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화콘텐츠 이야기, 문화관광 상품화 주목

경남 곳곳을 대표하는 문화콘텐츠는 지역의 주요한 자산이 됩니다. 도내 극단을 중심으로 공연단체들은 자생력과 브랜드를 높이려 뿌리를 둔 지역의 이야기를 작품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차별화한 스토리텔링은 작품성뿐만 아니라 대중성과 상품성도 인정받습니다. 여기에다 지자체가 문화관광상품으로 관심을 기울이면 그 시너지는 높아집니다.

◇창작물에 관심 두는 지자체

통영은 도내에서 내로라할 만한 문화의 고장이다. 작곡가 윤이상, 소설가 박경리, 화백 전혁림처럼 인물에서부터 나전칠기, 동피랑마을, 한산대첩 등 예향에 걸맞게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갖추고 있다.

통영 극단 벅수골은 이를 잘 활용한다. '통영스토리로드텔러'라는 이름으로 전혁림 화백의 이야기 <코발트블루>, 통영 가는개마을 설화 <치마꽃>, 음악가 윤이상과 백석 시인의 이야기를 담은 <통영! 나비의 꿈>, 동피랑 주민을 들여다본 <동피랑>을 만들었다. 모두 연극 작품이다.

하동 〈최참판댁 경사났네〉 공연 모습. /경남도민일보DB

이러한 작업은 올해도 이어진다. 통영 출신 시인 유치환이 남긴 편지로 창작극을 만든다. 청마의 사랑이야기를 모티브로 했다. <동피랑>도 보완할 계획이다. 윤이상 탄생 100주년을 맞는 내년을 대비해 <통영! 나비의 꿈>도 어떻게 발전시킬지 고민이다.

극단 벅수골은 벅수골소극장을 중심으로 관객을 만나고 있다.

벅수골 관계자는 "관광객이 많은 통영에서 공연물은 먹을거리와 자연풍광에 머물러 있는 관광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통영시도 지역 작품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 우수하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시를 대표하는 상품으로 제작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통영시 관계자는 "통영은 많은 예술가가 배출됐고 관련 작품이 많다. 그래서 어느 한 단체의 창작물만을 대표로 꼽아 시에서 활용하기 어렵다"고 사정을 말했다. 이어 "통영연극예술축제에 예산을 투입해 지역 콘텐츠 개발을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거제도 비슷한 사정을 이야기했다. 거제포로수용소유적공원은 극단 예도가 만든 연극 <거제도>에 대한 관심은 크지만 당장 무대화할 수 없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거제도>는 포로수용소가 들어서면서 주권을 잃은 서민들의 삶을 다룬 작품이다.

거제포로수용소유적공원 관계자는 "비용 대비 관객 수, 흥행이 관건이다. 더 고민할 부분이다"고 했다.

◇공연으로 문화·역사 설명한다

반면 공연물을 잘 활용하는 지역도 있다. 하동이 대표적이다.

큰들문화예술센터(이하 큰들)는 2010년 박경리 소설 <토지>의 배경인 평사리를 무대로 마당극 <최참판댁 경사났네>를 만들었다. 최근 몇 년 동안 하동 최참판댁에서 정기공연을 했다.

하동군은 올해도 최참판댁과 화개장터에서 주말 상설공연을 진행한다. 지역 공연단체와 연계할 계획이다.

이는 단체의 경쟁력을 높인다. 한 해 고정된 정기공연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이 몇천만 원 단위라 살림살이에 큰 도움이 된다.

하동군 관계자는 "<최참판댁 경사났네>는 하동의 상징적인 작품으로 거듭났다. 몇 년 동안 선보였더니 마당극을 보러 일부러 찾아오는 관광객도 늘고 있다. 무엇보다 교육적인 내용도 포함돼 아이를 둔 부모에게 반응이 좋다"며 "올해도 마당극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진주도 역사와 문화를 관광객들에게 쉽게 설명하려고 공연을 활용한다. 진주유등축제를 주관하는 진주문화예술재단은 유등의 기원을 알리려고 공연단체와 협업한다.

큰들 <진주성 싸울애비> 공연 모습. /진주문화예술재단

큰들은 지난해 유등축제 기간에 진주성 특설무대에 <진주성 싸울애비>를 올렸다. 임진왜란 3대 대첩 중 하나인 진주대첩을 승리로 이끈 진주 민초들의 이야기로 네 번째 마당에서 유등을 자세히 보여준다.

진주문화예술재단은 2012·2013년에 진주 극단 현장과 뮤지컬 <유등>을 제작해 무대에 올리기도 했다.

재단 관계자는 "관광객들에게 유등이 진주대첩의 군사신호로 남강에 띄워졌다고 일일이 알리기 어렵다. 하지만 공연으로 보여주면 쉽게 이해한다.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함안군 적극적…대표 콘텐츠로 제작

이런 가운데 올해 함안군이 주목된다. 지자체장이 직접 나서 지역문화콘텐츠를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차정섭 함안군수는 함안 극단 아시랑이 제작한 <아라홍련>을 각색·보완해 군을 대표하는 공연물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연극 <아라홍련>은 성산산성에서 700년 만에 발굴한 연씨앗으로 꽃을 피운 아라홍련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옛 아라가야의 찬란했던 시대를 스토리텔링했다.

차 군수는 지난해 함안문화예술회관에서 공연했던 <아라홍련>에 카메오로 참여하기도 했다. 문화에 관심이 많은 단체장이다.

차 군수는 "오래전 중앙의 현직에 있을 때 문화예술분야에서 일했다. 다른 분야보다 관심이 높다"며 "농촌에서도 문화를 쉽게 접해 풍요로운 삶을 누려야 한다. 그러려면 함안만의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 어찌 보면 늦은 감이 있다. 이런 가운데 <아라홍련>은 새로운 계기가 됐다"고 했다.

함안문화예술회관은 도내 군 지역 가운데 문화예산이 가장 많다. 수준 높은 공연을 저렴하게 선보여 인근 창원시민이 찾고 의령과 창녕 지역민의 문의도 많다. 올해 30개 공연을 기획해 객석 점유율 80%를 목표로 세웠다.

함안군은 <아라홍련>을 함안박물관 등 야외공연장에서 상설 공연할 수 있도록 검토하고 있다. 말이산고분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사업과 함께 아라가야의 문화콘텐츠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차 군수는 "극단과 함께 함안의 이야기, 함안 문화를 대내외적으로 알리겠다. 함안군만의 문화예술을 만들어내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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