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비춤]소실된 이후 제대로 복원 못해, 건축물 자체 심사서 기준 미달

◇왜 부정적인가? = 국보를 대하는 전문가와 시민의 인식차가 확연하다. 국보 승격 여부를 결정하는 문화재위원들은 건축물에 국한해서 심의하고 있으며 다른 유사한 형식과 시기의 건축물과 형평성도 고려한다.

반면 시민들은 그 건축물이 가지는 상징성과 역사성, 인문학적인 가치를 더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경남도는 촉석루에 대해 보물 신청을 하면서 '진주 천 년 역사의 기쁨과 아픔을 고스란히 같이해온 촉석루는 1948년 국보로 지정돼 관리되다가 1950년 한국전쟁으로 소실되면서 국보에서 해제되는 아픔을 겪었고, 이를 안타깝게 여긴 진주시민들과 정부가 한마음으로 복원사업을 진행해 1960년 재건했다. 촉석루는 역사와 경관을 갖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문화유산으로 그 가치가 매우 뛰어나므로 국가 지정 문화재 보물로 신청코자 한다'고 밝혔다.

진주 촉석루.

영남루에 대해서는 '평양의 부벽루, 진주의 촉석루와 함께 한국의 3대 명루로 일컬어진다. 문화재보호법이 제정되면서 국보에서 보물로 변경 지정됐기 때문에 국보로 승격 지정해 문화재 관리에 만전을 기하려고 한다'고 돼 있다.

감성에 호소하는 측면이 강하다는 것을 볼 수 있다.

문화재 위원들이 영남루에 대해 지정 가치가 미흡하다는 결론을 내렸는데, 이를 해석해보면 국보는 보물 중에서 검토를 거쳐 승격하는 것이기 때문에 '으뜸 중의 으뜸이 되려면 특별한 뭔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보물로서는 충분한 가치가 있지만 국보로 승격할 만한 가치는 부족하다는 평가를 내린 것이다.

역사성과 인문학적인 가치도 중요하지만 그 건축물 자체가 으뜸 중의 으뜸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경쟁 관계(?)에 있는 광한루(전북 남원)와 죽서루(강원도 삼척) 등의 보물과 형평성도 고려한다. 그래서 쉽게 승격을 결정하지 못하는 것이다.

촉석루는 원형을 유지하는 데 소홀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소실되고 나서 7년 정도 방치됐고 복원공사를 하면서도 문화재에 대한 개념이 부족해 기둥이나 규모 면에서 원형을 살리지 못했다는 지적도 하고 있다.

당시 정부 차원에서 예산을 편성하고 최고 기술자를 파견해 그야말로 국책사업으로 촉석루 복원 공사를 했는데도 문화재 위원들의 기대치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

◇숭례문은 되고 나머지는 안되나? = 2008년 숭례문이 화마로 큰 피해를 보고 복원됐지만 국보 1호는 그대로 유지됐다. 2층 누각은 전소하다시피 해 새것으로 교체됐는데도 국보 1호로 존치되자 논란이 있었다.

문화재청은 2층 누각은 거의 쓰러졌지만 기반 석축이 90% 이상 남아 있어 국보 1호 가치를 유지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국보 1호가 가지는 의미나 상징성이 크다는 의견도 나왔다. 설계도 등이 남아있어 원형대로 복원했고, 일부 부자재는 재활용했기 때문에 보수 개념으로 봤다.

▲ 국보 제1호 숭례문이 지난 2008년 2월 발생한 화재로 부분 붕괴된 당시 모습. /연합뉴스

문화재청이 숭례문에 대해서는 국보 1호라는 상징성에 무게를 두었지만 여타 문화재는 그런 기준을 적용하지 않고 있다.

촉석루와 영남루는 역사성과 상징성에서 여타 문화재와 비교할 때 떨어지지 않는다.

촉석루는 700년 가까운 역사성과 함께 임진왜란 3대첩 중 하나인 진주성 전투 당시 김시민 장군이 지휘소로 이용했던 역사적인 건물이다. 2차 진주성 전투에서는 7만 민관군이 순국한 장소이기도 하다. 아울러 건축물도 하부는 약간의 변형이 있지만 원형에 가깝게 복원돼 있다.

진주성 전체가 사적으로 지정돼 있고, 성안에 도지정문화재가 12점이나 있는데 촉석루를 지정 문화재의 가장 낮은 단계인 문화재 자료로 관리해온 것은 문제가 있는 것이다.

영남루 또한 19세기 중반에 지어졌기 때문에 조선시대 지방 대형 누각 건축의 대미를 장식했다. 단일 건물로 누각처럼 단순한 기능이 아니라 중앙의 본루와 좌우 능파각 침류각을 연결함으로써 복합적인 용도에 적합한 건물을 창조했다. 영남루는 건축물만이 아니라 수준 높은 제영시문을 비롯한 관련 문헌자료도 많아 그 자체만으로도 중요한 문화유산이다.

하지만 이런 상징성과 인문학적 가치는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국보가 되면 뭐가 달라지나? = 촉석루는 사적인 진주성 안에 있기 때문에 지금도 유지 보수에 국비 지원을 받는다.

국보로 재지정되면 현재 도문화재자료보다 보수할 때 국비 지원율이 높아지는 것을 제외하고는 재정적인 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보물인 영남루도 사정은 비슷하다.

하지만 시민이 갖는 자긍심으로 보면 국보와 도문화재자료는 하늘과 땅 차이다.

현실적으로 국보 환원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환원 운동을 벌이는 것은 그만큼 진주시민에게 진주성과 촉석루가, 밀양시민에게 영남루가 갖는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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