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월춘(60·사진) 시인이 등단 30주년에 시집과 에세이집을 동시에 냈다. <감나무 맹자>(황금알)와 <모산만필>(황금알)이다.

<감나무 맹자>는 지난 1986년 첫 시집 <칠판지우개를 들고>를 낸 이후 6번째 시집이다. 시인은 첫 시집 이후 <동짓달 미나리>, <추억의 본질>, <그늘의 힘>, <산과 물의 발자국> 등의 시집을 꾸준히 내왔다. <감나무 맹자>는 2009년 시집을 낸 후 6년 만에 나왔다. 이번 시집은 문예지, 동인지 등에 발표했던 작품 230여 편과 신작시 가운데 70여 편을 골라서 만들었다.

시에는 아버지, 어머니, 고향 등을 향한 그리움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늙은 감나무 한 그루/말없이 내 마음에 들어오신다/늦가을 바람에 멱살을 잡힌 가지들이/세상의 눈보라를 붙들고 우는데/뜨거운 강물 한 사발 들이킨 산 그림자는/당신의 배꼽 근처에 앉아/저녁연기의 노을 낙서를 읽고 있다/천자문을 베껴 쓰듯이 아버지/아버지의 삼베적삼을 부르고 부르다보면/푸른 욕망이 붉은 하루가 되어/잎 진 자리마다 말씀으로 돋아 상처를 핥을 터/서둘러 사라지는 햇살의 옆구리가 시리다"('감나무 맹자')

삶에 대한 성찰도 시 곳곳에서 드러난다.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이 강을 건너가고 있네/(중략)갈 길이 얼마나 남았는지 살피다가/지금까지 얼마나 왔나 돌아보지 못해/너무 늦게 차를 세운 게 아닌가 후회도 하지만/무엇이 내게 하늘 한 자락 허락하지 않았는지/잘못 앉은 내 삶의 여독이/다른 이에게 널리 퍼지지는 않았는지/(하략)"('물굽이에 차를 세우고')

문학에세이인 <모산만필>은 그가 지금까지 문예지 등에 발표한 서평, 발문, 감상평 등을 묶었다. '모산'은 시인의 호에서 따왔다. 시인은 "시평 등의 비평이라기보다는 시를 읽은 감상문"이라고 <모산만필>을 설명했다. 시인이 만난 시인들과 그들의 시, 진해에서 활동하는 문인들의 시 등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글로 담았다. 이성선의 '북두칠성', 강연호의 '월식', 고증식의 '저물녘', 이달균 시집 <장롱의 말> 등에 대한 생각들을 적었다. 시인은 <모산만필> 이후 산문집을 낼 계획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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