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연대로 철거 막은 '철탑마을', 서울 난곡지구·경기 성남 '원주민 우선' 재개발 성공

전국적으로 무허가촌 개발이 이뤄지고 있지만 창원 가포5통은 일반적 사례와 차이가 있다. 대부분 무허가촌은 땅이 지자체 소유라 관 주도로 사업이 시행되는데 가포5통은 개인 땅이라 민간에서 공사를 계획하고 있다. 지자체 주도 개발에서도 주민과 갈등은 있었지만 끊임없는 고민으로 대안을 찾고 있다. 이 중 일부는 원주민이 안전하게 이주하는 등 성공 사례로 남았다.

◇난곡지구 원주민 50% 재정착 = 재개발 대안으로 나온 것이 순환재개발이다. 이 방식의 핵심은 원주민 재정착률을 높여 공동체를 유지하는 것이다.

순환재개발은 사업 주체가 재개발지역 세입자를 포함한 원주민이 공사 기간에 살 임시 거주지를 마련해 이주했다가 완공되면 다시 입주하는 방법이다. 이 때문에 원주민을 보호해 갈등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인근지역 임대 수요가 급증해 전월세가 오르는 부작용도 막을 수 있다. 특히 주거 공동체를 해체하지 않고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부산시 남구 대연·우암동 철탑마을 주민이 '마을 만들기 사업'을 진행하는 모습. /대연우암공동체

순환재개발 대표 성공사례로는 서울시 관악구 '난곡지구'가 있다.

난곡지구는 서울시 마지막 달동네로 1973년 최초 재개발구역 지정 이후 1982년 구역지정이 해제됐다. 1995년 새롭게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됐지만 동아건설, 대우건설 등 대형 민간 업체가 수익성을 이유로 사업을 포기했다. 사업시행자를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던 중 대한주택공사(현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가 공사를 맡았다.

난곡지구 원주민 일부는 LH가 제공한 신림 이주단지로 옮겨가 살다가 사업이 끝난 후 돌아왔다. 일반 재개발은 재정착률이 10~20% 정도인데 난곡지구는 50%에 육박했다.

특히 LH는 원주민 공동체인 주민권리협의회를 사업추진 전 과정에 참여시키고 수시로 의견을 교환하며 신뢰감을 쌓았다. 그 결과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냈다. 또 전반적인 사업계획과 시행 등 역할을 수행해 투명성 확보는 물론 사업 성공을 보장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경기도 성남시 또한 LH와 '구시가지 재개발사업 공동시행합의서'를 채택하고 공사에 나섰다.

이 지역은 70년대 서울 청계천 개발로 이주한 사람들이 많아 거주자 70%가 세입자였다. 또 20평 규모 주택에 5가구가 함께 사는 다가구주택이나 연립 주택이 대부분이었다. LH는 공사에 앞서 이주민들이 거주할 이주단지를 확보했다. 총 3단계 사업에 필요한 이주단지는 1만 1542가구로 이를 확보하고자 도촌지구와 판교신도시 등에 이주단지 4215가구를 건립하는 등 이주가 예상되는 2만 6000여 가구의 재정착을 도왔다.

◇부산 철탑마을 공동체 이야기 =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희망을 잃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부산시 남구 대연동과 우암동 일대 옛 부산외국어대학교(이하 부산외대) 뒤편 일명 '철탑마을' 주민들도 가포5통 주민과 같은 불안을 안고 있다.

이들은 30여 년 전 가난에 등 떠밀려 국유지였던 이곳에 무허가촌을 만들었다. 현재 53가구가 살고 있으며 60~70대 주민이 대부분이다.

불안은 1988년 부산외대가 일대 땅을 사들이면서 시작됐다. 1990년 부산외대가 마을 철거를 시도해 주민들과 물리적 충돌이 있었다. 이때 언론에서 마을에 송전탑이 있다는 이유로 붙여준 이름이 '철탑마을'이다.

한 번의 철거 위기를 맞았던 마을 주민은 똘똘 뭉쳤다. 지금까지 든든한 버팀목이 되는 '대연우암공동체'도 26년 전 비상대책위원회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철탑마을 마을 만들기 사업의 하나로 진행한 벽화 그리기. /대연우암공동체

2000년 부산외대가 주민들을 상대로 제기한 명도소송에서 사전예고 없이 철거 가능하다는 법원 판결이 났다. 주민은 이때 불안감이 극에 달했지만 연대 힘으로 버틸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들은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철거반에 대비해 보초를 서고 마을회관도 만들었다. 이곳에서 주민들은 한 달에 두 번 회의를 열고 철거 외에도 살아가는 이야기, 어려움 등을 공유하고 있다.

대연우암공동체는 마을 만들기 사업, 다른 단체와 연대, 주택협동조합 구성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손이헌 대연우암공동체 집행위원장은 주민들 바람은 마을이 깨지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불안에서 벗어나고 싶어 부산외대에 터 4만 2000평 중 주민들이 살 1000평을 구입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면서 "수용 여부는 부산외대가 판단하는 것이지만 우리를 쉽게 내쫓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유로 끈끈한 공동체 의식을 꼽았다. "부산시에서 수익성 토지 전환 허가가 안 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시도 마을 주민이 다른 단체와 적극적으로 연대해 활동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셈"이라면서 "부산외대로서는 넓은 땅에 아파트라도 짓고 싶겠지만 강제로 철거하지 못하는 것은 주민과 이 같은 활동이 부담스러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포5통 소식을 들은 손 집행위원장은 "땅을 소유한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주민들이 스스로 불안해하고 작아지는 것"이라며 "이런 때일수록 주민들끼리 똘똘 뭉쳐서 입장을 전달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작은 힘이지만 그분들을 돕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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