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이장님]거창군 주상면 오류동 마을 이준화 이장

"우리 오류마을 주민이 47명인데 내가 세 번째로 나이가 어립니다."

거창군 주상면 오류동 마을에는 특별한 이력을 가진 이장이 있다. 41년간 공직생활을 하며 경남도청에서 요직을 두루 거치고, 거창군 부군수, 통영·진주시 부시장까지 역임한 이준화(66) 이장이 주인공이다.

'고위 공무원' 출신인 그는 2007년 위장에 질병이 생겨 생가가 있는 고향 마을로 귀향하게 됐다. 귀향 전 정년 후 기회가 있다면 거창군수에 출마하겠다는 큰 꿈도 있었다. 하지만 건강상 이유로 꿈을 접고 난 이후 고향 오류동 마을에서 농촌 생활의 즐거움을 누리며 새로운 생활이 시작됐다.

그러던 중 2012년 12월, 당시 일흔다섯의 마을 이장이 자리를 내어 놓으면서 주민이 그에게 마을 이장 자리를 부탁하게 된 것이다. 이 전 부시장도 처음엔 무척 당혹스럽기도 했고 마음의 상처도 받았다. 부군수로 모셨던 분을 마을이장으로 대하게 될 공무원들의 불편, 면민 등 다른 마을 이장들의 달갑지 않은 생각들 때문이었다. 고민 끝에 이장직을 맡게 되었다.

솔선수범 자세로 행복한 마을 만들기에 여념이 없는 이준화 이장. 이 이장은 "마을 이장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제 알겠다"고 말한다. /이상재 기자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주상면사무소와 거창군청에서 단연 화제가 됐다. 부군수로 모시던 분을 어떻게 이장으로 대할 수 있겠느냐며 오류동 마을 이장을 다시 뽑으라는 요구도 있었고, 친구들로부터 사퇴 종용도 있었다. 부군수 시절 본청에서 계장으로 직접 업무지시를 받았던 후배 면장이 이장 임명장을 수여해야 하는 매우 난처한 상황이었다. 그렇게 그는 '고위 공직자 꼬리표'를 버리고 '오류동 마을 이장'이 되었다.

'부군수'에서 '이장님'으로 바뀐 이 이장의 존재를 어려워하는 공무원들을 배려해 모든 일에 더욱 조심했고, 면사무소에 가더라도 면장실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다. 항상 낮은 마음가짐으로 자신의 권위를 내세우지 않고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통해 직원들과 이장 간에 있을 수 있는 벽을 허물었다.

공직 생활 속에서도 모범적인 그였기에, 농사일이 바쁜 와중에도 군의 각종 시책을 주민들에게 골고루 홍보하고, 주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면사무소에 전달하고 있다.

또한 주민들의 관심과 참여율을 높여 마을 진입로를 단장하고, 농로를 개설해 마을 주민 편의도 도모했다. 마을 협의사항은 100% 공개로 주민참여 회의에서 결정한다. 이 덕분에 마을 주민들도 그를 적극적으로 신뢰하고 존경하고 있다.

오류동 새마을지도자 이우화 씨는 "이 이장님이 마을 일을 맡고 나서 마을이 계속 발전하고 있다"라고 자랑스러워했다.

바쁜 일상에서도 가끔 경남도인재개발원에 특강을 가기도 한다. 또 얼마 전 주상면사무소 후배들을 위해 재직 시 다양한 경험과 지식 등 비결을 나누는 교육의 장인 '청출어람'의 첫 번째 강사로 나서 공직자로서, 마을 이장으로서, 민원인으로서 직접 경험하고 깨달은 값진 시간에 대해 후배들에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

현재 이 이장은 주민들의 성원에 힘입어 이장직을 연임하며 행복한 마을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농촌의 미래 발전을 고민하고 주민 생활의 질을 높이는 데 특히 많은 관심이 있다. 고령화로 말미암아 농촌이 후퇴하는 상황을 안타깝게 여기면서도 마을 소득증대를 위해 새로운 소득원 창출은 물론 주민들을 위한 문화생활을 위해 건강 체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장이 된 이후 '고위 공무원'이라는 특별한 이력이 많은 화제가 되었지만 이 이장이 보여준 모습은 자신이 어느 자리에 있든, 자신이 가진 역량을 발휘해 온 힘을 다하는 한결같은 모습이었다. 말단 공무원에서 시작했어도 큰 세상을 바라보고 성큼성큼 나아갔듯이 그는 "마을 이장이 얼마나 중요한지 몰랐다"라면서 이장의 자리에서도 마을 행복과 농촌 발전을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그 누구보다 젊은 이장, 그리고 농촌 마을의 일원으로서 제2의 인생을 달리는 이 이장의 미래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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