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비춤]창원 시내버스 기사들 왜 준공영제 원하나

창원에서 시내버스를 운전하는 이승영(51) 씨는 이달 초 매일 창원시의회 앞으로 출근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마창여객 지회장이기도 한 그는 이곳에서 부당한 사측 횡포를 고발하고 창원시 시내버스 정책의 전반적인 개혁을 촉구하고자 1인 시위를 펼쳤다.

이 씨는 "사측은 운송 수입과 시 재정보조금 등을 더해 막대한 수익을 내면서도 상여금과 상조회비 등 임금을 체불하고, 수입을 늘리려 기사를 수익 경쟁에 내모는 등 횡포를 고발하고자 시위를 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시위는 안상수 시장의 감사 지시로 일단락했다. 이 씨는 그러나 이 문제가 비단 마창여객뿐만이 아닌 창원 시내버스 업체 모두에 해당한다 인식하고 있다.

"해결할 방법은 창원 시내버스 정책의 전반적인 개혁입니다. 가능한 한 '전면 준공영제'와 이에 따른 '전담노선제'가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준공영제는 자치단체가 노선운영권을 갖고 버스 운행을 민간업체에 맡기는 민관 혼영 체제로, 재정지원금으로 업체 운송 적자와 일정 이윤을 보전해주는 제도다. 현재 서울, 부산, 대구 등 주요 광역자치단체가 운영 중이며 옛 마산시가 기초자치단체로는 처음 시행한 적이 있다. 준공영제는 통합 창원시 출범 후 흐지부지됐다.

창원 시내버스 운전기사 이승영 씨는 창원 시내버스 정책을 전반적으로 개혁해야 한다면서 "전면 준공영제와 전담노선제를 시행하면 시와 업체, 기사, 시민에게 모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일호 기자 iris@

전담노선제는 한 노선을 한 업체가 전담함을 뜻한다. 현재 창원시는 일부 벽지 노선에 전담제를 시행 중이나 수익이 많이 나는 주요 간선도로를 오가는 버스는 모두 공동배차제를 채택하고 있다. 한 노선에 여러 버스 업체가 공동으로 차량을 투입하는 방식이다.

이 씨는 시내버스 업체 수익 보전을 목적으로 한 공동배차제가 현장 기사를 빠듯한 배차시간, 열악한 복지, 과도한 수익 경쟁에 내몰아 결국 대시민 서비스 질의 저하를 낳는다고 보고 있다. 이 씨는 "회사는 수익을 많이 내는 기사를 선호해 수익이 적은 기사는 노선도 숙지하지 못한 다른 차를 운전하는 대무 기사로 배치한다"면서 "기사들은 일을 보다 안정적으로 하려면 타 업체보다 많은 승객을 태우고자 급정거, 급발차, 과속도 불사하게 되고 자사에 유리하도록 배차 간격도 임의로 조정하는 등 폐해가 많다"고 설명했다.

한 예로 지난 2014년 8월 뒤따르던 102번 버스가 100번 버스를 들이받아 승객 십수 명이 부상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 사고는 기사들 사이에서 비슷한 노선을 달리는 버스끼리 수익 경쟁을 하다 일어난 사고라는 게 중론이다. 이 씨는 또한 회사가 단체협약보다 적은 인원을 고용해 이를 노무관리에 이용한다고도 지적한다. "현재 단협상 버스 한 대에 2.34명 고용이 의무화돼 있음에도 업체들은 2.1명, 1.9명 등 적은 인원을 고용해 기사들이 장시간 노동에 시달린다"면서 "예컨대 한 업체에 전체 기사가 100명이라면 전속 기사는 20여 명인데 반해 나머지는 대무 기사로 쓰며 이를 노무관리에도 악용한다"는 것이다. 이같이 열악한 시내버스 기사의 근무 환경은 결국 대시민 서비스 질의 저하를 부른다는 지적이다.

이 씨는 "대무 기사는 고정적으로 배차된 버스가 없어 하루는 저상, 어떤 때는 일반 대형, 다른 때는 일반 소형을 몰거나 서로 다른 제작업체에서 만든 버스를 번갈아 운행하기도 한다"면서 "이는 시민 안전과도 직결되는 문제"라고 꼬집었다. 또한 "벽지를 오가는 전담 노선에는 버스와 기사가 고정돼 있는데 이들 노선은 기사가 항시 오가는 도로 노면 사정에도 밝고 승객 간 유대도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서 "전면 준공영제에 따른 전담노선제 시행은 시민 모두에게 편리한 대중교통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씨는 특히 "준공영제를 시행 중인 부산은 지난해 2300여 대를 운행하며 지출한 재정지원금이 1300억 원 수준이었다"면서 "창원은 715대를 움직이면서 연간 500억 원을 업체 보조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시가 의지가 있다면 준공영제를 못할 이유가 없다"고 진단했다. 이와 함께 "준공영제를 시행하면 시도 이제껏 시내버스 업체에 끌려다니는 행정에서 탈피해 관리·감독권 강화로 보다 시민 밀착형 버스 운송 체계를 갖출 수 있을 것"이라면서 "정책 변화는 시와 업체, 기사, 시민에게 모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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