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만나다]장상환 경상대 경제학과 교수

답답한 현재의 고민을 털어놓고 공감하고 싶을 때, 뭔가 현명한 답을 얻고 싶을 때, 지혜로운 삶의 모습을 찾고 싶을 때 문득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경남지역 다양한 분야에서 천천히 한 걸음씩 행복한 사회를 향해 전진하며 크고 작은 울림을 선사하는 사람들을 만나려 합니다. 그들에게 문득 경남을 묻고, 지역을 묻고, 현재를 묻고자 합니다.

민주노동당 창당과 함께 당 정책위원장을 지내면서 '당신은 행복하십니까? 살림살이 좀 나아졌습니까?'라는 2002년 대선 권영길 후보의 캐치프레이즈를 만들어낸 주인공 장상환(65·사진) 경상대학교 경제학과 교수가 2월 말이면 정년퇴직합니다. 퇴직 후 우리 사회의 '불평등' 문제를 연구하고 싶다는 그를 만나봤습니다.

여당 독식, 국민이 놔두진 않을 것

- 지금 정세를 보자면 오는 4월 총선 결과 자칫 범야권이 몰락하고 개헌 저지선을 확보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우리 국민이 그런 상황을 내버려 두지는 않을 것입니다. 야권 선거연대, 후보 단일화 요구가 굉장히 강하게 나타나리라고 봅니다. 여론조사를 보면 여당 지지율이 40% 선을 넘지 않아요. 야당은 나뉘어 있고, 무당파가 있는데 무당파들이 여당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라는 거죠. 여기서 모여서 여론을 형성하지 않을까 봅니다. 박근혜 정부가 한 게 민주주의를 퇴행시켜 왔으니 국민은 위기감을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 진보정당도 분열, 헌재 결정 이후 일어설 동력을 못 찾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도 드는데요.

"우리나라 현재 상황이 '헬조선'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양극화가 심해졌습니다. 그러면 당연히 그에 대응해서 진보적인 정치 요구가 높아지고 진보정당이 성장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상황은 그렇지 않은 거죠. 그렇게 된 것은 사실 외환위기 직후에 노동자들이 대량 실업의 위험에 직면하자 복지를 통해서 비빌 언덕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그 힘이 민주노동당으로 모인 겁니다. 그런데 그 다음이 문제였던 것 같아요. 당의 간부들 상근자들 국회의원들 이런 사람들이 당원들 뜻에 따라 활동하도록 강제할 수 있는 시스템 이런 게 취약하지 않았는가 생각합니다."

- 이른바 '당 조직의 관료화'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10만이라는 당원들이 있었지만, 정파적인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대의원을 장악했습니다. 그래서 이른바 자주파들이 당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식으로 간 것이고 그들이 민생문제는 소홀히 하고 국가보안법이라든지 이런 데 상당히 힘을 쏟다 보니 점점 지지도가 내려가게 되죠. 지지도가 내려가면 지지도를 올리기 위해 모색을 하고 해야 하는데 하지 않고 (당직) 자체가 자기의 생활 기반이 되고 직장이 됐으니까 독점하는 경향이 커지게 됩니다. 결국은 당이 분열됐죠."

- 어쨌거나 현실 정치·선거에서 당위만으로는 승리하기 어렵지 않을까요?

"그래서 이번에 정의당을 주축으로 해서 몇 개 당이 모였는데 아직은 동력이 큰 것 같지는 않습니다. 민주노총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한다거나 그런 상황이 아니고, '조정기'라고 봅니다. 이미 여당하고 (분열되기 전의)야당에다 진보진영 후보까지 나오면 여당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크죠. 그래서 야권연대가 이뤄지지 않으면 지역구에서는 거의 당선 가능성이 낮습니다."

- 큰 틀에서 진보 정치 전망을 하신다면.

"대중들이 민주노동당 당원으로 10만 넘게 모였는데 실망하니까 탈당하고 나서 가만히 있는 거죠. 그런 사람들이 다수니까 다시 동력이 모이려면 시간이 걸릴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나마 상황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은 야당이 지리멸렬해가는 거죠. 야당이 튼튼하게 있으면서 서민들 요구를 수용해버리면 진보정당이 움직일 공간이 좁아지는데 야당이 약해지니까 진보정당이 움직일 기회가 생기는 겁니다."

농업문제, 직접지불 확대로 풀어야

- 한국 농업에 대해 얘기 나눠보죠. 한국 농업 위기의 근본은 무엇일까요?

"농업이 위기인 건 맞습니다. 그러면 선진국도 다 농업 위기를 맞았느냐면 아니라는 거죠. 스위스는 농업에 굉장히 불리한 나라인데도 농업이 유지되고 있고, 미국은 농업이 거대한 산업이 되고 있고, 일본은 도농간 격차가 우리보다는 작고. 그게 왜 이렇게 됐냐면 우리나라가 농업보호정책을 제대로 시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신자유주의적인 개방 농정으로 전환됐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선진국형 농업정책을 우리도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어떤 게 선진국형 농업 정책일까요?

"직접지불제를 대폭 확충해야 합니다. 이 직접지불제는 농산물 생산뿐만 아니고 농촌의 경관을 보전하는 것을 포함해서 다원적 가치에 대해 보상하는 방식이 돼야 합니다. 농사를 안 짓더라도 거기에 살고 있다는 자체가 우리 국토를 유지하고 풍요롭게 한다는 가치까지도 평가해서 소득을 보전하는 선진국형으로 가야죠."

- 농민들이 단순히 정부 예산만으로 생존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덴마크 농업을 견학할 기회가 있었는데 덴마크 농업이 강한 이유가 두 가지였어요. 하나는 정부의 농업정책이고 하나는 농민의 능력이라고 하더군요. 농민 능력은 또 둘로 나뉘는데 하나는 기술력이고 하나는 조직력이라는 겁니다. 기술력은 우리나라가 상당히 좋은데 조직력이 약한 거죠. 조직력을 강화해야 하는데 농협 개혁을 통해 이뤄야 합니다."

'불평등' 만악의 근원

- 앞으로 계획을 말씀해주시죠. 정치 활동 계획부터.

"출마한다든지 그런 정치활동 계획은 없습니다. 노동당 평당원으로서 진보정치 선진화를 위해서 작은 역할이나마 하려는 것입니다."

- 농어촌사회연구소장을 맡고 있는데, 연구활동 계획은 어떻습니까?

"불평등에 대해 본격적으로 연구해보고 싶습니다. 대기업의 독점적 지배력 때문에 중소기업이 압박받고 중소기업은 저임금 노동자를 쓸 수밖에 없습니다. 또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임금 절약을 위해 비정규직을 쓰고. 이런 기업 경영 형태에서 큰 불평등이 시작된다고 봅니다. 불평등이 우리 사회의 코어(핵심) 문제라고 봅니다."

- 불평등이 나타나는 형식은 어떤가요?

"불평등의 영향이 여럿 나타나는데 경제적으로는 가계 부채 증가로 나타납니다. 가계 부채가 증가하면, 늘어날 때는 수요가 늘어나고 경기 활성화에 어느 정도 기여합니다. 하지만 더이상 늘어나기 어려운 상황, 그리고 사람들이 갚지 못하는 쪽이 되면 소비를 위축시키고 위기의 원인이 됩니다. 또 과도한 사교육 열풍, 좋은 대학 보내려는 욕구가 더 커지죠. 불평등이 커질수록 사람들이 장래가 불안하니 저출산이나 3포 세대 같은 문제도 나타났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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