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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가받지 못한 삶] (7) 갈등이 반복되는 이유

원주민 외면하는 '개발 법' 살아갈 권리조차 앗아가…보상근거 없어

김해수 이창언 기자 hskim@idomin.com 2016년 01월 27일 수요일

주민들은 부영, 학교법인 한마학원(경남대)보다 먼저 가포5통에 발을 디뎠다. 살림이 넉넉지 않아 허름한 집에 터를 잡아야 했지만 성실하게 살았고 이제는 장성한 자녀와 손자 사진이 집집이 걸려 있다. 그 세월이 적게는 20년, 많게는 50년이다. 이들이 삶의 터전에서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후하게 쳐도 1000만 원 = 우선 철거 위기에 처한 곳은 도로와 인접한 30여 가구다. 당장 3월 도로 확장 공사가 시작하면 집을 비워줘야 한다.

도로 확장은 부영주택에서 2006년 경상남도에 주택건설사업계획을 제출하면서 '가포순환로 확장·도로 개설 후 창원시에 기부한다'는 내용을 포함해 추진됐다. 창원시는 이 도시계획시설을 승인했다.

도시계획시설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의한 도로, 공원, 철도 등 기반시설 중 도시관리계획으로 결정된 시설이다. 도시관리계획은 지자체에서 시행하지만 민간기업에서 공사를 진행하고 무상 기부하게 해 재정부담을 덜기도 한다.

도로 확장 공사에 들어갈 창원시 마산합포구 가포동 가포5통 무허가 주택 앞에서 주민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해수 기자

지자체에서 직접 도로 확장을 한다면 무허가 건물도 보상받을 수 있다.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제61조(사업시행자 보상), 제78조(이주대책 수립 등)에 근거해 공익사업으로 주거용 건물의 거주자에 대해 주거 이전에 필요한 비용과 가재도구 등 동산 운반에 필요한 비용을 산정해 보상한다.

그러나 민간기업에서 개발한다면 무허가 건물 보상 기준은 없다. 지상권 등을 이유로 주민들이 요구할 수 있는 부분도 이주비와 집 정도다.

신삼호 건축사는 시공사에서 후하게 감정해도 주민들이 받을 수 있는 보상금은 1000만 원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주비는 이사비를 말하는데 많아야 100만 원이다. 평균 집값을 평당 300만 원으로 잡고 30년 된 10평짜리 집을 보상한다고 가정하면 감가 상각에 따라 평당 50만 원, 주택 보상가는 500만 원 정도다. 담장, 유실수 등 항목은 추가할 수 있지만 10만~20만 원 정도로 금액이 적다. 이사비, 집, 과수 등을 넉넉하게 보상받아도 가포5통 주민이 받을 수 있는 보상금은 가구당 1000만 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주택 평균 전세금이 평당 300만~400만 원인 것을 고려하면 이 보상금으로는 10평짜리 전세도 그림의 떡이다.

◇실거주자 보호법 없어 = 원주민을 위한 울타리는 애초부터 없었다.

한마학원이 부영에 땅을 넘길 때 주민들에게 매각 소식을 알릴 의무조차 없다. 땅 문서를 사고파는 과정에서 무허가 촌 주민들은 임야 위 자갈, 모래에 불과한 것이다.

주택건설사업계획을 승인해준 경상남도도 도시계획시설을 승인한 창원시도 보상과 관련한 모든 권한은 부영에 있고 지자체 차원에서 주민 보상과 관련해 조건을 붙일 만한 법률이 없다고 했다.

창원시 관계자는 "재개발, 재건축도 마찬가지지만 결국 도시 정비가 필요한 곳에는 극빈층이 있는데 시공사에 이주대책을 요구하는 것도 현재로서는 한계가 있다. 딱한 사정을 알아 도와주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시공사 측에 보상을 요구할 법률적 근거가 없어 난감하다"고 말했다.

허정도 창원대학교 건축학과 초빙교수는 개발 법을 실거주자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무허가 땅에 살고 있지만 주민들은 주민등록번호도 있고 투표도 할 수 있다. 행정적으로 국가가 이들이 가포5통에 살고 있다는 것을, 대한민국에서 국민으로 살 권리가 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라며 "그런데 법적으로 해석하면 이들은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사람이 된다. 개발과 관련해서는 아무 권리가 없다. 이것이 우리나라 법의 모순"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개발 관련 법은 소유권만 인정하고 거주권은 인정하지 않는다. 대표적으로 재개발은 주민 70%가 동의하면 진행이 되는데 30%라는 많은 주민의 의견은 무시당하는 것이다. 독일의 한 주에서는 재개발을 하려면 세입자를 포함한 모든 재개발 구역 사람들의 주거를 보장해야 한다. 그래서 대규모 개발 사업을 쉽게 진행하지 못한다. 재산보다 삶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논점을 개발 주체가 아닌 그곳에 사는 사람에게 맞추고 보상 범위에 사회·윤리적 책임까지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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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해수 기자
  • 경제부에서 경남지역 상장사, 공기업, 대학창업, 여성경제, 유통, 소비자, 마이스/관광 등을 맡고 있습니다. ☞ 연락처 : 010-8560-89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