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ck 3d gpu
바로가기
메뉴로 이동
본문으로 이동

[허가받지 못한 삶] (9) 쫓겨나지 않은 무허가촌 사례

공동체·연대로 철거 막은 '철탑마을', 서울 난곡지구·경기 성남 '원주민 우선' 재개발 성공

김해수 이창언 기자 hskim@idomin.com 2016년 02월 03일 수요일

전국적으로 무허가촌 개발이 이뤄지고 있지만 창원 가포5통은 일반적 사례와 차이가 있다. 대부분 무허가촌은 땅이 지자체 소유라 관 주도로 사업이 시행되는데 가포5통은 개인 땅이라 민간에서 공사를 계획하고 있다. 지자체 주도 개발에서도 주민과 갈등은 있었지만 끊임없는 고민으로 대안을 찾고 있다. 이 중 일부는 원주민이 안전하게 이주하는 등 성공 사례로 남았다.

◇난곡지구 원주민 50% 재정착 = 재개발 대안으로 나온 것이 순환재개발이다. 이 방식의 핵심은 원주민 재정착률을 높여 공동체를 유지하는 것이다.

순환재개발은 사업 주체가 재개발지역 세입자를 포함한 원주민이 공사 기간에 살 임시 거주지를 마련해 이주했다가 완공되면 다시 입주하는 방법이다. 이 때문에 원주민을 보호해 갈등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인근지역 임대 수요가 급증해 전월세가 오르는 부작용도 막을 수 있다. 특히 주거 공동체를 해체하지 않고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부산시 남구 대연·우암동 철탑마을 주민이 '마을 만들기 사업'을 진행하는 모습. /대연우암공동체

순환재개발 대표 성공사례로는 서울시 관악구 '난곡지구'가 있다.

난곡지구는 서울시 마지막 달동네로 1973년 최초 재개발구역 지정 이후 1982년 구역지정이 해제됐다. 1995년 새롭게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됐지만 동아건설, 대우건설 등 대형 민간 업체가 수익성을 이유로 사업을 포기했다. 사업시행자를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던 중 대한주택공사(현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가 공사를 맡았다.

난곡지구 원주민 일부는 LH가 제공한 신림 이주단지로 옮겨가 살다가 사업이 끝난 후 돌아왔다. 일반 재개발은 재정착률이 10~20% 정도인데 난곡지구는 50%에 육박했다.

특히 LH는 원주민 공동체인 주민권리협의회를 사업추진 전 과정에 참여시키고 수시로 의견을 교환하며 신뢰감을 쌓았다. 그 결과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냈다. 또 전반적인 사업계획과 시행 등 역할을 수행해 투명성 확보는 물론 사업 성공을 보장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경기도 성남시 또한 LH와 '구시가지 재개발사업 공동시행합의서'를 채택하고 공사에 나섰다.

이 지역은 70년대 서울 청계천 개발로 이주한 사람들이 많아 거주자 70%가 세입자였다. 또 20평 규모 주택에 5가구가 함께 사는 다가구주택이나 연립 주택이 대부분이었다. LH는 공사에 앞서 이주민들이 거주할 이주단지를 확보했다. 총 3단계 사업에 필요한 이주단지는 1만 1542가구로 이를 확보하고자 도촌지구와 판교신도시 등에 이주단지 4215가구를 건립하는 등 이주가 예상되는 2만 6000여 가구의 재정착을 도왔다.

◇부산 철탑마을 공동체 이야기 =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희망을 잃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부산시 남구 대연동과 우암동 일대 옛 부산외국어대학교(이하 부산외대) 뒤편 일명 '철탑마을' 주민들도 가포5통 주민과 같은 불안을 안고 있다.

이들은 30여 년 전 가난에 등 떠밀려 국유지였던 이곳에 무허가촌을 만들었다. 현재 53가구가 살고 있으며 60~70대 주민이 대부분이다.

불안은 1988년 부산외대가 일대 땅을 사들이면서 시작됐다. 1990년 부산외대가 마을 철거를 시도해 주민들과 물리적 충돌이 있었다. 이때 언론에서 마을에 송전탑이 있다는 이유로 붙여준 이름이 '철탑마을'이다.

한 번의 철거 위기를 맞았던 마을 주민은 똘똘 뭉쳤다. 지금까지 든든한 버팀목이 되는 '대연우암공동체'도 26년 전 비상대책위원회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철탑마을 마을 만들기 사업의 하나로 진행한 벽화 그리기. /대연우암공동체

2000년 부산외대가 주민들을 상대로 제기한 명도소송에서 사전예고 없이 철거 가능하다는 법원 판결이 났다. 주민은 이때 불안감이 극에 달했지만 연대 힘으로 버틸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들은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철거반에 대비해 보초를 서고 마을회관도 만들었다. 이곳에서 주민들은 한 달에 두 번 회의를 열고 철거 외에도 살아가는 이야기, 어려움 등을 공유하고 있다.

대연우암공동체는 마을 만들기 사업, 다른 단체와 연대, 주택협동조합 구성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손이헌 대연우암공동체 집행위원장은 주민들 바람은 마을이 깨지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불안에서 벗어나고 싶어 부산외대에 터 4만 2000평 중 주민들이 살 1000평을 구입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면서 "수용 여부는 부산외대가 판단하는 것이지만 우리를 쉽게 내쫓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유로 끈끈한 공동체 의식을 꼽았다. "부산시에서 수익성 토지 전환 허가가 안 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시도 마을 주민이 다른 단체와 적극적으로 연대해 활동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셈"이라면서 "부산외대로서는 넓은 땅에 아파트라도 짓고 싶겠지만 강제로 철거하지 못하는 것은 주민과 이 같은 활동이 부담스러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포5통 소식을 들은 손 집행위원장은 "땅을 소유한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주민들이 스스로 불안해하고 작아지는 것"이라며 "이런 때일수록 주민들끼리 똘똘 뭉쳐서 입장을 전달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작은 힘이지만 그분들을 돕고 싶다"고 전했다.

신문 구독을 하지 않고도
경남도민일보를 응원하는 방법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http://www.idomin.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김해수 기자

    • 김해수 기자
  • 경제부에서 경남지역 상장사, 공기업, 대학창업, 여성경제, 유통, 소비자, 마이스/관광 등을 맡고 있습니다. ☞ 연락처 : 010-8560-89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