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석고 무능한 군주로 인해 세상이 온통 어지럽다는 '혼용무도(昏庸無道)'가 지난해를 정리하는 사자성어였다.

교수신문은 연초에 희망의 사자성어를 발표하고 연말에는 정리의 사자성어를 발표하고 있는데,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되고 2013년 초에는 묵은 것을 제거하고 새것을 펼쳐낸다는 '제구포신(除舊布新)'을 선정했다. 그러나 연말 사자성어는 순리를 거슬러 행동한다는 뜻의 '도행역시(倒行逆施)'였다.

이듬해 2014년을 시작하는 사자성어는 속임과 거짓됨에서 벗어나 세상을 밝게 보자는 의미의 '전미개오(轉迷開悟)'였으나, 연말 사자성어는 "정치개입이지만 선거개입은 아니다"라는 대법원의 괴상한 판결처럼 권력을 이용해 사슴을 말이라고 우기는 환관조고의 '지록위마(指鹿爲馬)'였다.

그리고 3년 차 2015년을 시작하는 희망의 사자성어는 기본을 세우고 원칙에 충실하자는 의미의 '정본청원(正本淸源)'이었지만, 연말에 고사와 사자성어를 조합하여 어리석고 무능한 군주로 인해 세상이 온통 어지럽다는 의미의 '혼용무도(昏庸無道)'가 선정됐다. 메르스 사태에 대한 정부의 미흡한 대응, 삼권분립과 의회주의 훼손,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 탓이라는 세간의 평이 따랐다.

그리고 2016년 교수신문은 희망의 문구로 '곶 됴코 여름 하나니'를 선정했다. 용비어천가 중 제2장 후반부의 한 구절인 꽃이 정말 만발하고 열매가 풍성하라는 뜻을 담은 것이다.

벽두부터 선량을 뽑는 선거의 해에 걸맞게 나라 상황은 왁자하다. 일반적으로 무엇이 큰가 하는 질문에 대한 미술의 원근법적인 대답은 가까이에 있는 것이 크다는 것이다. 그리고 누가 우리를 대표하는가 하는 정치적인 물음에는 우리 중 한사람이 대표가 되어야 한다는 답이 가치원근법적인 대답이라 믿고 있다.

원근법에서는 입체감을 더 많이 나타내기 위해서 가까이 있는 것을 크게 그리고 뒤에 있는 것은 작게 그린다. 가까운 물체는 선명하게 그리고 먼 곳의 물체는 흐릿하게 묘사한다. 그래서 아무리 높은 산도 멀리 있으면 가까운 곳에 있는 낮은 언덕에 의해 가려지는 것이다. 선(線)원근법과 대기원근법을 배우지 않아도 사진을 찍을 때 우리는 얼굴을 작게 나오게 하려고 뒤에 서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늘 하는 기대이지만 우리가 사는 우리 지역 대표를 뽑는 기준은 가능하다면 가까이 있는 것이 크다는 원근법적인 사고로 우리 지역에 살고 있는 우리들 중 한 사람이면 좋겠다는 가치원근법적인 기대를 하고 있다.

미래에 대한 약간의 희망을 가지고 체제안에서 변화를 만들어가도록 조언하는 사울 알린스키의 뜨거운 심장보다 차가운 머리를 가진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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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세상은 쉽게 변하지는 않지만 반드시 변화할 수 있는 곳이라고, 원하는 세상으로 가되, 일단 있는 그대로 세상에 맞는 처방전을 가진 이에게 표를 줄 생각이다. 꽃이 만발하고 열매가 풍성하기 위해서~ .

/황무현(조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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