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우해이어보 (10)

창원에는 원래 홍어집이 없었다. 1970년대 후반 창원공단이 본격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할 때 전라도 지방에서 많은 사람이 들어오면서 홍어가 창원에 자리를 잡았다. 이때 전라도 해안지방이 고향인 사람들도 많이 들어왔는데, 이 중에는 경상도에서는 먹기 어려운 홍어를 그리워하는 이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그 이후부터 창원에도 홍어집이 한두 집씩 생겨나게 되었다.

처음 홍어를 맛본 사람들은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시골에서 닭이 알을 품어 부화를 하다가 부화하지 않은 계란을 거름에 넣어 삭힌 곤계란이나 가자미나 간재미, 넙치 종류를 거름에 삭힌 식해를 먹어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홍어를 싫어하지 않았다. 물론 곤계란, 가자미식해, 삭힌 홍어는 각각 독특한 맛이 있고 서로 다르다. 요즈음에 곤계란이나 가자미식해는 시중에서 팔지 않아 직접 만들어야 하지만 삭힌 홍어는 시중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특히 홍탁 혹은 홍어삼합이라는 이름으로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누군가의 소개로 목포에서 이곳으로 왔다는 주인이 운영하는 어느 홍어집에 간 적이 있다. 주인은 옛날 권번 출신으로 상 차리는 일을 하셨던 분인데 홍어 요리가 일품이었다. 홍어를 재료로 하는 홍어삼합, 애탕, 매운탕, 지짐, 튀김 등 모든 요리에 능숙한 분이었다.

마산 어시장에서 볼 수 있는 말린 가오리. /박태성

이분의 홍어 요리 솜씨도 일품이지만 입담도 더할 나위 없이 구수하였고 특히나 노랫가락은 다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었다. 70을 바라보는 연세가 있어 힘차고 나긋하게 뽑히지는 않지만 늘어지면서도 구성지고 나른하면서도 애잔한 그 목소리가 장단을 맞추는 북이나 장구 소리에 실려 뿜어져 나오면 가슴 깊은 곳에서 숨겨졌던 눈물이 온몸으로 번지는 듯하였다.

지난 2013년 2월 즈음 <우해이어보> 관련 현장조사를 하면서 고기잡이를 나가려고 준비하는 진동의 어부 부부에게 홍어와 가오리에 대하여 물은 적이 있다. 날씨는 쌀쌀하고 미더덕이 시작될 때 즈음이었다.

"가오리는 참가오리가 있는데 그놈은 치가 있어, 꼬리에 치가 있는데 찔리면 진짜 아파."

"치가 뭡니까?"

"꼬리에 침 같은 게 있는데 독이 있어! 가래토시(가래톳의 사투리)가 나면 그 치를 가지고 살살 긁으면 금방 가라앉아, 나도 몇 번이나 해봤는데 신기하게 낫더라 말이야. 그라고 나무재이라고 있는데 이거는 얇고 맛이 별로야 이놈은 치가 없어, 그라고 맛도 없어!" "그러면 홍어하고 뭐가 다릅니까?" "아 홍어는 입이 튀어나왔고 가오리는 입이 들어갔지 뭐. 그라고 홍어는 치가 없어."

솔직히 나는 그 말을 듣고도 뭐가 뭔지 잘 몰랐다.

담정 김려는 <우해이어보>에 가오리와 홍어를 이렇게 기록했다. "청가오리는 가오리 중에서 가장 큰 것이다. 길이가 1척(尺) 반이고 너비가 2장(丈)으로 말 한 마리에 실을 만하다. 등은 짙은 청색으로 맛은 지극히 좋다. 가오리라는 말은 방언으로 홍어이다."

담정이 설명한 것은 제주도에서 많이 나는 청달래가오리라고 보는 게 일반적이다. 또 귀홍이라는 물고기에 대해선 다음과 같이 적었다.

"귀홍 즉 노랑가오리는 일명 가홍 즉 가짜가오리인데 가오리와 매우 비슷하다. 큰놈은 수레 하나에 가득 찰 정도이다. 그러나 비린내가 심하고 또한 독이 있어 먹을 수 없다." 이는 노랑가오리를 이르는 게 아닌가 한다. 이런 기록을 보면 김려도 가오리와 홍어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홍어와 가오리의 구분법은 다음과 같다. 우선 코 모양이 홍어는 뾰족하고 가오리는 둥글거나 모가 나 있다. 둘째 생식기 부분인데 홍어는 수컷의 생식기가 둘이어서 꼬리가 시작되는 부분에 다리처럼 두 가닥의 생식기가 나 있으나 가오리는 없다. 셋째 꼬리인데 홍어는 굵은 꼬리 윗부분에 2개의 지느러미와 가시가 2~4줄 늘어서 있지만 가오리는 이것이 없다.

가오리 종류로 가오리, 홍어, 간재미 등이 있다. 마산 어시장이나 남해안 어촌에서는 간재미 말리는 광경을 자주 볼 수 있다. 간재미는 작아서 주로 무침으로 먹으며 건조한 것은 쪄서 먹기도 한다. 가오리는 날것으로 회, 국, 무침, 구이, 찜을 해먹고 마른 것은 찜으로도 잘 해먹는다. 그러나 홍어는 싱싱한 것을 구하기 힘들므로 대개 암모니아 냄새가 코를 쏘는 맛이 나도록 삭혀서 묵은 김치와 비계가 있는 돼지수육을 합쳐서 먹는 삼합이 유명하다. 이 때 막걸리를 곁들여 먹으므로 '홍탁'이라고도 한다. 전남 해안 지방에서는 잔치 음식에 삭힌 홍어가 거의 빠지지 않는다.

또 이곳에서는 이른 봄에 나는 보리싹과 홍어 내장을 넣어 '홍어 애국'을 끓이기도 한다. 그러나 홍어도 싱싱한 것은 회, 구이, 찜, 포 등으로 먹기도 한다.

대개 속어로 '만만한 것이 홍어 거시기'라고 한다. 홍어의 생식기는 몸 밖으로 돌출되어 있고 가시가 있어 조업에 방해가 되고 손을 다칠 수 있기 때문에 홍어를 잡자 바로 생식기부터 제거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 이외에도 그것이 잘 썩기 때문에 빨리 제거해야 부패를 막고 오래 보관할 수 있다는 설과 홍어는 암컷이 수컷보다 비싸므로 암수 구분을 잘 못하는 사람들에게 수컷을 암컷으로 속여서 팔려고 제거한다는 설이 있다. 어찌 되었건 홍어 거시기는 잡자마자 제거하는 것이 관례이므로 쓸모없는 것의 상징어로 자리 잡은 것이다.

홍어를 즐기는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이 있는데 '일코, 이애, 삼익'이다. 즉 홍어를 먹을 때 가장 맛있는 것이 첫째가 코, 즉 홍어 앞의 뾰족한 부분이며, 둘째가 내장 즉 홍어애 혹은 외이며, 셋째가 날개 즉 지느러미의 결이 진 부분과 꼬리의 뼈가 들어 있는 오독살 부분이고, 마지막이 몸통 살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이 꼽는 별미는 홍어의 아가미인 구섬치인데 이는 갓 잡은 신선한 홍어에게서만 맛볼 수 있다. 아가미 부분이 잘 썩기 때문에 하루만 지나도 잘 먹지 못하므로 잡는 사람만 아는 진미라고도 한다.

/박태성 두류문화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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