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장군이 맹위를 떨치는 요즘 겨울용 점퍼에 털모자를 눌러쓰고, 스마트폰을 조작하거나 귀에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으며 도로를 건너는 사람을 종종 볼 수 있다.

이렇게 아무런 안전장비를 갖추지 못한 보행자의 교통사고는 자칫 생명을 잃거나 중상해로 연결되기 십상이다. 실제 우리나라 인구 10만 명당 승차 중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2.6명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2.1명)의 1.2배 수준이나, 보행 중 사망자 수는 4.1명으로 OECD 평균(1.1명)의 4배로 월등히 높은 편이다. 또한, 노인 보행자 사고는 OECD의 6배, 어린이는 2배에 달해 교통 약자를 위한 예방 대책이 시급하다. 전체 사망사고의 40%를 차지하는 보행자 사고를 현재의 절반 이하로 감소시킨다면 OECD 중위권 도약의 발판도 마련될 것이다. 선진국은 오래전부터 교통정책의 패러다임을 자동차에서 보행자 중심으로 전환함으로써 보행자 사고 감소에 상당한 성과를 거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보행자 교통사고를 줄이려면 무엇보다도 방어보행이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보행자의 안전의식에 혁신을 가져와야 한다. 방어보행은 보행자가 사전에 위험 요소를 파악하면서 보행하는 것이다. 보행자는 자동차가 먼저 교통신호를 지킬 것이라고 막연히 신뢰하기보다는 자동차가 정지선에 최종 정지하는 것을 확인한 다음 길을 건너거나 주차된 자동차 때문에 시야 확보에 장애가 있다면 안전 여부를 확인한 후 걷는 것이 방어보행이다.

보행자 교통사고를 줄이려면 보행자의 안전의식 혁신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경찰서 등 관계기관의 역할도 막중하다. 관계기관은 현행 자동차 중심에서 보행자 중심의 교통문화로 정착할 수 있도록 교통안전시설 개선·법령 개정 등으로 교통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 또한, 보행자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에 대해 단속을 벌여 보행자 중심의 교통문화가 잘 정착되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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