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0시 기상, 새벽 3시 이후 취침. 2016 새해를 알리는 제야의 종소리와 함께 다짐했던 나의 새해 계획은 종소리처럼 그렇게 사라졌다. 별것도 아니었다. 방학 내내 뒹굴거리다 이래선 안 되지 싶어 규칙적인 생활을 새해 목표로 잡았건만 아이들과 나는 나무늘보처럼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매일 이른 시간에 출근하며 아침잠과 전쟁을 치르던 습이 마치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듯 나를 게으름의 한복판에서 꼼짝도 하지 못하게 하고 있었다. 뭐 그리 거창한 계획이라고.

이제 고등학생이 되는 딸아이가 새해에 큰 의미를 부여하며 다이어트니 뭐니 이런 저런 계획을 떠들어대기에 내면으로부터의 다짐이 중요하지 새해라는 물리적 시간이 중요한 게 아니 라며 점잖게 몇 마디 해주긴 했지만, 나 역시 딸과 다를 바 없는 다짐들로 2016년의 첫날에 의미를 부여하며 지난 시간들의 게으름을 만회하고 싶어 했다. 그러나 몸의 게으름에 정신은 속절없이 자기위안과 변명을 만들어내기에 바빴고, 그만큼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과 죄책감을 키우며 나는 새해의 날들을 그렇게 소비하고 있었다. 그럴수록 기분은 더 불쾌해지고, 그러한 감정이 또 하루하루를 삼키며 나의 초조함이 무기력으로 이어져가는 날들이 반복되었다.

여느 날처럼 늦은 아침을 맞은 난 침대에서 뒹굴거리다 한숨을 흘리며 머리맡 책꽂이의 책들 사이에 꽂혀 있는 예전 일기장을 무심히 들춰 보게 되었고, 그만 실소하고 말았다. 2009년 10월 15일. 열심히 살고 싶다는 욕망과 게으른 나의 몸이 불협화음이 되어 나의 정신을 어지럽힌다. 좀 더 치열하게 열정적으로 살고 싶다, 이 시간들을 또다시 후회하고 싶지 않다… 어쩌고 저쩌고…. 7년 전에도 믿을 수 없을 만큼 지금과 똑같은 고민으로 한 바닥 가득 자신을 꾸짖으며 반성하고 새로운 다짐을 하고 있지 않은가! 부끄럽다기보다는 절망이 밀려왔다. 의식조차 하지 못하면서 나는 늘 새로운 다짐이랍시며 나의 습과 싸우고 있었고, 그렇다고 그 긴 시간동안 답을 찾은 것도 좀 더 성숙해진 것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가슴이 아프고 답답했다. 다시 나 자신을 책망하며 괴로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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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잠시 뜨거운 커피를 한 잔 마시며 생각에 잠겼다. '그래, 지금까지 내가 '어떠해야 한다'와 싸운 것이라면 난 명백히 실패한 것이고, 그 사실을 이제라도 깨달았으니 다행이잖아. 그리고 인정하자. '어떠해야 한다'는 전제를 내려놓아 보자.' 여전히 나는 답을 찾겠지만 오랜시간 동안 나를 지배하던 구속으로부터, 이유도 모르고 느꼈던 초조함과 답답함으로부터 조금은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 같다.

/이정주(김해분성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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