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은 바로 지금부터] (9) 사천시 정동면 콩지은식품 이지은·이정수 부부

이름이 참 예쁘다. 콩으로 만든 식품이라면 된장 등이 떠오른다. '된장'이란 단어를 쓰지 않고도 한눈에 무얼 생산하는 곳인지 알 수 있게 이름 지은 주인장이 센스가 있다. 사천시 정동면 화암리에서 '콩지은식품'을 운영하는 이지은(47)·이정수(46) 부부다. 그러고 보니 대표 이름도 '지은'이다. "이름 짓는 데만 6개월이 걸렸어요. '콩지은'이라고 했다가 '지은콩'으로도 해 보고, 상품까지 걸고 아는 사람들에게 설문조사도 했습니다. 다들 '콩지은'을 꼽더군요. 많은 사람이 이름을 보고 성이 콩 씨냐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콩쥐 후손이라고 말합니다. 체험학습 온 아이들도 '콩 선생님'하고 부른답니다."

◇누군가 이어야 할 것 같았던 가업 = 결혼해 남편 정수 씨와 진주에서 살던 지은 씨는 귀농이나 가업을 잇는다는 것은 생각지도 않았다. 하지만 바쁜 도시 생활에 심신이 지쳐 마음의 위안도 받고 여유롭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단다.

사천시 정동면 화암리에서 '콩지은식품'을 운영하는 이정수(왼쪽)·이지은(가운데) 부부가 메주를 살펴보고 있다. 오른쪽은 이들 부부에게 가업을 물려준 지은 씨의 어머니 정윤식(68) 씨.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어릴 때부터 봐 온 일입니다. 우리 형제가 셋인데 제가 맏이이자 큰딸입니다. 모두 누군가 해야 한다고는 생각 안 했죠. 제가 부모님과 제일 가까이 살았습니다. 부모님 연세가 있으시니 각종 교육이나 메주 판매 업무 등을 남편과 함께 도왔죠. 그러다 점점 생각이 바뀌어 누군가 했으면 좋겠다 싶었고, 그래도 내가 이 일을 맡을 줄은 몰랐습니다."

2014년 10월 지은 씨 부부는 이 일에 뛰어들었다. 그런데 막상 일을 맡고 나니 밖에서 보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 귀농인 상당수가 우선순위로 꼽는 것이 메주, 된장 만드는 것이어서 수요보다 공급이 많은 사업이었다.

"힘든 일이었습니다. 어떻게 하나 고민을 하다 전국의 이름난 곳을 견학하고 벤치마킹하러 다녔습니다. 그런데 모두 메주 만드는 수준이 상당하더군요. 우리가 상상했던 이상이었죠. 장독이 천 개가 넘는 곳도 있었습니다. 맛도 맛이지만 수요가 중요한데 우리가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싶어 주눅이 들었습니다. 그러다가 우리보다 환경이 더 열악한데도 모범적으로 잘 운영하는 곳을 보고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계속되는 투자, 365일 하루도 쉰 적 없어 = 남들과 달리 가업을 이어받은 귀농이니 좋은 조건이 아니었을까? 지은 씨는 일부분 인정하면서도 '정당한 가격을 지급하고 인수'했음을 강조한다.

"부모님 노후문제도 있잖아요. 모두 돈을 내고 인수했습니다. 이곳 생활 1년이 훨씬 지났지만 여태 동네 뒷산도 못 가봤습니다. 지금까지 하루도 쉰 적 없이 일하고 있습니다."

기존에 있던 메주며 된장 등을 받아 판매를 이어갔지만 투자할 곳이 많았다. 가공공장 시설개선도 해야 했다. 그런데 이 시스템은 투자비를 바로 회수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된장, 간장은 일정기간 숙성을 거쳐야 해 시일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장독 속 장을 살펴보는 지은 씨 가족들./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사실 현재 욕심으론 엄마 수익의 네댓 배는 올려야 합니다. 하지만 그게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잖아요. 수익이 생각만큼 안 나오니까 부부싸움을 많이 했죠. 부모님 동네라고 마음의 준비를 하지 않은 탓이었죠."

◇메주 돌보고자 부모님 집으로 '완전 귀농' = 부부는 진주지역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이 대학에 입학하면 부모님 집으로 '완전 귀농'하려 했다. 그러나 일터와 쉼터가 떨어져 있어서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보통 12월에 메주를 만듭니다. 저녁에 불려둔 콩을 새벽에 남편이 장작불로 가마솥에서 삶죠. 그런데 새벽에 진주 집에서 일터로 오는 것도 문제고, 일을 마치면 피곤해 빨리 쉬어야 하는데 집이 멀어 일이 안 됐습니다. 아들에겐 미안했지만 작년 10월 친정으로 들어왔습니다. 공장 인수 때에도 돈을 냈듯이 부모님께 매달 집세도 냅니다."

메주를 만들면 띄우고 말리는 과정이 한 달 정도 소요된다고 했다. 사실상 그때부터 한 해 사업이 시작된다. 메주를 우체국 특산물로 판매하고 부모님 때부터 거래하던 분들에게 개인판매도 한다. "정월장을 담가 5∼6개월 뒤 장 가르기를 하죠. 장 가르기를 하고 1년 정도 숙성하면 깊은맛이 들어 된장과 간장을 판매합니다. 소비자들은 된장, 간장을 구매하는 추세이지만 우린 주로 메주를 판매하죠."

작년엔 1억 원 정도 매출을 올렸다고 했다. 이전에는 홍보를 안 해 얼마 안 됐으나 1년 새 매출이 늘었다. 학교급식 납품에다 교육프로그램과 연계해 애들이 많이 찾는단다.

지은 씨는 "순수익이 얼마인지 계산할 시기가 아닙니다. 투자비용이 많아 마이너스 2배는 될 겁니다. 초기 자금만 1억 원 넘게 들었고, 작년과 올해 콩 사들이는 비용만도 몇천만 원씩 됩니다. 콩 소비는 10t가량 되는데 우리가 농사지은 것과 정동면민들로부터 사들입니다. 그래도 모자라는 것은 농협을 통해 수매하죠. 생산품은 메주, 된장, 간장, 고추장이고 청국장도 출시할 예정입니다."

◇교육농장 겸한 전통 장류학교 만드는 게 꿈 = 부부는 최근 교육농장 신청을 했다. 자유학기제 시행으로 전국적으로 교육농장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교육농장 인증을 받으면 교육농장에서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한다. 지은 씨가 깨알 같은 자랑을 한다.

"체험농장은 신고만 하면 되지만 품질인증은 대부분 교육농장을 하시는 분들이 신청합니다. 정부 보조금을 받아 시설을 하고서 신청하는데 우리는 보조금 한 푼 받지 않고 있는 시설 그대로 신청했습니다. 품질인증 신청을 하면 농촌진흥청에서 교육프로그램이나 시설, 교사의 자질 등을 현지 실사하죠. 작년 11월 품질인증을 받았습니다. 사실 경기도 등 서울권은 자금력을 갖춘 대규모 농장이 많아 자력으로 품질인증을 통과한 사람이 더러 있습니다. 하지만 경남에는 시설투자금 안 받고 통과한 사람은 우리밖에 없죠. 농진청장이 자력으로 교육농장 품질인증 받은 농장을 키워야 한다고 말해 뿌듯했습니다."

부부는 앞으로 장류 생산을 늘리기보다 교육농장을 겸한 전통 장류학교를 만드는 것이 꿈이란다. "그런데 장류학교를 목표로 하면서 장류 판매까지 둘 다 잘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생산량을 줄이더라도 양질의 교육을 할 수 있는 장류학교 쪽에 치중하려 합니다. 그러려면 돈을 많이 벌어야 하는데 어쩌죠?"

매년 한 해가 저물면 아쉬움에 후회를 많이 했다는 지은·정수 씨. 그런데 작년을 보내면서 뿌듯함에 가슴이 벅찼단다. 지금까지 이렇게 만족감이 충만했던 적은 없었다는 그들. 비록 돈은 좀 안되더라도 마음으로 느끼는 만족감이 더 큰 덕분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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