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아너소사이어티 아름다운 나눔] (12) 김태명 ㈜리베라관광개발 대표

나눔을 실천하는 계기에 대해 묻자 스마트폰에서 사진 한 장을 꺼내 보였다. "제가 더 행복해 보이죠. 남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 그게 행복하기 때문입니다." 사진 속 그는 장애인의 손을 잡고 환하게 웃고 있었다. 2014년 7월 1억 원 기부를 약정, 경남아너소사이어티 37번째 회원으로 이름을 올린 김태명(56) ㈜리베라관광개발 대표이사(회장). 15년 전부터 나눔을 실천해왔다는 그는 오늘도 어려운 이웃의 가정을 직접 찾아 맞춤형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부족한 만큼 돈이라도 벌어 성공하겠다

김태명 회장은 창녕군 창녕읍이 고향이다. 제재소, 정미소를 하던 부유한 집안의 3남 2녀 막내로 태어났다.

"창녕에서 중학교를 마치고 대구로 진학을 했어요. 공부를 그럭저럭 했는데 집에서 바라는 정도로 썩 잘하지는 못했습니다. 사춘기 시절 부모님과 성적 때문에 갈등을 겪으면서 방황을 하게 된 것 같아요. 허허. 공부가 아니면 돈을 벌어서 출세하겠다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진정한 내 노력으로 자수성가하겠다고 다짐을 했죠."

인생좌표를 수정한 그는 20대부터 돈을 벌고자 전력을 다하게 된다.

"돈을 벌겠다는 생각으로 무작정 서울로 갔는데 받아주는 곳이 없더라고요. 강원도 어느 목장에 취직해서 축사에서 똥 치우고, 여물 썰어서 사료 장만하고, 눈 치우고 했는데 정말 힘들었습니다. 남의 밑에서 일해서는 큰돈을 벌 수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시 고향으로 내려와서 장사를 하게 됐죠. 스물세 살에 당구장을 개업했는데 대박이 났어요. 거기서 번 돈으로 여러 가지 장사를 했는데 그것도 잘됐어요. 허허."

김태명 ㈜리베라관광개발 대표./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20대 사장이 된 그는 쉼 없이 일만 했다. 그렇게 꼬박 10년을 넘기면서 그는 몸과 마음이 지쳐가고 있었다. 결국 34살 때 그는 새로운 결심을 하게 된다.

"거의 하루 평균 4시간 이상 자본 적이 없었어요. 당연히 지치죠. 또 그때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도 좀 생겼고요. 그래서 무작정 사업을 접고 외국여행을 떠나기로 했는데…. 그때가 94년이었어요. 3년 정도 돌아다닌 것 같습니다. 지친 몸과 마음에 휴식을 찾고 앞으로 어떻게 살까, 어떤 사업을 할까 구상하면서 다녔습니다."

힘든 시기였지만 외국에서 접한 문화와 문물은 그의 새로운 도전에 밑거름이 돼 주었다.

"97년에 돌아와서 10월에 ㈜하이프랜드라는 중저가 복합 쇼핑몰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국내에서 중국, 일본과의 무역을 통해 중저가 물건을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주로 10대, 20대를 위한 의류, 화장품, 선물, 문구, 팬시, 잡화, 액세서리를 파는 곳인데 전국 6곳에 대형매장이 있었어요. 상품개발은 주로 중국, 일본에서 진행했는데 대표적으로는 국내 최초로 중국산 바구니를 수입해서 유통한 겁니다. 이 바구니를 밸런타인 초콜릿 종합선물세트로 개발해 전국적으로 유행시켰어요. 2002년 월드컵 때 붉은악마 티셔츠를 제작해 전국에 1000만 장 판매기록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허허. 연매출이 2500억 원가량 됐습니다."

과감한 도전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복합쇼핑몰이 번창하던 당시 그는 창원시 마산합포구에 리베라호텔 건립을 추진한다. 하지만 다시 위기가 찾아온다. 2003년 토목공사 진행 중에 태풍 매미가 동반한 해일에 공사장은 쑥대밭이 돼 버린다. 설상가상으로 태풍 매미 피해 이듬해인 2004년 대기업 홈쇼핑이 등장하면서 ㈜하이프랜드 또한 큰 타격을 받게 된다. 한 달에 매출이 10%씩 급감했다.

"쇼핑몰 사업이 급격히 쇠락하면서 결국 사업을 접었죠. 주변에서는 호텔사업도 접으라고 했어요. 사실 호텔 사업이 실패하면 사업 전체가 무너질 위기였죠."

그 순간 다시 그는 이순신 장군을 떠올린다. 그러고는 정면 돌파하기로 마음먹는다.

"제가 가장 존경하고 본보기로 삼는 사람이 이순신 장군입니다. 장군과 관련된 책과 연구논문은 아마 안 본 게 없을 겁니다. 중요한 순간, 장군이라면 어떻게 결정했을까 생각하고 그에 따릅니다. 리베라호텔 건설 때도 칼을 뽑았으면 강력하게 추진하자는 생각을 했어요. 배수진 치고 이것 못하면 죽는다 생각하고 진행했죠."

김태명 ㈜리베라관광개발 대표./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결국 리베라호텔 마산은 2004년 12월 문을 열었고, 주변의 우려와는 달리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2005년에는 ㈜리베라관광개발을 설립해 부동산 개발사업에도 본격적으로 진출한다. 대표적인 것이 창원시 성산구 중앙동 리베라컨벤션과 대구 프라이비트 건물 개발사업이다. 최근에는 베트남 개발사업에도 착수했다. 이렇게 해서 김 회장은 부동산 개발 사업을 하는 ㈜리베라관광개발과 ㈜리베라관광호텔, ㈜리베라컨벤션 3개의 업체를 경영하고 있다.

특히 리베라컨벤션은 작은 기부문화 실천으로도 유명하다. 예식장이지만 축하화환 대신 사랑의 쌀을 받아 이를 어려운 이웃과 나누고자 노력하고 있다.

"하루는 화환 200개가 들어와 놓을 자리가 없더라고요. 주변에는 끼니 걱정하는 이웃도 많은데 한 시간 진열하자고 2000만 원을 소비한다, 이거 말이 안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머리를 모아 쌀을 생화 화환 대신 기부받는 방법을 생각해 냈죠. 이 쌀은 혼주와 신랑·신부의 뜻에 따라 어려운 이웃에게 대신 전달됩니다."

고객 호응을 모으면서 지난해 리베라컨벤션 매출은 전년보다 50% 늘었다. 김 회장은 예식은 이미 6개월, 돌잔치는 1년 치가 예약된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직접 만나 진심 전해 "되레 에너지 얻기도"

김 대표는 2014년 7월 28일 1억 원을 기부해서 경남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이 됐다. 하지만 그는 전혀 특별한 것이 아니라고 했다. 15년 전부터 도내 18개 시군의 어려운 이웃을 찾아 나눔을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애인 가정, 다문화 가정, 외국 이주민 합동결혼, 소년소녀 가장, 한부모 가정, 동서문화상 지원 등 그의 나눔 실천은 손을 꼽기 어려울 만큼 많다. 매년 2억 원가량 어려운 이웃을 위한 나눔에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버지께서는 한쪽 눈을 다쳐 실명하셨고요. 저희 형님은 6·25 때 피난 가다 총알이 머리를 스치면서 다쳐 중증 지체·정신 장애인으로 사시다 16년 전 돌아가셨습니다. 그러니 장애인 그리고 그 가족의 아픔과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죠. 형님 돌아가시고부터 어려운 이웃에 관심을 가지게 됐죠. 올해로 꼭 15년 됐네요."

그가 나눔을 실천하는 방법은 남들과는 조금 다르다. 금전·물품을 지원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가능하면 시간을 내서 직접 찾아 뵙고 이야기 나눈다.

"저는 직접 만나서 마음을 전하려고 노력을 합니다. 아니면 받는 사람, 주는 사람 모두 관례적이거나 습관적으로 변해버려요. 또 그분들이 필요로 하는 맞춤형 도움을 줄 수도 있고요. 그분들과 대화하다 보면 위로와 희망을 전할 수 있죠. 제게도 에너지가 생기는 것 같고요."

그가 나눔을 실천한 근본적인 계기는 자신이 행복해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리고 어려운 시절을 보내는 또 다른 자신을 돕는 일이라고 했다.

"우리 사회는 있는 사람, 성공한 사람만 중요하게 여깁니다. 없는 사람들은 빈부 격차가 심해지면서 더 소외되죠. 저도 어렵고 소외된 시절을 지내봐서 조금은 알죠. 그러니 더 출세하려고 노력했는지도 모르죠. 그런데 나만 잘살면 다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딘가에 또 다른 옛날 그때의 내가 있을 텐데…. 그리고 무엇보다 제가 행복해서 하는 일입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