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 창원점서 동료 위해 자신 복직 포기했던 그, 생활고 시달리다 외로이 스러져…사망 두 달 뒤 발견

2012년 부당해고된 조합원들의 우선 복직을 위해 자신의 복직을 접었던 민주노총 일반노동조합 롯데백화점 창원점 비정규직 전 지회장 ㄱ(47) 씨가 지난 16일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경찰은 타살 흔적은 없으며 시신 상태로 미뤄 두 달가량 전에 이미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

전국 롯데백화점 가운데 창원점은 유일하게 민주노총 소속 노조원이 있었다. 백화점에서 시설관리를 맡았던 용역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였다. 2003년 설립된 노조는 2011년 사측과 극심한 갈등을 겪게 된다. ㄱ 씨는 당시 노조 지회장이었다. 용역업체는 불과 9일을 남겨두고 노조에 계약만료를 통보했고, 새로 들어온 용역업체가 한국노총 조합원과 비조합원 등만을 선별해 고용승계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ㄱ 씨 등은 백화점 앞에서 4개월가량 천막 투쟁을 했고, 불매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롯데백화점 창원점 용역업체 비정규직 해고 문제는 정치권을 비롯한 전국적 화두로 떠올랐다. 결국 경남도와 창원시, 지역 국회의원까지 중재에 나선 끝에 2012년 5월 극적인 타결에 이르렀다. 협약은 해고자 10명 중 ㄱ 지회장 등 2명을 제외하고 8명을 순차적으로 복직시키는 내용이었다. ㄱ 지회장은 당시 "해고자 전원이 복직하지 못해 아쉽지만, 언제 끝날지 모르는 투쟁을 계속해 조합원들 고통이 계속되는 것보다는 노사가 조금씩 양보하는 것이 낫다고 결정했다"고 말했었다. 이후 원청과 용역업체의 핍박 속에 노조는 와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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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백화점 창원점 전경./경남도민일보DB

4년 뒤, ㄱ 지회장은 창원시 진해구 한 고시텔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ㄱ 씨는 결혼하지 않았으며 2년 가까이 가족과 연락을 끊고 이곳에서 지냈다. 인력사무소에서 일했던 ㄱ 씨는 어깨가 아파 일을 못 나가는 경우가 많았고, 딱한 형편을 안 고시텔 주인은 보증금 없이 월세만 받았지만 그마저도 밀렸다.

경찰은 "지난 16일 고시텔 업주가 소방점검을 하고자 기사를 불렀고 ㄱ 씨가 죽어 있는 것을 발견해 신고했다. 검안 의사는 2개월가량 전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 타살 흔적은 없었다. 정확한 국과수 부검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당시 조합원이었던 ㄴ씨는 지회장에 대해 “노조를 위해서 자기를 다 내놓고 헌신했고 성격이 곧았다. 당시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와 치매를 앓던 어머니를 보살피면서도 복직 투쟁을 위해 힘썼다”면서 “해고된 이후 통영에서 환경미화원으로 일했고 그 이후에는 일자리를 구하는 게 쉽지 않았다고 했다. 안타깝다”고 했다.

ㄱ씨 장례는 18일 화장(火葬)으로 치러졌다. 민주노총 일반노조는 뒤늦게 안타까운 비보를 접하고 대책위원회를 꾸린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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