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사람] '착한'중화요리점 운영하는 김창룡·최서빈 부부

월급만 빼고 다 오른다는 세상, 서민들의 호주머니 사정을 먼저 생각하는 짜장면 가게가 있다.

짬짜면 대신 짬뽕과 짜장면을 각각 시켜 먹어도 일반 중화요리점의 한 그릇 가격만 내면 되는 곳은 마산합포구 반월동 통술거리 입구에 있는 착한가격 '두현성' 중화요리점.

식탁 9개와 36개 의자를 관리하며 서빙을 책임지는 아내 최서빈(53) 씨와 주방을 담당하는 요리사 남편 김창룡(55) 씨의 삶의 터전이다.

"음식 배달과 종업원 없이 짜장면 한 그릇에 행복을 드리자고 아내와 다짐을 하며 2015년 3월에 다시 중국집을 열었죠. 처음에 먹은 마음을 지키고자 간판에 짜장면 2000원, 짬뽕 3000원 등 가격을 적어 놓았습니다. 메뉴판이야 금방 고칠 수 있지만 간판은 장사를 때려치우지 않는 한 끝까지 걸어두고 손님과 약속을 지켜야죠."

두현성 김창룡 사장은 "2000원짜리 짜장면이지만 한 그릇 대접하고 나면 마음이 뿌듯해진다"고 말한다.

김 씨와 중화요리 인연은 40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그의 나이 15살, 중학교 2학년 때 감행한 첫 가출은 춥고 배고픔의 연속이었다.

먹여 주고 재워 주는 부산 초량동 '용문각'에서 그릇 설거지가 소년 김 군의 운명을 결정한 것이다. 그는 학업보다 요리가 적성에 맞았고 고교 중퇴 후 8년 만인 25살에 첫 중화요리점을 열었다.

회원동, 마산역 주변으로 가게를 옮겨가면 중화요리에 열정을 쏟았다. 탕수육과 짜장면을 함께 주는 세트메뉴 개발로 남부럽지 않을 만큼 사업도 자리 잡았을 때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렸다.

"요리사는 요리만 해야 하는데 자리를 좀 잡았다 싶으니까 다른 것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셀프 세차장, 의류업, 경양식 레스토랑 등 몇 년 외도를 했었죠. 그러다 음식 배달하며 오토바이 교통사고 나서 다리를 다쳤죠. 재활이 마무리될 때 내가 있을 곳은 주방이라는 생각이 들데요. 그래서 다시 중국식 프라이팬 웍을 잡았죠."

부부는 같은 자리에서 두 번째 중화요리점을 열었다.

김 씨는 수 년 전 현재 자리에서 손으로 직접 면을 만드는 수타방식으로 중화요리점을 운영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바로 옆에 있는 화교가 운영하는 정통중화요리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가게를 접은 경험이 있었다. 그리고 작년에 다시 같은 자리에 중화요리점을 재개업하면서 경쟁이 아닌 상생을 택했다.

두현성 김창룡 사장과 아내 최서빈 씨.

"저희 가게 메뉴판을 보시면 식사 위주의 면과 밥 그리고 탕수육뿐이죠. 중국집 기본만 지키자고 계획했죠. 여러 가지 요리를 만들려면 다양한 재료를 준비해야 하는데 여러 메뉴를 포기하고 선택과 집중을 한 거죠. 대신 가격을 요즘 말로 착하게 받자고 전략을 세웠죠. 가게 건물에 임대료도 안 나가고 인건비도 아내와 저 두 명이고 그래서 저렴하게 받을 수 있죠."

짜장면 2000원이 가능한 이유 중 신뢰와 물품 현금거래도 중요한 요인이었다.

재료를 사는 과정에서 좋은 물건을 외상거래 없이 오직 현금으로만 지급하다 보니 단가도 내려가고 신뢰는 높아졌다.

개업 초기 싸구려 재료로 만드는 것 아니냐는 손님들의 의심은 시간이 지나며 단골이라는 보답으로 되돌아왔다. 특히나 노인과 청소년 단골이 80% 이상을 차지한다는 것만으로도 그는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어르신들 중에는 2000원이 없어 식사 하시기 전에 망설이는 분들도 아직 많으십니다. 2000원짜리 짜장면이지만 한 그릇 대접하고 나면 마음이 뿌듯해져요. 수억, 수천만 원 기부하시는 분들도 많은 세상에 난 짜장면으로 기부한다고 마음먹죠. 돈 버는 재미보다 쏠쏠합니다. 근처 학교가 방학이라 좀 잠잠하지만 개학하면 아이들 젓가락 소리도 한몫합니다. 십만 대군을 기른다고 생각하죠. 훗훗."

착한가격 중화요리점에서 물과 추가 반찬은 손님 스스로 가져다 먹어야한다.

또한 만인을 위한 2000원 짜장면을 지키기 위해 손님에게 바라는 '코는 밖에서 푸세요', '재료질에 선입관을 버리세요', '긴 이야기나 상담은 커피숍에서' 등 주인장 읍소 문구와 1만 원 미만의 음식값을 카드로 지불 시 일반 시중가격으로 결제한다는 안내문이 메뉴판 옆에 부착돼 있다.

"며칠 전에 국세청에 결제 관련해서 민원이 접수돼 조사하러 오셨어요. 그래서 짜장면 한 그릇에 2000원 받아서 카드 수수료 내면 정말 가격을 올려야 하는데 그러면 어르신과 학생 손님에게는 타격이 크다고 말씀드렸죠. 이해를 해 주시더군요. 짜장면 가격은 제가 정했지만 결국 손님들이 지켜주시는거나 마찬가지죠. 짜장면과 짬뽕으로 상부상조하면서 사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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