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층 타 지역 유출·고급아파트촌 형성 등 보수화 흐름…진보·노동세력 결집 약화

'창원 성산' 지역구를 두고 '진보정치 1번지'라 부른다.

4월 20대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은 후보가 적은 반면 야권은 지역과 중앙을 막론하고 하마평에 오르는 이들이 무수하다. 허성무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는 일찌감치 바닥 민심 훑기에 주력하고 있고, 석영철·손석형 전 경남도의원, 박훈 변호사 등이 대세를 관망하고 있다. 여기에 정의당 경남도당이 노회찬 전 의원의 창원 출마를 강력 추진 중이다. 이렇듯 자칫 진보 후보 '난립'이 우려되지만 정작 문제는 지지 기반이 탄탄한가다.

창원 성산은 이전까지만 해도 젊은 노동자층이 많고,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노동자 정치세력화로 진보정치 조직이 탄탄한 현실적 대의가 있었다. 2004년 권영길 전 의원이 이곳에서 진보 정치인으로는 처음 지역구 당선에 재선까지 이뤄 내 '상징성'도 얻었다.

한데 지금은 상징만 남았다는 게 중론이다. 먼저 인구별 세대 분포 변화를 살펴보자. 국가통계 포털에서 창원 성산구(반송, 중앙, 상남, 사파, 가음정, 성주, 웅남)의 주민등록인구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49세 인구가 2004년 13만 1416명이던 것이 2014년에는 12만 279명으로 줄었다. 반대로 50∼84세 인구는 2만 7232명에서 5만 8509명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연령대별로 보면 30∼34세는 2만 2356명에서 1만 8003명으로, 35∼39세는 2만 6607명에서 1만 7354명으로, 40∼44세는 2만 9059명에서 2만 2634명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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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50∼54세 인구는 1만 219명에서 2만 4289명, 55∼59세는 5492명에서 1만 6143명, 60∼64세는 3581명에서 7882명으로, 65∼69세도 2994명에서 4375명으로 크게 늘었다.

지난 19대 총선 연령대별 투표율을 보면 당시 20∼40대는 45.6%에 그쳤으나 50∼60대는 65.5%로 높게 나타났다. 연령이 높을수록 적극 투표 층인데 지역 인구가 고령화한 것이다.

진보·노동 진영 내에도 2004년 30∼40대 청년층에서 현재 40∼50대 중·장년이 된 이들이 많다. 연봉도 중산층 이상에 달하고 자녀가 대학 진학기에 있는 등 돈이 많이 드는 나이대라 보수화 바람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에 많은 사람이 진보정당이나 세력보다 더민주 같은 중도 보수 정당, 일부는 새누리당 지지로 돌아서기도 했다.

노동·진보세력 텃밭으로 여겨지던 성주동과 가음정동의 재개발·재건축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낮은 집값에 노동자 서민이 많이 살던 성주동은 10년 새 재개발로 고급 아파트촌이 됐다. 대단위 서민 임대아파트가 있던 가음정동 역시 현재 재건축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다. 이전에 살던 사람은 의창구 북면이나 김해 장유 등지로 흩어졌다.

진보·노동세력 표 결집이 어려워진 것이다. 이는 2014년 지방선거 결과가 증명한다. 경남도지사 선거 강병기 통합진보당 후보는 성산에서 6.38%라는 매우 저조한 득표율을 보였다. 김경수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47.58%로 홍준표 후보보다 더 많은 표를 가져가는 저력을 보였다.

경남도의원 선거에 나선 석영철(창원4)·이종엽(창원6) 후보도 고배를 마셨다. 특히 이 후보는 새누리당 후보가 정해지기 한참 전부터 표밭을 다져왔고, 이전 9대 의회 활동 성과도 좋아 당선이 무난하다는 평을 받아 충격이 컸다. 창원시의회 노창섭·김석규 의원도 선거에서 전체 3위에 그쳤으나 중선거구제 덕에 가까스로 의회 문턱을 넘었다. 

아울러 이후 통합진보당이 해산되고 노동·진보세력은 정치적 이합집산으로 시간을 보내며 관심에서 멀어졌다. 지역민이 공감할 만한 혁신적 대안이 없으면 진보 정치인 당선 가능성은 희박한 게 현실이다. 허성무 더민주 예비후보가 지난해 여름부터 선제적 총선 채비를 해 온 것은 이 같은 현실 인식을 바탕에 깔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에 ‘선거연합정당’이라는 총선 전략을 내세우나 경남은 진보 세력별 정파별 이해관계가 첨예한 상태라 되레 분열상만 비추고 있다.

도내 한 진보 인사는 “통합진보당 해산과 진보 진영 분화로 민주노총이 더는 성산지역 진보정치 세력을 아우르는 구심 역할을 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면서 “앞으로 진보 정치인은 성산보다 신도시 개발로 젊은 층이 모여드는 의창구나 김해 장유 등에서 몇 차례 낙선을 각오하고 지분을 확대해 나가는 게 유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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