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영신 예배를 보고 새벽에 들어와 평소보다 늦게 잠에서 깼다. 그런데도 우리 집 거실에는 아직 태양이 문을 두드리지 않았다. 주인처럼 우리집 해도 좀 느긋하게 새해를 밝히려 했나보다. 2016년 첫 시간은 교회에서 맞았으니 바쁘게 떠오르는 해를 보며 소원을 비느라 부산을 떨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새해 첫 태양을 담으려는 지인들의 카톡으로 보내준 부지런한 마음을 바라보며 2016년의 첫날이 밝았음을 느낀다.

12월 31일과 1월 1일 사이의 물리적 시간은 겨우 하루일 뿐인데 마음은 정말로 그 하루에 일 년을 다 보낸 듯하다. 어제가 반성과 후회였다면 오늘은 왠지 모를 기대와 설렘이다. 하루 차이가 이토록 다른 이유는 마지막과 시작이라는 의미 때문이다.

언젠가 매일 똑같이 흐르는 시간을 이렇게 사람들이 단위 지어 묶어놓은 이유를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사계절의 순환이라는 사이클에 따르지 않았나' 생각해보았는데 늘 기후가 똑같은 나라들도 이 기준을 쓰니 꼭 그런 것만은 아닐 듯했다. 그래서 내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매듭'이었다. 해와 달과 주, 이런 단위를 통해 지난 시간을 매듭짓고 또 새롭게 시작하라는 뜻으로 이런 단위를 두지 않았나, 그렇다면 한 해의 마지막과 시작에서는 좀 다른 매듭이 필요할 듯하다.

지난 연말 딸아이와 함께 시작한 입시 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늘 긍정하고 낙관하던 마음이 아이의 미래 앞에서는 좀 심하다 싶게 흔들렸다. 나는 새벽마다 딸아이를 위해 기도하며 부모로서 나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았다. 아이를 사랑한다고 무조건 긍정한다고 했던 말이 사실은 제 몫을 다 해내고 있기에, 잘 하고 있기에 가졌던 오만임을 발견했다. 이런 이기적인 엄마, 조바심 내는 엄마 때문에 상처받은 아이의 마음도 만져졌다. 아팠다.

아직도 입시는 계속 중이고 달라진 것은 사실 하나도 없다. 하지만 나는 행복을 선택하기로 작정한다. 부모라면 누구나 겪는 이 입시의 고통을 나 또한 한 사람의 부모라서 겪을 수 있음은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또 원하는 만큼의 결과는 아닐지라도 아이가 스스로 노력한 보상으로 작은 성과라도 얻는다면 그것으로 감사하고, 만약에 실패한대도 거기서 새로이 또 다른 길을 모색하리라 작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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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보다, 대학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내 아이이니 말이다. 본질을 향해 한 걸음 나아가고 욕심은 줄이라고 새해의 첫 태양이 따뜻하게 속삭여 주었다.

/윤은주(수필가, 한국독서교육개발원 전임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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