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 한번 빼고“어디 개운한 거 없나” 포장마차 촌국수 한그릇이면 왓따!

창원 북면 마금산 온천관광단지. 주말이면 이곳은 가족끼리 또는 연인끼리 온천욕을 즐기러 오는 사람들로 붐빈다. 주위에는 목욕을 마친 사람들이 출출한 배를 달랠 음식점들도 많이 들어서 있다.

그 중에서도 부담 없이 요기할 만한 것이 바로 옛날 국수, 일명 촌국수다. 마금산 온천 뒤 주차장 공터에 녹색 천막으로 만든 간이음식점이 있다. 간판은 없지만, 제법 넓은 포장마차다.

국수 한 그릇 만드는데 10분이면 뚝딱! 주인아줌마는 ‘국수가 별거 있나’라고 말하지만, 온천에서 땀을 쭉 빼고 나온 손님들은 잊지 않고 이곳에서 허기진 배를 달래고 간다. 그래서 목욕을 갓 마치고 반질반질한 얼굴을 한 사람들이 삼삼오오 포장마차 안으로 얼굴을 들이미는 모습이 아주 자연스럽다.

물국수. 국수장국에는 뭐니뭐니 해도 멸치다시마 국물. 따뜻한 장국에 갓 삶아 내 쫀득한 국수면발을 말아 내온다.

그 위에 잘게 총총 썬 파와 고추, 어슷썰기 한 오이에 고춧가루.깨.김이 얹혀지면 국수요리 끝. 국수를 앞에 놓고 조금 꾸물댔더니, 주인아주머니가 면 불면 맛없다며 퍼지기 전에 빨리 먹으라고 다그친다. 특별히 재료가 더 들어간 것 같지도 않고, 흔히 집에서 해먹는 국수랑 비슷한데 맵싸한 게 개운하다.

목욕탕 손님이 주요 고객인지라 개운한 국물이 있는 물국수가 당연 메인 메뉴다. 근데 이 집을 소개해준 이는 물국수가 아닌 비빔국수를 추천하였으니, 이 또한 맛보지 않을 수 없다.

비빔국수에는 봄이 담겨 있다. 매끄럽게 삶아 낸 면발에 고추장.설탕.깨소금.참기름 등으로 버무려 나온 국수에 봄동이 한움큼 얹혀 나온다. 참기름의 고소한 맛과 식초의 새콤한 맛, 고추장의 매콤한 맛, 딱 좋아! 흔히 비빔국수나 비빔냉면은 양념장이 음식맛을 좌우하기 때문에 아는 집 아니고는 잘 안 시켜 먹게 되는데, 비빔국수를 즐겨 먹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맛보길.

주인아줌마는 이곳 원주민이다. 지난 85년쯤 온천관광단지로 개발되기 전까지 이 근처에서 음식점을 하다가 식당이 헐리면서 난전에서 국수를 팔았었다. 국수 한그릇 1000원 할 때부터 지금까지(2500원) 10년이 넘게 국수를 팔아 혼자 4남매를 키워왔다.

그나마 지금은 제법 바람막이가 되는 간이포장마차를 꾸리고 있지만, 이마저도 언제 그만둬야 할지 모른다. 이 일대 불법건축물 철거 소식이 간간이 들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아줌마는 올해는 어쩔 수 없이 조용히 물러가야지 하신다. 그동안 행정에 애를 너무 많이 먹여 더 이상 뻗대기도 미안하다면서.(이제 철거될 때까지 그냥 조용히 살고 싶다는 아줌마에게 차마 사장님이라고 이름을 물어볼 수 없었다.) 이 집 촌국수가 맛있는 건 바로 서민들의 삶이 배어 있어서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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