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가가라잉~' 따뜻한 꾸지람…시금치 손질 바쁜 와중에도 빠트리지 않고 전한 '온정'

남해바래길 1코스 다랭이지겟길. 유구마을 앞 조그만 모래사장을 스쳐지나 밭길로 접어들려는데 시금치 밭에서 일하는 동네 어르신을 만났다. 아버님 한 분은 시금치를 잘라내고 어머님 세 분은 잘라낸 시금치를 다듬고 계셨다.

"언제부터 했길래 이리 많이 캤습니꺼?"

"하루 종일! 시간이 없어. 설 쇠고 나삐면 가격이 떨어지거든."

"이거를 언제 숨구면 이래 큽니꺼?"

"가을에. 시금치는 지금이 딱 수확 철이거든. 이때 지내뿌면 잎이 누렇게 변해. 이거 하고 나면 또 마늘 심고, 여름에 마늘 비 내고 나믄 또 시금치 하고. 니 아직 장가 안 갔제? 어머이가 올해 몇이고?"

"장가 안 간 걸 우째 아십니꺼? 울 어머이 올해 70예."

"우리 막둥이도 장가 안 가고 속을 썩이 샀는다. 저 옆에 저 어머이는 85살이고, 우리는 느그 어머이보다 세 살 적다. 이쁘게 생깄구만은 와 장가를 안 갈꼬? 딴 거 다 잘해도 결혼 안 하면 못 하는 기라. 결혼을 해야 그게 부모한테 효도라! 저 저 아이스박스 안 있나. 그 안에 고구마 있은게네 다 묵고 가라."

장가 안 간다는 꾸지람을 들으며 집어든 고구마는 아직도 따뜻했고, 달고 맛있었다

남해바래길 시금치 밭 어르신들.
남해바래길 시금치 밭 어르신들이 준 고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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