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보단 돌봄·입양 주선 우선…"생명 위한 걸음 늘 환영"

반려동물 수 1000만 시대가 오면서 동물 그 이상의 가치이자 또 하나의 가족이 됐다.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에 따르면 반려동물 시장규모는 2010년 1조 원대에서 지난해에는 1조 8000억 원, 2020년에는 6조 원대로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 때문인지 주택가 주변에는 애완동물용품점이나 애견·애묘카페도 빠르게 느는 추세다. 장기간 집을 비울 경우를 대비해 반려동물 호텔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시장은 커지고 있지만 반려동물 사정은 쉬이 나아지지 않는다. 여전히 강아지, 고양이와 같은 대표적 반려동물은 전통시장에서 단돈 만 원에 거래되고, 숍에서 판매되는 강아지들은 어미젖을 적게 먹어 면역성이 크게 떨어진다. 또 병이 들어서, 지겨워져서 혹은 말을 듣지 않아서 버려지는 경우도 심심찮게 발생한다.

그런 상황에도 유기견들의 천국이 있다. 창원대 인근 애견카페 펍스토리다. 이곳에는 아픔을 극복한 가족이 여럿이다. 펍스토리에는 입양된 강아지 11종, 총 19마리가 있다. 이 중심에는 '멍구 아빠' 이상철(55) 씨가 있다. 멍구는 이 씨가 두 번째로 입양한 강아지(캐니스펜더)다.

강아지를 안고 있는 이상철 씨. 이 씨는 "유기견들이 소중한 가족을 맞는 것이 큰 기쁨"이라 말한다.

이 씨는 애견카페 주인장이자 19마리 강아지들의 아빠다.

그는 "애견카페를 햇수로 4년째 운영 중인데 영리목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따로 직장도 있지만 내겐 가엽고 예쁜 강아지들을 돌볼 수 있는 장소가 필요했다"고 담담하게 전했다.

그가 19마리의 강아지와 인연을 이어간 것은 유기견보호센터 봉사활동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강아지를 좋아했던 이 씨는 유기견보호센터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눈에 밟히는 강아지들을 집으로 한 마리 두 마리 데려오면서 대가족이 됐다고 한다.

"예전에 사택에서 강아지 8마리와 함께 살 때가 있었는데 새로 이사 온 사람들이 개를 보고 민원을 많이 넣었어요. 새벽에 몰래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을 가다 사람들을 만나 본의 아니게 놀라게 한 적도 많았죠.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내가 돌보겠다는 생각에 애견카페를 열게 됐죠."

강아지와 놀아주는 이상철 씨.

애견카페가 열린 뒤 기하급수적으로 돌봐야 할 강아지들이 많아졌다. 그가 유기견보호센터에서 파양된 강아지를 데려오는 경우도 있지만 인간의 이기심으로 생긴 가족들도 많았다.

이 씨는 "카페가 열리기 전, 문 앞에 강아지를 버려두는 경우도 있었고, 직장 생활 때문에 더는 강아지를 키우지 못한다며 맡긴 적도 있다. 심지어는 카페에 강아지만 두고 가는 주인도 있었다. 그렇게 생긴 새로운 가족들 중 입양을 보낸 아이들도 심심찮게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입양된 강아지 사진을 살며시 건네보였다. 50마리 정도가 보였다. 이 씨는 "입양보낸 아이들의 절반 정도"라고 말했다. 펍스토리에서 유독 많은 강아지가 새로운 가족을 만나는 이유는 따로 있지 않다. 직접 보고 느끼는 까닭이다.

"이곳 강아지들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듬뿍 받아요. 사람의 정이 그리운 강아지들이 사람 손을 많이 타서 사람을 잘 따르죠. 정이 그리운 아이들이 소중한 가족을 만나는 것은 제게 또 하나의 즐거움입니다."

이 씨는 전국 유기견보호센터의 운영 상황을 보면 안타까움만 있다고 한다.

"1년에 버려지는 동물이 10만 마리 정도가 된다고 합니다. 근데 정부나 지자체는 사실상 손을 놓는 것과 다르지 않아요. 때문에 유기견보호센터에 있는 강아지들은 자원봉사자들이 나서서 식대와 병원비를 쓰는 현실입니다. 또 유기견 홍보기간도 너무 짧아요. 20일 동안 유기견 입양자를 찾지 못하면 소중한 생명은 안락사로 생을 마감하게 되죠. 그나마 창원, 밀양 등 경남은 안락사가 없는 편입니다."

이 씨는 또 하나의 가족을 원하는 이들에게 부탁했다.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라는 말이 있잖아요. 특히 유기견보호센터에서 입양하면 돈도 안들어요. 진짜 반려동물을 원하는 분들이 있다면 사람의 정을 그리워하는 유기견으로 시선을 돌려주세요. 그리고 유기견보호센터에 일손이 많이 부족합니다. 소중한 생명을 위해 발걸음해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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