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이장님]창원시 마산합포구 진전면 창포마을 이경래 이장

만을 낀 마산지역은 살갑게 바다를 접할 곳이 드물다. 만을 따라 서쪽으로 가다 구산면을 돌아 나와야 즐길 만한 바다가 펼쳐진다. 창포마을은 마산 서쪽 끝자락에 붙은 마을이다. 그나마 살갑게 다가갈 수 있는 마산 바다는 이 마을에서 끝난다. 더 지나가면 고성 바다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전면에서 고성군 동해면으로 가려면 창포마을을 지나야 한다. 100가구 정도 살며 주민 대부분은 어업, 수산가공업 일을 한다. 어업이 버거운 어르신들은 작은 밭을 일군다고 한다. 이경래(여·64) 이장은 지난 2014년부터 마을 살림을 맡았다. 임기 2년인 이장 일을 올해 다시 맡았으니 3년 차 이장이다.

"얼떨결에 이장 일을 맡았어요. 마을 회의에 참석했는데 추천을 받게 됐고, 바로 투표 없이 결정이 되더라고요. 그렇게 시작했습니다."

이 이장은 부지런하고 야무진 이장으로 인정받는다. 사람에 대한 평가야 저마다 다르겠지만 일 잘한다는 평가는 일관됐다. 마을 어르신 챙기는 마음이 유난하다는 칭찬도 덧붙는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전면 창포마을 이경래 이장. 이 이장은 '이장은 마을 사람 심부름꾼'이라는 확고한 생각으로 주민을 돌본다.

안무성(77) 창포경로당노인회장은 "진전면에서 이런 이장 찾기 어려울 것"이라며 "마을 사람들이 하기 싫은 일, 피하는 일도 알아서 하는 거 보면 예사 사람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얌체 쓰레기 처리 같은 일이다. 마을 입구 한쪽에 규격 봉투에 넣지 않고 슬쩍 버린 쓰레기다. 거둬가지 않은 채 뒹구는 쓰레기를 처리하는 일은 결국 이 이장 몫이다. 여름에는 악취까지 견뎌야 하기에 더욱 곤욕스러운 일이다. 이 이장은 남들 꺼리는 일에 가족까지 끌어들이곤 한다.

"그냥 제대로 규격 봉투에 버리면 되는데… 그래도 어찌합니까. 그대로 두면 마을이 흉하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텐데 저라도 치워야지요."

창포마을에서 태어난 이 이장은 초등학교 1학년이 되자 진해에서 살게 됐다. 아버지 직장 때문에 집을 옮겨야 했다. 그러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다. 그때가 벌써 16년 전이다.

이 이장은 30년 남짓 경상남도 여성능력개발센터 자원봉사회 활동을 했다. 교육기관인 센터는 자원봉사 활동도 활발히 펼치고 있다. 회원은 600~700명 정도다. 이 이장은 2009~2010년 총회장을 맡아 활동했다. 적지 않은 회원을 이끈 경험이 이장 일에 도움이 됐다. 일을 맡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고, 꾸준한 봉사활동 덕에 남일 돕는 일을 피하지는 않았다. 이장 일이라는 게 결국 마을 사람 심부름꾼 아닌가 하는 생각에 선뜻 나설 수 있었다. 하지만 극복해야 할 어려움도 있었다.

"그래도 여성단체 회원과 대화하는 것과 마을 어르신과 대화하는 것은 좀 다르더라고요. 처음에는 요령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고향 어른들이다 보니 모두 잘 해주시더라고요. 제가 무슨 일이 있거나 모르는 게 있을 때마다 고개 숙여 묻고 또 묻고 하니 예쁘게 봐 주십니다."

일을 결정하기 전까지는 말이 많아도 한 번 결정되면 이탈 없이 한마음으로 따르는 게 창포마을 사람들 방식이었다. 이장 일을 하면서 확인한 여기 사람 매력이다.

여성 이장이라고 그저 꼼꼼하고 살갑게 봉사하는 정도로 이 이장 능력을 제한할 수는 없다. 이 이장 실력은 마을에 큰 난리가 났을 때도 돋보였다. 창포마을은 지난해 창원지역을 강타한 폭우 피해를 제법 크게 입은 곳이다. 산이 무너지면서 마을을 가로지르는 도랑이 모조리 막혔다. 막막한 상황에서 이 이장은 면사무소를 발이 닳도록 드나들었다.

"자꾸 얘기를 하니 면사무소에서도 잘 챙겨주시더라고요. 면사무소 직원들이 고생 많았지요. 지금은 그래도 복원이 잘 돼서 다행입니다."

매일 마을을 돌며 행정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을 찾는 이 이장에게 요즘 고민은 두 가지다.

"마을 남쪽 경사지가 비가 올 때마다 흙이 쓸려 내려가서 불안합니다. 나무뿌리도 많이 드러나서 언제 무너질지 걱정이네요. 경사지에 옹벽을 설치하면 나무도 지키고 걱정도 덜고 하겠습니다."

이 이장은 나무뿌리가 드러난 경사지 사진을 내밀었다.

"그리고 가능하면 마을 주변에 산을 끼고 다닐 수 있는 괜찮은 산책길이 있는데 둘레길 같은 게 만들어졌으면 좋겠네요. 거창하게 만들자는 게 아니라 안내 표지판 세우고 불편한 길을 조금 정비하는 정도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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