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중앙시장 옆 강구안, 2014년 9월 어느날 새벽. 몇 언론과 나는 청소차량 폐수 무단 방출 현장을 취재했다. 보도 후 수개월이 지난 그날, 시청사에서 폐수를 흘린 업체 대표를 만났다. 우연히 만나 짧게 이야기했는데 그는 정중히 요청했다. "폐수를 흘릴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취재를 해보는 게 어떻겠습니까." 좋은 생각이라며 화답했고, 강구안에 나갈 때마다 나는 폐수 무단방류 현장이기도 했던 그곳에 침출수가 줄줄 흐르는 쓰레기봉투가 매일 무더기로 쌓이는 현장을 확인했다. 주로 회를 뜨고 남은 부산물과 그 국물이 든 쓰레기봉투였다. 취재를 끝냈지만 미루다 결국 나는 관련 기사를 쓰지 못했다.

2년이 지났다. 이 업체는 지난달 관련 영업권을 타 업체에 팔았다. 나는 노동자 3명이 고용승계가 되지 않았다는 것을 기사로 썼다. 그 대표는, "언론에 많이 맞았다. 폐수 사건으로 영업이 힘들어진 것도 이유다. 고용은 인수 회사의 몫"이라고 말했다. 반대 측은 "고용되지 않은 3명이 폐수 무단 방출 제보자로 의심받고 있다"고 억울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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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그라드는 기분이었다. 청소노동자로 살면서 어느날 갑자기 직장을 잃은 아버지, 남편, 아들인 이들 노동자 3명의 명절이 남의 일 같지 않았고, 생선을 손질하면서 생긴 부산물과 이때 생긴 폐수를 그대로 봉투에 담아 버리는 상인들, 가정에서도 물기와 일반 쓰레기를 그냥 버리는 구조적이고 반환경적이며 의식적 문제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더 그랬다. 그리고 계도가 더딘 행정, 원인이 아닌 폐수 무단방출이라는 결과만을 쓴 나의 기사가 이 같은 결과를 만든 듯 했다. 깊이 반성한다. 울고 싶은 심정으로 실직 노동자 3명이 다시 일을 하기를, 세밑에 간절히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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