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경남문화예술회관 정체성 찾기…실험·도전적 공연·전시 미흡, 대공연장 음향시설 보완 필요

경남문화예술회관의 역할론이 다시 대두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17일 '경남도 서부청사'가 개청해 '90년 만에 도청 귀환', '서부경남시대 개막'이라는 다양한 기대가 나오면서 오는 2월 새롭게 임명될 경남문화예술회관장에 이목이 쏠립니다. 경남도는 지난달 23일 '개방형직위(문화예술회관장)'에 대한 임용시험을 공고했습니다. 도 단위에 걸맞은 문화인프라 확충이 시급하다는 경남문화예술회관의 현주소를 짚었습니다.

◇지난해 10만 명 찾아…대형 뮤지컬 큰 호응

1988년 개관한 경남문화예술회관은 현재 경남도사업소가 운영하고 있다. 개관 이듬해까지 경남도사업소가 도맡다 2000년부터 2002년까지 학교법인 일선학원, 2003년부터 2006년까지 재단법인 진주문화예술재단이 수탁관리를 했었다.

2009년 시설 노후화로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진행해 현재의 전문공연장과 미술전시관을 갖췄고 벽면을 투명유리로 감싸 건물 내부 어디서든 남강을 조망할 수 있도록 했다.

경남문화예술회관의 역할은 도민 문화향유권 확대와 지역 문화예술 활성화다. 좋은 공연과 전시를 도민에게 보여주고 도내 예술단체를 지원하는 것이다.

지난해 경남문화예술회관은 직접 기획한 공연 27개 작품을 선보였다. 지난해 4월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약 2500명이 회관을 찾아 가장 큰 인기를 끌었다. 서울에서 흥행에 성공한 작품이었고 임태경, 주진모, 바다, 소녀시대 멤버 서현 등 이름난 배우와 가수가 출연해 R석 입장료가 11만 원이었지만 흥행률 1위를 기록했다.

2015년 4월에 선보인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공연 모습. /경남문화예술회관

진주 극단 현장과 협업해 무대에 올린 한국 정통 코미디 연극 <시집가는 날>에도 관중 약 2000명이 들었고 뮤지컬 <달콤살벌한 연인>도 도민이 1000명 넘게 본 작품이다.

경남문화예술회관은 비엔나왈츠 오케스트라, 할리스코 필하모니 내한공연, 더 보컬리스트 공감콘서트 등 다양한 장르로 무대를 꾸몄다.

기획 전시는 예술을 입은 책 이야기 북 아트 기획전과 경남을 빛낸 원로작가 초대전이었다. 각각 20여 일 전시회가 열렸고 2000~4500명이 작품을 감상했다.

경남문화예술회관은 대관 공연·전시를 포함해 2015년 관람객 수가 약 10만 명이라고 밝혔다.

2009년 당시 재개장을 앞둔 진주시 칠암동 경남문화예술회관. /경남도민일보 DB

올해는 보다 완성도가 높고 깊이 있는 작품을 내놓는다는 게 경남문화예술회관의 계획이다.

우선 오는 27일 서부청사 개청 축하 기념 '화음콘서트', 2월 25일 '국악드림콘서트'를 연다. 모두 이름난 음악인과 국악인이 찾을 예정이다.

하지만 이 외 기획 공연은 1월 1개 작품, 2월에 1개 작품만 확정됐다. 올해 상반기 다른 일정이 나오지 않은 채 대관 일정만 완료한 상태다. 전시도 마찬가지다.

경남문화예술회관 관계자는 "관장·공연부장이 공석이다. 모두 임용 중이다. 공연부장은 며칠 전 합격자가 나왔고 관장은 다음 주 최종 합격자가 발표될 예정이다. 관장직은 첫 공고 때 적임자가 없어 재공고가 났다"며 "관장과 공연부장이 새로 부임해야 올해 전체 계획과 콘셉트가 정해진다. 현재는 대관 중심 일정만 나왔다"고 설명했다.

◇공연·전시 색다름 부족

경남문화예술회관이 매달 다양한 공연과 전시를 내놓고 있지만 도내 다른 문화시설과 비교하면 도 단위 문예기관으로는 아쉬움이 남는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지난해 8월 발간한 〈2015년 문예연감(2014년도판)〉을 살펴보면 창원문화재단(성산아트홀, 3·15아트센터, 진해문화센터)이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경남지역에서 가장 많은 공연과 전시가 이루어진 문화 시설로는 성산아트홀이 195건으로 1위를 차지했고 3·15아트센터가 그 뒤를 이었다. 경남문화예술회관은 3위였고 김해문화의전당이 그 뒤를 쫓았다. 진해문화센터는 5위였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경남은 성산아트홀을 선두로 창원이 거점 역할을 하면서 예술활동을 이끄는 중심축 구실을 하고 있다고 평했다.

또 최근 몇 년 경남문화예술회관이 선보인 공연이 새롭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형기획사가 주도해 전국 극장에 내걸렸던 작품이 중심이었고 실험적이거나 도전적인 장르는 부족했다는 것이다.

진주에서 활동하는 한 작가는 "경남문화예술회관이라기보다 진주에 있는 공연장이라고 보는 게 좋겠다. 진주시립예술단이 있지만 회관에서 보기 드물고 굵직한 전시는 더 그렇다. 대부분 협회 정기전처럼 대관이 전부다. 전시를 보러 오히려 김해를 찾는다. 경남문화예술회관만의 색깔을 잘 모르겠다"고 했다.

지난해 11월 전시된 '경남을 빛낸 원로작가 초대전' 모습.

경남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음향 부문도 미흡하다는 지적이 줄곧 이어진다.

지난해 경남문화예술회관에서 공연을 열었던 한 문화예술인은 "전체적으로 조율이 안 되어 있더라. 창원과 비교가 됐다. 기관명, 규모와 비교해 시설 정비가 아쉬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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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경직성·구태의연한 시스템 극복해야"

이에 대해 경남문화예술회관 측은 창원문화재단과 김해문화재단과의 단순 비교는 무리라고 밝혔다. 회관은 경남도 직영이기 때문에 타 재단과 다르게 예산과 프로그램 기획을 짤 때 경직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올해 경남문화예술회관 예산은 36억 9000만 원 정도로 기획 공연·전시 사업에 약 9억 4000만 원을 투입한다. 반면 창원문화재단은 약 170억 원, 김해문화재단도 100억 원 이상의 예산으로 살림을 산다.

경남문화예술회관에서 주요직을 맡았던 한 관계자는 "경남 대표 문화기관으로 자리매김하려면 좋은 공연과 전시를 많이 기획해야 한다. 하지만 예산 쓰임이 자유롭지 못하고 2년마다 교체되는 관장은 장기적인 계획을 짜기 어렵다"고 했다.

그동안 여러 문화예술인이 역동적인 경남문화예술회관이 되려면 소·중극장이 필요하고 예산 확대로 수준 높은 콘텐츠를 제작, 유명 공연을 지역민에게 값싸게 보여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경남문화예술회관만의 색깔은 아직도 모호하다. 회관이 줄곧 밝혀온 매년 목표도 도민의 문화향유와 지역 문화 저변확대처럼 원론적이고 추상적이다.

도내 문화예술인들은 경남문화예술회관이 진주지역에 국한된 예술회관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서부경남을 넘어 경남대표 문화기관으로 거듭나려면 일률적인 시스템을 대신할 새로운 비전과 콘셉트를 정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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