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시 분임재무관 겸한 회계과장 직무연수로 장기간 공석…서열 3위 계장이 직무대리

공직사회에서 5급 사무관이 6급 주사에게 결재를 맡는다면 이해가 될까? 실제로 사천시에서 그 같은 황당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사천시가 지난해 말 승진인사를 하면서 5급 사무관으로 갓 승진한 ㄱ 씨를 회계과장 직무대리로 발령냈다. 그러면서 예산지출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분임재무관으로 임명했다. ㄱ 씨가 사무관으로 승진할 당시 회계과 주무계장인 경리계장도 5급 사무관으로 함께 승진했다.

문제는 회계과장 ㄱ 씨가 사무관 직무연수로 장기간 자리를 비우면서 발생했다. 5급 경리계장이 자신보다 서열이 낮은 6급 세 번째 계장에게 지출결재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 것. 이는 분임재무관인 회계과장이 자리를 비우면 세 번째 서열의 계장이 분임재무관 업무를 맡을 수밖에 없는 회계과 특성 때문이다. 회계과 주무계장인 경리계장은 지출원, 두 번째 서열의 계장은 물품출납원이 돼야 해 이들은 절대 분임재무관을 맡을 수 없다.

이처럼 세 번째 서열의 계장에게 회계과장 업무를 대신하도록 한 것은 결재와 지출이 한 사람에게서 이뤄지는 현상을 막고자 마련한 장치로, 예산을 지출하는 과정에서 실수나 잘못을 거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는 6주 동안 장기교육이 예정된 사무관을 분임재무관으로 임명할 당시부터 충분히 예견됐던 일이다.

하지만 시는 법적으로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입장만을 고수한 채 5급 사무관이 6급 계장에게 결재를 받아야 하는 황당한(?) 문제가 발생할 때까지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특히 이번 주는 설 명절을 앞두고 예산지출이 크게 늘어나 있는데다 주말께는 공사비 지급 등 사업부서 예산지출 관련 업무가 밀릴 것으로 보여 황당한 결재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한 퇴직 공무원은 "교육이 예상되는 사무관 승진자를 분임 재무관으로 발령하는 것은 희귀한 일"이라며 "5급 사무관의 경리계장이 6급 말단계장에게 결재를 받도록 하는 일은 분명히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권한대행이나 직무대리를 두도록 하는 사천시 규칙에 따라 서열 3위 계장을 과장 직무대리로 맡긴 것으로 이는 잘못이 아니다. 회계업무를 수행하는데도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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