을 광양시와 구례군에 일임해 광양시는 기존 상인 4명(각 1칸에 2명)에게, 구례군도 기존 상인 1명에게 각각 입점할 수 있도록 했다. 화개장터는 지난 2001년 5일장에서 관광형 장터로 복원되면서 하동지역 주민들에게만 입점권을 줬다. 이에 광양이나 구례지역 상인들은 주소를 하동으로 옮겨 영업을 해왔다. 하지만 이번에 새로 개장하면서 군이 그 조건을 강화하자 광양과 구례지역 상인들이 입점 조건을 갖추지 못해 쫓겨나게 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장옥시설 외에 관광객들 관심을 끌만한 새로운 건물도 들어선다. 화개장터는 김동리 선생 소설 <역마>의 주요 배경이 된 곳이다. 소설 주요 인물 중 한 명인 옥화가 운영하는 주막이 나오는데, 하동군이 그 주막을 '옥화주막'이라는 이름으로 되살렸다. 하동군은 화개장터 인근 화개면사무소 바로 옆 건물(전체면적 112㎡)을 사들여 현재 공사를 하고 있다. 총사업비는 4억 원 정도가 들어갈 것으로 예상한다. 2004년 박경리 선생의 <토지>를 드라마로 제작한 이종한 감독이 <역마>를 드라마로 제작할 예정인데 '옥화주막'을 세트장으로 활용할 계획도 잡혔다. '옥화주막'은 3월 말이나 4월 초에 문을 열 예정이다.

하동군은 또 화개장터가 인기가수 조영남 노래 '화개장터'로 말미암아 널리 알려진 점을 고려해 '옥화주막' 터 뒤편에 조영남 갤러리카페를 만들었다. 작년 4월 개관했으며 건물 1층은 카페로, 2층은 조 씨 그림과 사진을 전시하고 있다. 하동군 문화관광실 장동화 담당자는 "개장식은 화개장터의 상징적인 인물인 가수 조영남 씨를 초청하는 등 새롭게 변하는 화개장터를 전국에 알리기 위한 축제의 장으로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