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 앞장선 의창구선관위 석종근 계장 '퇴직금+사비' 1억 기부

지난해 12월 28일 경상남도선거관리위원회 대강당에서는 아주 특별한 공직자 퇴임식이 있었습니다. 지난 34년간 선거관리 업무에 종사하며 공무원 생활을 한 창원시의창구선거관리위원회 석종근(54) 계장이 퇴직명예수당에 사비를 합해서 1억 원을 사회에 내놓으며 퇴임식을 하는 자리에 나도 초대를 받았습니다.

석 계장을 처음 만난 것은 진해바른선거시민모임이라는 시민단체를 결성하면서인 걸로 기억합니다. 오랜 기간 그와 교분을 나누면서 주로 다투는 일이 많았습니다.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역전앞'이라는 말을 누가 무심코 하면 석 계장은 그 단어는 이미 '역전'이라는 단어 자체가 역 앞이라는 말인데 '앞' 자를 또 쓰면 틀렸다고 하면서 시비는 시작됩니다.

그러나 결국은 그의 말이 맞기 때문에 다투면서도 나는 그를 좋아하는지 모릅니다.

이번에도 자신이 받을 명예퇴직수당 8000만 원에 사비 2000만 원을 보태서 1억 원을 사회에 내놓으며 퇴임식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처음에는 어리둥절했습니다. 돈이 전부는 아니라고 하지만 그래도 1억이라는 돈은 많다면 많은 돈입니다. 나 같은 사람은 평생을 모아보지 못한 금액입니다. 그러나 석 계장의 생각은 다른 것 같았습니다.

석종근(앞줄 오른쪽) 계장 퇴임식에서 필자(뒷줄 왼쪽)와 함께. /이춘모

그는 돈을 소중한 재화로 인정하지만 '자신은 국록을 축내는 한 마리 좀벌레, 즉 일두(조선 전기 학자 정여창의 호. 좀벌레 한 마리라는 뜻)가 아닌가' 생각하면서 항상 두려움으로 공직생활을 했다고 합니다. 이런 자신의 작은 몸짓을 계기로 공직사회 공직자들이 한 마리 좀벌레가 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확산하였으면 하는 바람으로 일두사상연구회에 기부한다고 합니다.

석 계장을 따라서 네팔로 보름 가까이 자원봉사활동을 다녀온 일을 잊을 수 없습니다.

석 계장이 공직자의 신분으로 민주도정경남도민모임이라는 시민단체를 만들어서 안민터널 통행료 징수가 불법이라며 도지사를 상대로 안민터널 통행료 무료화 소송을 진행했던 일은 진해사람이면 누구나 아는 아주 유명한 일입니다. 그러던 그가 공직자의 신분으로 이번에는 자원봉사팀을 구성해서 네팔로 자원봉사를 가자고 나에게 제안할 때도 나는 처음에 잘 믿어지지가 않았습니다.

그러나 석 계장이 빈틈없이 네팔 자원봉사일정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모습을 보고 나는 점점 석 계장에 대한 믿음이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네팔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가족들의 집을 찾아 수 시간을 네팔 산속까지 달려가 선물도 전달하고 인터넷전화를 연결해서 가족과 통화를 할 수 있도록 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석 계장이 네팔까지 가서 공명선거 캠페인을 한다고 네팔 정당사무실을 찾아가 노트북 전달식을 하던 열정을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석 계장은 진해에서 청소년봉사단을 구성해서 벽화 그리기 봉사활동, 아프리카어린이돕기 동전 모으기 봉사활동을 하는 등 자원봉사활동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나는 석종은 계장을 '자원봉사왕'으로 추천했습니다.

세상에 돈이 아깝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자신이 30년 넘게 공직에 근무하고 퇴직하면서 받을 돈을 사회에 내어 놓으려고 생각하고 결단한 석종근 계장도 대단하지만 남편의 용기를 격려하고 동의해준 부인에게 나는 더 많은 존경을 표하고 싶습니다.

석 계장은 30년 넘게 공직생활을 하면서 배우고 익힌 지식을 고스란히 후배들에게 전하려는 뜻으로, 퇴임을 하며 개인 연구논총도 발간했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제도개선연구모임에 참여해서 바른 선거문화 정착을 위해 연구한 내용을 토대한 것입니다. 그는 이 자료들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납본했습니다.

나는 대한민국의 모든 공직자들이 아주 특별한 어느 공직자의 퇴임식에서 그가 한 일들을 기억하고 그의 간절한 소망과 진정한 뜻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한 해가 가고 새해를 맞으면서 나의 소망도 같이 실어 봅니다.

/이춘모가 보는 세상이야기(blog.daum.net/iid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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