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빚던 거리 추억 깃든 자리…근대건조물 흔적 남긴 박물관 백자 더하며 '옛것 가치'되새겨

지난 기사를 살펴보다 <마산 삼광청주 '작은 박물관'서 부활>이란 제목의 기사를 만났습니다. 지난 2011년 12월 19일 자 5면에 실린 것입니다.

지난 시절 창원시 마산합포구 중앙남6길 86번지에 1909년 만들어진 삼광청주 주조장이 있었습니다. 일제강점기 이전부터 마산이 전국 최대 청주 생산지로 이름을 날렸던 흔적입니다. 100년이 넘은 주조장 건물은 근대건조물로 보존 가치가 높았습니다. 그런데 이 건물이 건축업자에게 팔리면서 2011년에 헐리고 말았습니다. 당시 주민, 시의원, 시민단체 등이 나서 보존운동을 펼쳤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아쉬운 마음에 그 흔적이라도 보존하고자 만든 것이 창원시 마산합포구 중앙동주민센터 앞에 있는 '중앙동 문화역사 작은박물관'입니다. 컨테이너 한 동짜리 건물입니다.

옛 삼광청주 주조장 흔적을 보관하고 있는 중앙동 문화역사 작은 박물관.

궁금한 마음에 지난달 중순 직접 찾아가 보았습니다. 이 박물관을 만드는 데 힘을 쏟은 중앙동으뜸마을 추진위원회 최춘파(75) 위원장과 연락이 닿아 설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박물관에는 철거된 삼광청주 주조장에서 나온 벽돌과 기와, 금고 같은 물건들이 가지런히 진열돼 있었습니다. 모두 28종 104점이랍니다. 박물관 옆에는 컨테이너 높이와 비슷한 발효술통도 그대로 있었습니다. 겉은 수리하긴 했지만 속은 100년이 넘은 것입니다. 동네 아이들이 어지를까 봐 매일 박물관을 열어 두지는 못한답니다. 대신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개방하고, 언제든 연락이 오면 근처에 사는 최 위원장이 달려나와 열어준다는군요. 실제 지역사를 연구하는 대학원생들이 관람 요청을 제법 한답니다.

그동안 주민센터 앞 쉼터에 컨테이너 건물이 하나 더 생겼습니다. 그곳에는 삼광청주를 담았던 백자가 수십 점 진열돼 있었습니다. 최 위원장이 마산, 부산, 대구 등지 골동품점을 돌며 수집한 것들입니다. 백자를 만든 시기를 조선후기로 표기해두었는데, 마산항 개항(1899년) 이후 일제강점기 이전에 만들어진 것들이라는군요. 실제 몇몇 백자에는 당시 상호와 전화번호도 나옵니다. 제법 큰 백자 하나에는 '원전주조장, 마산부통정'이란 글귀가 있는데요, 마산부통정이란 바로 지금의 장군동이라는군요.

실제 주조장 자리도 찾아가 봤습니다. 길 하나를 두고 아래쪽 터에는 이미 원룸이 들어서 있고, 위쪽 터는 한창 오피스텔을 짓고 있었습니다. 중앙동으뜸마을 추진위원회는 지난 2013년 5월 원룸 건물 입구 근처 조그만 화단에 기념 표지석을 세웠습니다. 표지석에는 삼광청주 공장 터 내력이 적혀 있습니다. 같은 해 창원시는 삼광청주 보존 실패에서 착안한 듯 '창원시 근대건조물 보존 및 활용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습니다. 하지만 소유주와 협의 과정이 쉽지 않다는군요. 그런 사이, 보존 가치가 있는 건물들이 한둘씩 사라지고 있고요.

옛 삼광청주를 담았던 백자를 모아 보관하고 있는 작은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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