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정 시인 <운주사>출간

박노정(66) 시인이 새 시집 <운주사>(사진)를 냈다. 진주 지역 신생 출판사 펄북스를 통해서다. 시인은 지역 운동과 문학운동에 헌신하면서 써 온 시들을 4부로 묶었다. 1부는 자신이 마주한 인물을, 2, 3부는 생활 속에서 느낀 경험을, 4부는 산사에서 드는 생각을 시로 묶었다.

1부에서 장일순, 민병산, 천상병, 법정 스님, 이오덕, 권정생, 이선관, 채현국, 김열규 등을 제목으로 한 인물 시를 썼다.

'천상병'이라는 제목의 시는 시인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담았다. "아는 사람은 다 안다/그가 손을 내밀면/술값 청구서란 것을, 단돈 천원/나도 몇 차례 정중하게/상납한 적 있다/(중략)인사동 '귀천', 주인도 바뀌고/손님도 달라진 귀천에서/다시는 찾지 않을 거라며/속으로만 한참을 울다 나왔다//"

시대를 아파하며 쓴 시도 많다. '생구3', '왜 왜 왜' 등이 그렇다. '왜 왜 왜'는 지난 2014년 세월호 사건을 겪으면서 느낀 점을 담담히 표현했다. '왜 왜 왜'는 "대성통곡/사람만이 우는 것이 아니다/풀과 나무, 이끼까지 자오록이 운다/이즈막 태풍과 해일/폭풍으로 하느님도 성을 내신다/(중략)이제 애잡짤한 울음을 그치고/잊지 말자 낱낱이 새기자/날마다 4월 16일/해마다 4월 16일/(…)"

시인은 '거룩한 허기', '운주사' 등의 시에서 끊임없이 눈물겹게 세상을 살아내는 이들을 노래한다. '거룩한 허기'는 "한 숟갈 삼키다 울컥한다/한 문장 베끼다 울컥한다/울컥하는 것들은 모두 거룩한 것들이다/거룩한 것들은 모두 허기진 것들이다/모두 한때 제 몸에 깊은 상처를 남긴 것들이다/누구에겐가 오래 빚지고 산 것들이다/누군가 그 옆에 슬그머니 줄을 선다/갑자기 허기가 한꺼번에 몰려든다//"

김륭 시인은 "박노정은 전작들처럼 여전히 선하고 순박한 사람들에게 오는 삶의 불평등함, 참담함을, 그 비의를 담담하게 그려내지만 서사는 보다 입체화되고, 여리고 섬세한 듯 보이는 언어는 날이 섰다"고 평가했다.

박 시인은 <진주신문> 편집·발행인을 지냈고, '진주 가을문예'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다. 136쪽, 펄북스, 9000원.

박노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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