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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거짓·은폐·삭제…진상 규명에 총력 쏟아야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조사 앞으로 어떻게
-참사 608일 후 열린 청문회 퇴선방송·구조 의혹 점검 뒷북지시·제도 문제 재확인
-올 6월까지 2차 청문회 추진 예산 삭감·국장 임명 난제

이서후 기자 who@idomin.com 2016년 01월 04일 월요일

한때 '잊지 않겠다'고 다들 약속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저 당시 분위기에 휩쓸려 그랬던 까닭일까요, '이제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느냐'는 말까지 나오는 요즘입니다. 예상컨대 올해도 4월 16일을 즈음해 언론사마다 세월호 관련 기사가 나오겠지요. 끝나지 않은 가족들의 슬픔과 힘든 진상 규명 등 심금을 울릴 만한 이야기들이 많을 것입니다. 지난해에도 그랬으니까요. <경남도민일보>는 '때가 되면 으레 보도한다'란 혐의를 벗고자 신년호 지면을 통해 올해 세월호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여전히 잊지 말아야 할 이유 = "단언컨대 당신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12월 16일, 세월호 1차 청문회 마지막 날 4·16 가족협의회 진상규명분과장을 맡은 유가족 박종대 씨가 마무리 발언을 하며 외친 말입니다. 꿈속에서도 진상 규명 활동을 했다는 박 씨가 청문회 기간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며' 내린 결론이랍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이 지난해 12월 14일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1차 청문회에서 참사 당시 관련 영상이 상영되자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청문회를 통해, 지휘부가 구체적인 지시를 내리지 않는 등 초기 대응에 있어서 적극적 구조 작업 지휘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구조 세력 및 지원 세력 간 제대로 된 정보 공유가 이루어지지 않은 점, 이로 인해 잘못된 판단과 결정을 하게 된 경위 등 구조 시스템과 제도의 문제점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해 12월 22일 세월호 특조위 정례 브리핑 자리에서 진상규명소위원회 권영빈 위원장이 한 말입니다. 1차 청문회에서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우리가 왜 세월호를 잊지 말아야 하는 지가 분명해집니다. 세월호 참사가 그렇게 많은 희생자를 낳은 이유가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런저런 한계가 많았지만 이번 세월호 청문회는 이런 이유를 찾는 데 어느 정도 성과를 냈습니다.

◇세월호 1차 청문회가 남긴 '진실과 의혹' = 세월호 1차 청문회가 끝난 12월 17일 <오마이뉴스>는 청문회에서 확인된 사실과 의혹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습니다. (아래는 모두 참사 당시 직책)

① 거짓으로 드러난 "퇴선 방송했다" 기자회견, 해경청장이 지시

2014년 4월 28일, 비난이 거세지자 당일 현장에 출동했던 김경일 목포해경 123 정장은 "현장에서 '승객은 전원 퇴선하라'는 방송을 했다"며 기자회견을 했다. 검찰 조사 결과 이는 거짓이었다. 청문회에서도 그는 "상황이 급박해 퇴선방송은 미처 생각을 못 했다"고 인정했다.

기자회견 관련, 이전까지는 김 정장이 '윗선 연락'을 받고 했다고만 알려졌다. 그러나 12월 15일 청문회에서 김석균 전 해경청장은 '증인이 기자회견을 지시했나'란 김진 특조위원 질문에 "예, 그렇다"고 말했다. "숱한 언론 보도와 의혹 제기가 있고 해서(…) 홍보담당관에게 한 번 언론에 알릴 기회를 마련해라, 그런 지시를(했다)"는 것이다.

유가족이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이 답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② 해수부 장관, '잠수인력 500명 투입 구조' 거짓 알았지만 외면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이 '잠수사 500여 명 투입'이 실제 현장 상황과는 달랐음을 알고도 이를 정정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이 전 장관은 세월호 수색·구조와 관련해 4월 17일 오후, 김 해경청장이 진도체육관에 있는 가족들에게 "잠수사 500여 명을 투입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봤다. 이날 오전, 청와대를 대상으로 '잠수 인력 8명' 관련 해경 자료가 이미 해수부에 보고된 상태였다. 김 청장은 12월 15일 이와 관련해 "투입이라는 의미는 동원", "투입이 직접 잠수한다는 의미가 아니다"라고 말해 유족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③ 해경 간 교신 녹취록, 주요 내용 빠진 채 국가 기관 제출

세월호가 침몰하던 급박한 상황, 해경 간 교신한 TRS(주파수공용통신)를 풀어서 쓴 녹취록이 여러 가지 형태로 존재한다는 사실도 새롭게 드러났다. 권영빈 특조위원은 12월 15일 "해경이 만들어 국회와 감사원, 검찰 등에 제출한 TRS 녹취록이 여러 형태로 존재한다"며 "(녹취록마다) 작성 방법이 달라지고 중요 내용이 은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 위원이 제시한 해경 녹취록 중 일부에는 실제 참사 당일 오전 9시 18분 교신 내용이 빠져 있었다.

'명인집타워(서해해경청 상황실)'에서 현장에 출동한 P123정에 "인원이 450명이니 일사불란하게 구명벌", "(세월호와) 교신되고 있나"라 묻고, 이에 P123정이 "현재 교신 안 되고 있다"고 답한 내용이다.

그러나 본청 측은 '교신 불통'이라는 중요 단서를 흘려보내 적절한 지시를 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골든 타임을 놓치게 됐다. 녹취록과 관련해 유연식 서해해경 상황담당관은 "(감사원에서) 본 적이 있다, (확인)지장을 찍었다"면서도 작성 경위는 "확인 못 해봤다"고 말했다. 이춘재 해경 경비안전국장은 "듣지 못한 부분을 나중에 보완해 추가된 걸로 안다"고 말했지만, 권 위원은 "해경이 (검찰·감사원 조사 후) 국회에 제출할 때도 내용이 빠졌다"며 "추가된 게 아니고 삭제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④새롭게 제기돼 추가 조사가 필요한 의혹

우선 세월호가 90도 이상 기운 것으로 추정되는 오전 10시 25~27분 사이, 세월호 선원들이 김경일 정장의 휴대전화로 전화했다는 사실이다. 애초 김 정장은 참사 초기 세월호 선원들과 접촉한 사실이 없으며, 오전 11시 이전에는 이들이 선원이라는 사실도 몰랐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화와 관련해서도 '(통화 여부가)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이호중 위원은 "두 전화는 선원들이 각자 집으로 전화한 것"이라며 "(김경일) 핸드폰을 빌려서 자기가 집으로 전화했다고 재판에서 진술했다"고 덧붙였다.

또 2014년 7월 9일 수색 작업 중이던 민간 잠수사들이 왜 '장비가 바뀌었다'는 문자를 통보받고 하루 만에 수색현장에서 빠져야 했는지, 박상욱 123정 승조원이 세월호 선원을 구출해 바다에 뛰어든 후 오른손에 든 '검은 물체'는 무엇인지에 대한 의혹도 제기됐다. 박 전 승조원은 이에 대해 "(영상을) 보니까 기억이 난다"며 "제 모자다, 그 다음부터는 모자 벗고 구조에 임했다"고 답했다.

◇세월호 2차 청문회는 언제? = "특조위 예산이 책정된 올해 6월 전까지 청문회를 한 번 더 개최할 예정이다." 세월호 특조위 권영빈 진상규명소위원회 위원장은 지난달 23일 <민중의 소리>와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하지만, 2차 청문회 주제는 1차보다 훨씬 만만치 않을 것 같습니다.

같은 날 416가족협의회와 416연대는 '세월호 특조위 청문회 평가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렇게 주장합니다. "2차 청문회에서는 1차 청문회에서 지속적으로 거론될 수밖에 없었던 청와대와 각종 지휘라인의 대응 적정성에 대한 규명이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특조위 내부와 주변 상황은 상당히 열악합니다. 현재 세월호 특조위는 수사권과 기소권이 없습니다. 그래서 조사에 힘이 실리지 않고 있지요.

진상 조사를 지휘할 핵심 보직인 진상규명국장 임명도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습니다. 특조위 내부 선발 절차는 이미 지난해 8월에 끝났는데 말이죠. 그래서 특조위는 지난달 청와대에 즉시 진상규명국장 임명 절차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또 사퇴한 특조위 여당 추천 위원 4명도 다시 추천을 받아야 합니다.

게다가 지난해 국회에서는 여당 주도로 특조위가 올린 예산안 189억 원을 62억 원으로 삭감했지요. 여기에다 특조위가 청문회 후 공개한 해수부의 '세월호 특조위 관련 현안 대응 방안' 문건처럼 조직적으로 조사를 방해하는 게 아닌가 하는 정황도 드러나고 있습니다.

어버이연합 회원들이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를 규탄하자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시민이 맞불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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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후 기자

    • 이서후 기자
  • 문화체육부에서 문학/영화/연극/뮤지컬 등을 맡고 있어요.