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공사-철도시설공단 관리 책임 떠넘겨 수년째 방치

창원중앙역 광장 시계탑이 고장 난 채 수년째 방치되고 있다. 시계탑을 고쳐달라는 이용객의 요구는 빗발치지만 한국철도공사, 한국철도시설공단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시계탑 관리 책임 떠넘기기만 하고 있다.

최현영(54) 씨는 업무차 창원중앙역을 자주 이용한다. 그때마다 광장에 세워진 시계탑은 그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시계탑의 시계 4개가 모두 고장 나 방치돼 있기 때문. 최 씨는 "고장 난 지 1년이 훨씬 지났다. 기차를 타려는 누군가에게는 정확한 시각이 필요하지만 시계탑이 방치된 탓에 무용지물이다. 고쳐야 한다고 역무원에게 몇 번을 말했지만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최 씨는 1월 29일 자 <경남도민일보>에 독자투고까지 했다.

과연 시계탑은 고쳐졌을까. 일주일이 지나 4일 현장을 찾았다. 실제 시각은 오전 9시 40분이었지만 시계탑 시계 4개는 각기 7시 35분, 8시 7분, 9시 43분, 10시 1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여전히 고장이 나 있었다.

창원중앙역 광장에 세워진 시계탑. 관리 책임이 불분명해 시계탑은 고장 난 채 수년째 방치되고 있다. /김민지 기자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시계탑을 설치하지 않았고 관리의무가 없다고 했다.

지난해 3월 부임한 김용옥 창원중앙역 역장은 "이용객 민원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 방도가 없다"면서 "한국철도공사는 시계탑을 설치하지 않았고 관리 책임도 없다. 지난해 11~12월쯤 시계탑의 설치·관리 주체가 누구인지 한국철도시설공단과 창원시에 공문을 보낸 결과 '자신들이 하지 않았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정부는 2004년 철도산업구조개혁에 따라 철도건설은 한국철도시설공단, 철도운영은 코레일로 분리했다. 한국철도시설공단에서 기차역 등 공사를 하면 대체로 그 시설을 코레일이 인수해 운영한다. 하지만 창원중앙역은 한국철도시설공단으로부터 시설 등 인계가 없었다고 코레일은 주장했다. 다시 말해 시계탑 등 시설물은 한국철도시설공단의 소유라는 것이다.

이에 이광연 한국철도시설공단 영남본부 시설관리처 차장은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시계탑을 설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불똥은 다시 창원시로 튀었다.

하지만 확인 결과 창원시는 시계탑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창원시 공보담당은 "시계탑 위치는 시 터가 아니고 설치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시계탑 설치·관리 책임을 두고 한국철도공사,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싸우는 동안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다.

한편, 취재 이후 한국철도공사, 한국철도시설공단은 내부 논의 결과 코레일이 우선해서 자체 예산을 마련해 이번 달 안으로 시계탑을 고치겠다고 알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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