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낸 창원의 역사와 문화…경남대 인문과학연구소 지역연구모임 1년 성과

지난해 12월을 기준으로 했을 때 인구 107만 명이 사는 곳. 2010년 마산, 창원, 진해 3개 시가 통합된 곳. 바로 창원이다.

창원에는 어떤 역사와 문화가 깃들어 있는지 연구하는 모임이 1년 전 발족했다. 경남대학교 인문과학연구소 내 '지역 연구 모임'이다. 경남대 인문과학연구소가 '창원의 문화 전통과 정체성'이라는 주제로 학술 세미나를 열면서 창원의 역사와 문화를 알리고자 생겨났다.

1년간 연구 모임의 성과가 책으로 묶여 나왔다. <이야기 지도로 찾아가는 창원의 역사와 문화>다. 10여 년 전 마산·창원지역사연구회가 낸 <마산·창원 역사 읽기>의 새로운 버전이다.

집필자는 대학교수, 시인, 기자, 연구소 원장 등 각 분야 30여 명이 참여했다. 책은 3부로 나뉜다. 1부는 '천 년의 시간 길'이라는 주제로 창원의 고대국가 형성에서부터 근대화 이전의 역사를, 2부는 '도전과 응전의 길'로 근대화 과정에서 생겨난 이야기, 3부는 '삶과 예술의 길'로 창원 지역 문화 예술인의 이야기를 전한다.

지역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소개한다. 지도를 한 장 들고, 역사, 인물과 관련한 장소를 찾아가 볼 수도 있겠다.

◇조선통신사가 '안민고개'를 이용했다고요?

최헌섭 두류문화연구원 원장은 '창원의 옛길'을 설명한다. 조선통신사가 안민고개를 이용한 사실을 적었다. 일본국왕사가 조선과 교빙(나라와 나라 사이에 서로 사신을 보냄)하고 귀국하면서 이용한 적이 있다고 했다. 조선통신사와 일본국왕사의 조선에서 이동 경로는 보통 서울∼문경∼대구∼밀양∼부산인데, 한때 일본 사절단이 동래 온천이 아닌 영산의 온정(지금의 창녕군 부곡면 온정리)에서 온천욕을 즐겼다는 것. 그런데 세조 2년 (1456년) 일본 사신이 온정에서 우리 관원과 다투다가 그를 살해하는 '피의 외교사'를 기록하면서 그 행로는 마감됐다는 내용이다.

내서읍 죽암마을에서 발굴된 고려~조선시대의 관도 유적. 최헌섭 '창원의 옛길' 편 사진.

◇진해 벚나무는 언제 심었을까

허정도 창원대학교 건축학부 겸임교수는 '빼앗은 자와 빼앗긴 자의 도시, 진해'라는 글에서 일제강점기 일본이 진해를 군항으로 조성해 신시가지로 만들면서 벚나무를 심었다고 말한다. 벚나무가 시가지 조경으로 사용됐다는 것. 1910년부터 1916년까지 총 10만여 그루의 벚나무가 시가지 전역에 심겼고, 현재 공설운동장 옆 약 3만㎡ 농지에 벚꽃장을 만들어 관광휴식처로 사용했다고 적고 있다. 하지만 지금 진해 벚나무는 그 당시의 벚나무가 아니라는 사실도 언급한다. 해방 후 벚나무는 베어졌고, 지금의 벚나무는 1960년대 이후 다시 심어진 것이란다. 허 교수는 일본이 살기 좋은 중평들판에 신시가지를 만들면서, 한국인(11개 마을 주민 2000여 명)들을 지금의 경화동으로 강제 이주시킨 아픈 역사를 언급한다.

◇조선의 잔 다르크, 여장군으로 불린 마산 출신 독립운동가가 있다고요?

박영주 경남대학교 박물관 비상임연구원은 '여장군 김명시와 혁명가 삼남매'라는 제목의 글에서 김명시(1907~1949)를 알린다. 김명시의 본적지는 현재 주소로는 마산합포구 동성동 189번지다. 기존 건물은 2013년 철거됐고, 그 일대에 문화광장 조성이 추진되고 있다고 했다.

마산에서 태어난 김명시는 1920년대부터 상해와 만주지역에서 항일운동을 했다. 일제에 체포돼 7년형을 살고 나오고 나서 중국으로 가서 조선의용군 소속으로 항일무장운동을 벌였다. 이때 여자부대를 지휘한 '여장군'이었다는 것. 박 연구원은 마산에서 나고 자란 김명시뿐만 아니라 오빠 김형선, 남동생 김형윤까지 삼남매가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을 했다는 사실을 전한다.

독립운동가 김명시

◇김해랑의 주무대는 오동동

한정호 경남대 교수는 '춤꾼 김해랑과 오동동'을 소개한다. 마산 무용의 중심에 김해랑(1915~1969)이 있고, 그는 우리나라 신무용의 선각자라고 이야기한다. 김해랑의 본명은 김재우로, 1915년 10월 15일 마산시 창동 153번지에서 아버지 김두영과 어머니 황학래 슬하의 1남 2녀 가운데 외아들로 태어났다고 설명한다. 흔히 김해랑의 출생지로 마산시 오동동 233번지를 말하지만, 사실 그곳은 그가 혼인해 살았던 장소라고 한다.

한 교수는 김해랑의 주무대는 오동동이라면서, 수제자의 말을 글에 담았다. "김해랑의 수제자 정민은 '김해랑 선생의 춤의 원류가 오동동 권번에서 가르쳐진 무희들의 춤이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오동동 권번에서 배출된 기생들의 애환을 담은 노래가 <오동동타령>이라는 사실을 이 노래를 부른 황정자로부터 직접 들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무용가 김해랑

책은 지역에 관한 역사, 인물 등의 이야기를 이렇듯 30편을 풀어낸다. 강인순 경남대 인문과학연구소장은 "지역 역사, 인물에 대해서 많은 사람이 모른다. 김명시 독립운동가가 여자인지도 모르고, 김해랑 무용가가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도 많다. 10여 년 전 <마산·창원 역사읽기>라는 책은 주로 마산 위주의 내용을 알렸다면, 이번에는 통합창원시 전체로 확장해 스토리텔링으로 알리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번 책은 창원시 지원을 받아 비매품으로 냈지만, 경남대 출판부를 통해 곧 일반교양 서적으로 낼 준비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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