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이장님]산청군 금서면 주암마을 김성윤 이장

산청군 산청읍에서 서쪽으로 승용차로 20여 분 가면 금서면 주암마을이 나온다. 80여 가구에 170여 명의 주민이 서로 의지하며 사는 주암마을 중심에는 올해로 2년째 마을이장을 맡은 김성윤(53) 이장이 있다.

김 이장은 이 마을 토박이도, 산청에서 태어나지도 않은 고향은 경북 청도이고 이곳에 오기 전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했던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처음 이곳에 귀농해 정착했을 때 주민들로부터 텃세 아닌 텃세를 많이 당해 마음고생도 꽤 했다. 그러나 김 이장의 타고난 성실함과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에 마을 주민들이 마음을 열고 김 이장을 믿어 줘 지난 2013년 이장으로 마을 일을 하게 됐다.

김 이장은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늘 도시의 찌든 삶에서 벗어나 시골에 가 조금 편하게 생활하고 싶은 생각을 했다. 지난 2006년 여름휴가 때 지리산 등반을 하다 주암마을 인근 모 사찰 스님을 만났는데 스님께서 산청이 좋으니 산청으로 올 것을 권유해 그해 11월에 산청으로 왔다"며 "귀농해 산에 다니면서 산삼을 캐는 경험도 하는 등 지금은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산청군 금서면 주암마을 김성윤 이장은 "소박하게 살아간다는 마음으로 귀농하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한다. /한동춘 기자

현재 주암마을 이장을 하면서 군이 주암마을에 건립한 왕산약초 판매장을 지난 2009년부터 임차해 운영하는 김 이장은 옛날 할아버지가 고향 청도에서 한약방을 해 도시 생활을 할 때에도 약초에 관심이 많았다. "이런 약초에 대한 관심이 약초 판매장을 운영하는 계기가 됐다"는 그는 "할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장직을 수행하면서 마을 주민 모두에게 만족을 주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김 이장은 "때로는 내가 하는 일에 만족 못 한 주민들이 불만을 털어놓을 때에는 미안한 생각을 하지만 나도 사람이다 보니 때로는 서운한 마음도 든다"며 "마을 어르신은 물론 주민들 모두 잘 챙겨 주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또 "마을 일을 하면서 여러 가지 즐거울 때도 있고 힘들 때도 있었다. 그렇지만 주민들이 믿고 따라 주고 잘한다고 칭찬해 주면 힘들었던 모든 것이 없어지고 기분이 좋아진다"며 "이장직을 수행하다 보면 각종 회의 참석 등으로 개인적인 시간을 많이 뺏겨 농사일에 지장을 받을 때도 있다"고 이장으로서 불편한 점도 내비친다.

김 이장의 성실함과 열정은 주민들에게 정평이 나 있다. 지난가을 벼 수매 때에는 연로한 어르신들이 무거운 가마니를 옮기지 못해 직접 경운기로 운반하다 허리를 다쳐 지금도 약간 불편할 정도로 김 이장은 마을 일이라면 몸을 아끼지 않고 봉사하고 있다.

김 이장은 "현재 할머니들이 거의 마을 회관을 이용하다 보니 할아버지들이 마땅히 갈 곳이 없어 다방 등지로 배회해 안타깝다"며 "주암마을을 비롯해 인근 마을 할아버지들이 함께 모여 여가를 보낼 수 있는 공간을 행정에서 마련해 주었으면 한다"고 희망을 밝혔다.

또 "마을 주민 대부분이 고령인데도 힘든 농사일을 하는 것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며 "힘든 일을 내려놓고 편히 살 수 있는 여건과 환경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그것이 잘 안돼 아쉽다"고 전했다.

김 이장은 자신의 일에 대해서도 어려움을 토로했다. "군이 약초재배 농가들에 지원은 많이 해 주지만 약초재배 농사가 힘들고 어렵다. 군이 산청에서만 특화할 수 있는 약초를 개발한다면 약초 산업에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그는 "나는 귀농해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귀농을 계획하는 사람이 있다면 욕심을 내지 말아야 한다. 큰 꿈을 가지고 귀농하면 실패할 수 있으므로 소박하게 살아간다는 마음으로 귀농하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귀농을 꿈꾸는 사람들이 참고할 만한 말도 전했다.

"산에 가면 마음이 편하고 스트레스도 안 받아 자녀가 다 자라면 산 속에 집을 짓고 사는 것이 꿈"이라는 김 이장에게서 이미 세상을 다 가진 행복한 모습이 넘쳐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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