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사람]'국정교과서 반대 경남 청소년 네트워크'활동하는 이효정 양

창원 오동동 인권자주평화다짐비 옆에 서있던 이효정(18) 양은 누구보다 빛났다. 기자회견장을 찾은 이들을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관찰하고, 회견이 끝날 때까지 미소를 잃지 않았다. 얼굴에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효정 씨는 스스로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잘 안다는 그런 표정을 지었다. 그날은 교복 입은 청소년들이 주인공이었던 한·일 양국 일본군 위안부 합의 전면 무효화 기자회견이 있던 날이었다. 효정 양 첫인상은 그랬다.

다시 만난 효정 양은 생일이 지나지 않아 만 18세이고, 지난 8일 태봉고등학교를 졸업했다고 또박또박 말했다. 첫인상보다 더 단단한 인상이었다. 그는 현재 '창원은 안녕들하십니까' '국정교과서 반대 경남 청소년 네트워크(이하 경남 네트워크)' 활동 중이다.

"안녕들하십니까 활동을 먼저 시작했고요. 경남 네트워크 활동은 이제 두 달가량 됐어요. 지난해 창동에서 열린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길거리 수업에서 우연한 기회로 만들어졌어요. 우리 모임 활동의 방향성을 고민하던 찰나 위안부 합의 문제가 불거졌고 함께 다루게 됐어요."

이효정 양은 사회 활동을 벌이는 현장에서는 단단한 모습이지만, 평소엔 밝기만한 낭랑 18세이다. /이효정

경남 네트워크 소속 청소년들은 거리로 나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사람들에게 전달했다. 기성세대 활동과 비교했을 때 서툰 점도 있지만, 때론 그런 점이 매력으로 다가오는 법이다.

"경남 네트워크 활동 하면서 자기 목소리 내는 경험이 처음인 친구들이 있어요. 반면 계속 해오던 친구들도 있고요. 점점 나아지고 있어요. 대부분 주입식 교육을 받고 효율적으로 습득하는 데 익숙하죠. 하지만 이런 활동을 하면서는 내가 왜 하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스스로 말해야 하니까 점점 입을 열게 되는 거죠. 토론도 갈수록 활발해지고 있어요. 수준 높은 토론이 이뤄지는 건 아니지만 이제 자기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는 데 의미가 있죠."

효정 양은 위안부 합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노동법 개정, 세월호 참사 등이 닮은 데가 있다고 생각한다. 당사자는 용인하지 않은 일들이 벌어진다는 뜻이다. 그것도 안 좋은 방향으로.

"자신 삶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게 막는 것, 여기에 가장 큰 문제가 있다고 봐요. 이만큼 위안부 문제가 알려지고 지지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할머니들이 스스로 나섰고 함께 싸워온 이들이 있었기 때문이잖아요. 근데 여기에 정부가 찬물을 끼얹은 거죠."

고등학생 때 사회 활동을 시작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효정 양. 그 계기가 궁금했다. 그는 자신이 그동안 알던 세상과 진실의 괴리감이 준 충격 때문이라고 했다.

"제주도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이 그랬어요. 그전까진 세상이 합리적이라고 여겼죠. 정치인은 당선될 만한 이유가 다 있고, 전문가는 객관적이고 오랜 시간 연구를 한 이성적인 사람이라고. 그런 이들이 충분하게 검토하고 사회 필요에 의해 결정했다고 믿었어요. 하지만 진실은 달랐죠. 잘못된 부분이 있다는 걸 알게 됐는데 못본 척 해선 안 된다는 도덕심, 양심이 활동을 하게 된 이유죠."

지난 10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오동동 문화의 거리 인권자주평화다짐비 앞에서 열린 '한일 위안부 합의 폐기 촉구' 기자회견에서 이효정 양이 '하'라는 글자가 적힌 종이를 들고 발언하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DB

효정 양은 대학을 가지 않았다. 진학 이유를 찾을 수 없어서다. 고등학교 진학 때도 그랬다. 전반적인 교육 구조에 대한 반감이 있었다. 검정고시를 준비하려다 태봉고를 가게 됐다.

"빚을 내서 대학을 졸업하고 힘들게 취직해 적은 연봉을 받는 일반적인 사례에 저도 포함이 되겠죠. 대학은 구조 조정에 정신이 없고, 노동 개악으로 나쁜 일자리는 늘어날 거고. 또래 친구들이 할 수 있는 선택은 당장 빚이 생길 것이냐, 4년 뒤에 생길 것이냐는 것이죠. 대학은 가지 않지만 일상을 의미있게 채우고 싶어요. 알바하면서 생활비는 스스로 책임지고, 남는 시간엔 사회 활동을 해야죠. 세월호 관련 활동도 꾸준히 하고요."

효정 양은 세상을 향해 외치고 싶지만 창구가 없어 방황하는 이들에게 경남 네트워크를 추천했다.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비상구가 될 수 있다고, 더 많은 '효정'이가 찾아오면 좋겠다고 했다. 항상 문은 열려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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