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민일보·경남마케팅연구소 공동조사 경남지역 소비 트렌드] (6) 교육·여가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은 옛말이 돼가고 있다. 법조인의 관문인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은 연간 수업료만 2000만 원에 이르러 대한민국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노동자의 연봉과 맞먹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외무고시를 폐지한 이후 국립외교원을 수료하고서 임용된 신임 외교관 중에서 소위 스카이(SKY) 대학 출신의 비중은 72%에 이르고 있고, 입학생들 가운데는 특목고나 강남 3구 출신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부모들이 특목고나 입시 명문고에 보내고자 선행학습과 사교육에 지갑을 열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도 이제 3%대에 진입했다. 과거 고성장시대에는 경제성장으로 일자리가 늘었지만, 이제는 성장률이 낮아지고 시설 자동화 등이 이뤄지면서 일자리는 줄고 있다. 이렇게 치열한 경쟁 환경 속에서 자식에게 좋은 일자리를 갖게 해주고 싶은 부모에게 교육 투자는 자식에게 할 수 있는 합리적인 의사결정인 셈이다. 경남마케팅 연구소와 경남도민일보는 경남도민을 대상으로 교육과 여가생활에 대한 소비 패턴을 조사했다. 교육 지출 현황을 살펴보면 이러한 세태가 잘 반영돼 있다.

◇고소득 가구, 수입의 44% 교육비 지출 = 경남도민은 연평균 교육에 약 240만 원을 지출하며 1.82개의 교육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자녀 사교육(보습학원, 미술, 음악 등)은 연 평균 0.73개, 영어나 각종 자격증, 악기 등 자신을 위한 사교육도 0.52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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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서비스 종류별로 보면 자녀 사교육이 0.5번으로 가장 많이 나타났고, 본인 사교육과 자녀 공교육이 각각 0.4회, 본인 공교육 0.3회, 기타교육서비스 0.1회로 나타났다. 최근 공교육 신뢰도 저하와 사교육 의존 심화 현상이 사회문제가 되는 현실에서 실제 설문조사에서도 사교육 비중이 공교육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사교육 투자는 공교육 서비스가 더욱 전문화되고 다양화 되지 않는 이상 지속할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소득별 교육 실태를 보면, 고소득 가구일수록 자녀 사교육 빈도(200만 원 미만 1.3회·300만 원 이상 400만 원 미만 1.7회·500만 원 이상 2.3회)가 높게 나타나고 있다. 교육비 지출 금액 또한 소득과 비례해 증가하고 있다. 흥미로운 수치는 절대 금액도 높아지지만 소득에서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율 역시 더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200만 원 미만 가구에서 교육비 지출 비중은 18%지만 200만~300만 원 28.8%, 300만~400만 원 38.4%, 400만~500만 원 가구는 43.9%를 교육비로 지출하고 있다. 이는 부모의 소득이 자녀 교육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부의 세습에 이어 부모의 경제력이 자녀 학력마저도 결정 짓는 현실이 도래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지역별로는 거제지역의 교육비 지출(연간 323만 원)이 가장 높았고, 김해(255만 원), 진주(228만 원), 창원(216만 원) 순으로 나타났다.

주로 이용하는 교육기관으로는 학교가 33.6%를 차지했고, 사설 학원이 31.8%로 나타나 공교육만큼이나 사교육 이용 비중이 높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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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 여가활동 지출비, 김해 2배 이상 = 경남도민은 여가·취미활동에 6개월 평균 약 8.4회 참여하고 있다. 평균 지출 비용은 80만 원으로 조사됐다. 영화 관람 횟수는 3.2회, 스포츠 관람이 1.4회, 여행이 1.3회였고, 공연이나 전시회 관람 횟수는 1회도 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비교적 취미활동이 쉽고 시간이 적게 걸리는 영화 관람이 가장 높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지역별로는 거제지역은 스포츠 관람(7.7%)이 타 지역보다 낮은 반면에 공연(12.7%)과 전시 관람(10.6%) 비율은 더 높게 나타났다. 남부경남으로 대표되는 거제·통영의 경우 프로 스포츠 구단이 없고 통영국제음악당과 같은 공연 관람 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다른 차별화된 여가생활의 패턴을 보여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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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별로 여가활동 지출 금액은 차이를 보였다. 거제는 142만 원으로 경남지역 가운데 가장 높았고, 김해(약 60만 원)의 2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최근 남부경남을 대표하는 거제·통영시의 산업기반인 조선업이 세계적인 불황과 침체에 빠져 가계경제도 위협을 받는 시점에서, 가계는 여가활동과 외식 비용을 축소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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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진주로 대표되는 서부경남지역은 공기업·공공기관 이전과 정부의 항공산업 육성 정책에 발맞춰 일자리 증가와 함께 인구 유입도 예상된다. 이 때문에 산업 지형도가 남부경남인 거제·통영의 조선·중공업에서 서부경남의 항공산업과 바이오헬스산업 위주로 재편될 조짐이 점쳐진다. <끝> /서상윤(경남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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