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겪고도…'안일한 대응 잠복한 불안

지난해 창원중학교에서 발생한 결핵 집단 감염이 해를 넘겨 아직 '잠복' 상태다. 보건당국은 추가 감염은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새 학기를 앞두고 학부모들은 여전히 불안해하고 있다.

지난해 8월 31일 3학년 학생 한 명의 결핵 확진 이후 넉 달 만에 학생과 교직원 등 84명이 결핵에 감염됐다. 이 중 14명이 다른 사람에게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 활동성 결핵환자다. 나머지 70명은 결핵균에 노출됐지만 전파하지 않는 '잠복결핵' 감염자다.

질병관리본부와 창원시보건소는 지난 14일 2차 역학조사 결과 발표 이후 28일 현재 추가 감염자는 없다고 밝혔다. 결핵 또는 잠복결핵 감염자 84명은 약물치료를 받고 있다. 보건당국은 3차 역학조사로 오는 2월 3일 전교생과 교직원을 대상으로 흉부 X-선 검진을 해 최종 점검할 예정이다.

보건당국은 이처럼 결핵 감염이 확산한 이유에 대해 "최초 지표환자가 이례적으로 전염력이 매우 강해 감염자가 다수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보건당국과 학교당국의 안이한 대응과 허술한 매뉴얼도 확산 원인으로 지적됐다.

◇매뉴얼대로 했다는데… = 보건당국은 지난해 12월 30일 집단 결핵 감염이 언론에 처음 보도되자 그날 오후 뒤늦게 창원시청에서 관련 브리핑을 했다. 2차 역학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소집단 결핵'이라며 애써 사안을 축소했다. 그러면서 질병관리본부 대응 매뉴얼에 따라 역학조사를 진행했다고 강조했다. 매뉴얼에 따르면 결핵환자 신고가 접수되면 즉시 역학조사 범위(밀접접촉자)를 선정하고, 1차 역학조사로 흉부 X-선 검사와 피부반응검사(TST)를 한다. 이들 검사에서 감염이 의심되면 혈액검사(IGRA)를 한다. 이어 3개월마다 2·3차 역학조사를 벌인다.

결핵은 공기로 전염하는 지역사회 질병이다. 결핵환자가 발생하면 그 환자와 밀접 접촉한 사람의 30%는 감염돼 잠복결핵이 되고, 잠복결핵의 10%는 활동성 결핵환자로 전환될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초 1차 역학조사에서 밀접접촉자 대상을 좁게 설정해 상당수가 관리 대상에서 벗어나는 결과를 낳았다. 전교생과 교직원 등 766명 가운데 밀접 접촉자 91명만 피부반응검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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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뒤 11월 16일 시작된 2차 역학조사에서 다수 감염이 발견되자 12월 8일 전교생과 교직원으로 검사 대상을 확대했다. 또 질병관리본부 일정과 검사시약 부족으로 피부반응검사가 20일 늦춰지는 등 역학조사가 부실했다.

창원시보건소 관계자는 "1차 흉부 X-선 검사에서는 아무도 안 나왔고, 매뉴얼에 따라 밀접 접촉자 중심으로 피부반응검사와 혈액검사를 했는데 전염성이 이렇게 강할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추가 결핵감염 우려 없다? = 보건당국은 지난 14일 2차 역학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28일 전교생과 교직원 상대로 추가 혈액검사를 진행한 결과, 초기 결핵환자 14명·잠복결핵 감염자 70명을 추가 확인했다는 내용이었다. 보건당국은 이날 브리핑에서 "초기 결핵환자 가운데 10명은 흉부 X-선 검사로는 진단이 어려운 초기 결핵으로 정밀검사인 흉부 CT 촬영으로 발견한 사례로, 발생 초기에 발견해 조기 치료뿐만 아니라 2차 전파를 차단했다"고 설명했다.

창원시보건소는 2차 역학조사가 진행 중인 4일에야 '결핵 대응 대책 TF'팀을 긴급 구성했다. 최윤근 창원보건소장은 "현재 학생·교직원뿐 아니라 가족과 학원생 등 조사 범위를 광범위하게 설정해 검사를 모두 마쳤고, 이를 통해 발견된 초기 결핵환자는 등교 중지와 치료가 이뤄져 더는 추가 결핵 감염을 우려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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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당국은 역학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잠복결핵' 감염은 다른 사람에게 균을 전파하지 못해 전염성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가운데 결핵 발생률과 사망률 1위라는 불명예에서 벗어나려면 잠복결핵까지 철저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잠복결핵은 X-선 검사에서는 나타나지 않고, 피부반응검사와 혈액검사에서만 양성으로 나타난다. 창원중학교 1차 역학조사에서도 X-선 검사에서 나타나지 않았다가 피부반응검사를 하고 나서 잠복결핵감염자가 다수 발견됐다.

경남도의사회 박양동 회장은 "결핵균은 공기 중에 떠다니기 때문에 예방이 쉽지 않다. 결핵 관리에서는 조기 발견과 조기 치료가 가장 중요하다. 예방 정책으로 잠복결핵 치료 대상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잠복결핵 진단을 위해 혈액검사가 일차적 방법으로 사용되고 있고, 치료가 필요한 잠복결핵 감염자는 법에 따라 의무적으로 신고하게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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