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하게 뜨겁게 내 젊은날의 초상…부두에 쌓인 쓰레기 치웠지만 마냥 즐거웠던 지난날의 나

어느덧 50대 후반에서 60을 바라보는, 소위 '꼰대'라고 불리는 나이가 되어버렸다.

이 나이쯤 되고 보니 새삼 처음 취업했을 때 기억이 떠오른다. 젊은 시절 10급 군무원으로 진해 군부대에 입사를 했었다. 요즘으로 치면 기능직이다. 면접을 보는 날 경쟁률이 9 대 1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날 오전 면접관이 나와서 어떤 일을 하게 되는지 설명하고서 생각을 해보고 오후에 다시 오라고 했다.

부두에 쌓여 있는 쓰레기들을 치워서 부대 밖에 있는 쓰레기장에 버리는 일이었다. 음식물과 섞인 냄새 나는 쓰레기였다. 오후에 다시 시험장에 갔다. 나를 포함해 4명이 면접에 참석했다. 면접시험은 그냥 실기시험이었는데, 삽질이었다. 내가 합격의 영광을 안았다.

각 부두에는 함정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버리는 큰 통이 하나씩 있었다. 하지만, 통이 높아서 계단을 올라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서인지 계단 아래쪽 바닥에 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통은 보통 쓰레기가 반쯤 차 있는데, 가끔 흘러 넘쳐 바닥에 쌓여 있기도 했다.

여름이면 상한 음식물이 함께 섞여 악취가 났다. 삽으로 그것들을 통에 다시 담아서 쓰레기장에 버리는데, 버리는 일도 수월치 않았다.

김은광 씨는 생존을 향해 치열하게 힘 쏟았던 젊은 시절을 늘 잊지 않으려 한다.

차를 후진해서 경사면으로 통을 기울이면 쓰레기가 쏟아지는데 통의 입구에 덩치가 큰 쓰레기들이 엉켜서 막혀버린다. 그러면 기울어져 있는 통 속으로 들어가서 음식물과 섞여 있는 쓰레기들을 갈퀴와 삽을 사용해서 끌어내야 했다.

그 일을 2년 동안 했다. 우스울지도 모르지만, 나는 당시 그 일이 재미있었다. 지금도 하라고 하면, 아주 재미있게 할 것 같다.

그다지 유쾌한 일이 아니었는지 모르지만 정말 그 일을 즐겁게 했고 그 일을 할 수 있는 직장이 있어서 감사하고 행복했다.

당시 일하는 틈틈이 군무원 9급 공채 시험공부를 했다. 10급으로는 정상적인 진급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9급 공채 시험은 한 번 낙방 후 합격을 했고, 합격한 곳이 지금 근무하는 직장이다. '직위'로 말하면 지금 나는 5급 사무관이 되어 있고 반장 일을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5급 사무관이면 괜찮은 직위라고 생각을 한다. 지금의 직위로 나를 보는 사람들은 내가 이 자리에 오기까지 어떤 일들을 했었는지 모른다.

중학교 졸업 학력이 전부인 내가, 이 직위에 오기까지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오직 성실함과 노력 덕분이다. 작은 일에도 감사하고 행복했던 나의 젊었던 시절, 지금보다 더 뜨거운 마음으로 생존을 향해 치열하게 힘을 쏟을 수 있었던 그 시절의 나를 돌아보며 그때의 내 모습을 잃지 않으려고 오늘도 노력한다. /김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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